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채소밭으로 올라 가는 길. 초입에 <엽기적인 그녀>라는 팻말이 있다.이덕은
김이 펄펄 나는 갓 지은 곤드레밥을 먹고 38번도로를 따라가다 함백으로 접어든다. 개울가에 지붕이 뚫리고 창문이 떨어져 나간 광부들의 보금자리들을 본다. 또 이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해 밭에 쌓여진 구공탄 재들에서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없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 일부를 보는 것 같다. 함백역 직전 세워져 있는 <엽기소나무> 팻말. 거의 180도를 꺾어 산길로 들어선다.
붉게 색깔이 변해 길가에 쌓여진 소나무 잎들은 이 길이 사람 손 타지 않는 길임을 말해주고 있다. 얼마 오르지 않아 길바닥, 소나무, 낙엽송 등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갯길을 올라 산등성이(아직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로 오르자 넓은 고랭지 밭이 펼쳐지고 들어갈수록 세상은 더욱 하얗게 변한다. 눈덮힌 넓은 구릉지대와 간간히 서 있는 소나무와 집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별로 섭섭한 마음이 들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