▲대전형무소 학살사건. 국내에서 제주도 외에도 전국적으로 보도연맹원 학살이 자행되었다. 사진은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보도연맹원과 재소자들이 학살당하는 장면.미국국립문서관
@BRI@1950년 한국전쟁 전후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베일이 50년여만에 벗겨질 것으로 보인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 송기인 신부)'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조사신청 사건 1만860건 중 9154건을 조사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 중 '민간인 집단희생'과 관련된 사건은 7533건으로 전체 조사개시 사건의 86.7%에 이른다.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중에서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257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군경토벌작전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 1378건,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이 917건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여순사건 832건, 전국형무소재소자 희생사건 584건, 미군 관련 사건 505건 등이 조사개시 사건에 포함됐다. 293건에 달하는 제주예비검속사건도 진실화해위 조사 대상이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 포섭과 전향자 통제를 목적으로 국민보도연맹을 창설한 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국 각지 보도연맹원들을 예비검속해 집단 처형한 사건을 말한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의한 이승만 정권의 집단 처형은 전국 각지에서 이뤄졌으며, 특히 경남·북, 충북, 전남 등지에서 500여건이 넘는 조사 신청이 접수됐다.
군경토벌작전에 의한 희생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전후 후방의 인민군과 빨치산 토벌작전 과정에서 비무장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이다. 문경석달사건, 산청시천·삼장사건, 나주동박굴재사건, 나주동창교 민간인집단희생 사건 등이 진실화해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전국형무소재소자 희생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전후 전국 약 23개 형무소에 수감됐던 좌익활동가들을 이승만 정권이 집단 처형한 사건이다. 조사신청 건수로는 대전형무소가 118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천등기소 방화 등 '좌익 학살 사건'도 조사
진실화해위는 또 국군과 경찰, 미군에 의해 집단희생된 사건 외에 적대세력(인민군·좌익)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도 함께 조사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가 조사개시를 결정한 적대세력 관련 사건은 총 1485건으로 인민군 사건이 801건으로 가장 많고, 좌익세력 사건 417건, 빨치산 사건이 194건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전남 420건, 충남 357건, 전북 216건 등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가 대표적인 적대세력 관련 사건으로 조사개시를 결정한 사건은 '인민군에 의한 서천등기소 방화사건'.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대한청년단과 의용소방대원 등 284명을 서천등기소(현재의 서천중학교)에 구금해 방화 살해한 사건이다.
1950년 9월 퇴각 직전의 인민군이 우익활동가들을 대전형무소에서 집단 학살한 대전형무소 희생 사건도 조사 대상이 됐다. 충남도청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총 1559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강릉과 강원도 지역에서 인민군과 지방좌익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희생 사건도 진실화해위가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밖에 가평과 남양주·포천·양평 등에서의 적대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도 조사 대상이다.
진실화해위가 7533건에 달하는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내림에 따라 반세기 동안 묻혀 온 민간인 학살의 진실이 햇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와 유족협의회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민간인은 무려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 사건이 광범위한 탓에 진실화해위의 조사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사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민간인 집단희생을 다룰 진실화해위 집단희생국에는 모두 43명의 조사관이 활동하고 있다.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을 다룰 민족독립조사국에도 총 인원은 23명뿐이다. 총 1만명에 달하는 신청인을 면담 조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송기인 위원장은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해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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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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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좌익 '양민학살', 반세기 만에 베일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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