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향기를 채우는 봄꽃들

양산 통도사의 매화와 산수유

등록 2007.03.20 10:09수정 2007.03.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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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통도사 경내에 만개한 홍매화

통도사 경내에 만개한 홍매화 ⓒ 김정수

지난주 초 경남 양산시에 자리한 통도사에 다녀왔다. 통도사는 유명세에 비해 이곳에서 피어나는 매화꽃의 존재를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도 통도사에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매화의 존재를 최근에야 알게 되어 오랜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천으로 난 다리를 건너자 석당간(경남 유형문화재 제 403호)이 제일 먼저 나그네를 반긴다. 당간은 사찰 입구에 세우는 깃대의 일종으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큰 깃발에 외부에 알려주기 위한 시설이다. 전체 높이가 무려 7.54m로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석당간의 존재조차 모르고 사찰 안으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a 통도사 노천유물관 안에 핀 노란 봄꽃

통도사 노천유물관 안에 핀 노란 봄꽃 ⓒ 김정수

그 옆에 자리한 통도사 부도원을 둘러본 후 사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 역시 관람객들에게 외면받는 공간이긴 마찬가지다. 통도사를 찾는 사람은 평일임에도 많았지만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필자 외에도 아무도 없었다. 다들 사찰안으로 바로 들어서고 만다.


통도사는 삼국유사 등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 선덕대왕 15년(646년) 자장율사에 의하여 창건된 신라불교 개율근본도량이다. 이 절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불골, 불아, 불사리, 부처님의 가사가 보관되어 국내 삼보 사찰 중 불보 사찰의 위치에 있다.

a 천왕문 사이로 보이는 전나무숲길과 일주문은 한폭의 액자가 된다.

천왕문 사이로 보이는 전나무숲길과 일주문은 한폭의 액자가 된다. ⓒ 김정수

통도사란 불법을 통달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국보 1점, 보물 11점, 유형문화재 34점 등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불교 유적의 보고이다.

성보박물관과 일주문을 지나자 노천유물관이 나온다. 노천유물관 안에는 노란색의 화사한 꽃이 만발했는데, 아직 이름을 알지는 못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입구의 양 옆으로 늘어선 전나무 숲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천왕문으로 들어서서 문 사이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액자 속에 들어있는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동종사 동종을 살펴본 후 본격적으로 매화 촬영에 들어갔다. 통도사는 멋진 홍매가 많다. 종무소 앞과 대웅전 건너편의 스님 선방 앞 그리고 영각의 처마 끝에도 홍매가 만개해 봄이 왔음을 전한다. 적멸보궁 앞에도 매화가 핀다. 3층석탑(보물 제 1471호) 주변을 빙 돌아 주변 건물 일대에 매화가 심어져 있다.

a 통도사의 봄향기를 전하는 매화

통도사의 봄향기를 전하는 매화 ⓒ 김정수

올해는 날씨가 따뜻하다보니 벌써 만개 시기를 지나 꽃이 3분의 1쯤 진 상태였다. 그래도 홍매의 꽃색깔 만큼은 너무도 곱다. 새색시의 볼처럼 홍조를 띠고 수줍은 듯 피어 있다. 홍매는 만개 시기를 지난 반면 흰 매화는 절정을 이루고 있어 사진촬영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삼각대를 고정하고 흰 매화꽃 뒤로 3층석탑을 배경에 넣고 스님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스님이 지나가는 찰나 다른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한다고 앵글 안에 들어오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 앞에서 20분 여를 더 기다렸지만 스님은 더 이상 지나가지를 않았고, 대신에 3층석탑 앞에서 모녀가 법당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잡아내어 만족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 꽃 주위를 벌이 부지런히 날갯짓을 해대며 꿀을 모으고 있다. 어디서 왔는지 벌써 파리도 와서 꽃 주위를 맴돈다. 3월에 야외에서 파리를 본다는 것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좋지 않은 변화 중 하나가 아닐까? 파리 한 마리가 꽃 감상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말았다. 매화를 뒤로 하고 사찰 안으로 조금 더 들어서자 산수유가 꽃망울을 똑똑 터뜨리고 있다.

a 홍매화 뒤로 보이는 3층석탑

홍매화 뒤로 보이는 3층석탑 ⓒ 김정수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듯 노란꽃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길게 늘어져 있다. 황금빛 꽃물결 위로 파란 하늘의 대비가 눈부시다. 이곳에도 벌들이 모여들며 봄향기를 모아 일용할 양식을 만들고 있다. 용화전을 지나 보물 제 471호인 봉발탑 앞에 섰다. 봉발탑은 석가모니의 발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석조물로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이라 한다.


봉발탑 앞의 목련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목련 꽃망울에 초점을 맞추고 봉발탑을 뒷배경에 넣어보지만 그리 만족할 만한 사진은 아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쯤 찾아간다면 만개한 목련과 봉발탑을 함께 담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매화와 산수유, 목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면서 통도사의 봄을 알리고 있었다.

a 매화 뒤로 보이는 3층석탑 앞에서 한 모녀가 법당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매화 뒤로 보이는 3층석탑 앞에서 한 모녀가 법당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 김정수

국보 제 290호로 함께 지정된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두 곳은 통도사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대웅전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은데, 대웅전 뒤쪽의 금강계단에 석가여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도사 부속 암자인 서운암을 둘러본 후 한송정에서 감자수제비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a 산수유가 황금빛 꽃망울을 터뜨린 가운데 벌이 날아들고 있다

산수유가 황금빛 꽃망울을 터뜨린 가운데 벌이 날아들고 있다 ⓒ 김정수


a 봉발탑 앞의 목련이 꽃망울을 피워올리고 있다

봉발탑 앞의 목련이 꽃망울을 피워올리고 있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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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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