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집 지어 다른 사람 살게 하는 목수되겠다"

탈당 3일째... 손 전 지사 만난 '운동' 선배 김지하 "내가 탈당 권유?"

등록 2007.03.22 17:26수정 2007.03.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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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손학규 전지사와 시인 김지하씨가 몽양 여운형 선생이 암살당하기 직전까지 거처했던 집터에 세워진 칼국수집으로 식사를 하기위해 걸어가고 있다.

손학규 전지사와 시인 김지하씨가 몽양 여운형 선생이 암살당하기 직전까지 거처했던 집터에 세워진 칼국수집으로 식사를 하기위해 걸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을 탈당한지 3일째. 손학규 전 지사는 '백지'에 하나둘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첫날엔 '민주주의 상징' 4·19 묘역을 참배하더니, 둘째날엔 과거 노동운동을 했던 '구로공단'(현재 구로디지털단지)을 방문한 뒤, 세째날인 22일에는 동문 선배인 김지하 시인을 만났다.

이들이 만난 곳은 서울 창덕궁 인근의 '싸롱 마고'. '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인 김 시인이 지난달 '문화 사랑방'을 표방하며 연 곳이다.

손 전 지사는 "대학 때부터 졸졸 쫓아다녔는데 늘 선배가 앞길을 밝혀주셨다"며 "새 정치를 시작하는 마당에 지혜를 얻기 위해 만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6살 위인 김 시인을 "형님"이라고 호칭했다. 김 시인은 작년 손 전 지사가 '100일 민생대장정 전국 투어'를 할 때도 지지 방문을 해주었다.

손학규 "앞길 밝혀주신 선배"
김지하 "엄청난 결단, 자랑스럽다"


김 시인이 손 전 지사의 탈당에 영향을 줬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자신은 "이렇게까지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며 "엄청난 결단을 했다. 자랑스럽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김지하 "탈당 전에, 매화 그림을 그려 보냈다. 거기에 "옛몸 새꽃"이라는 글귀를 써줬다. 몸(한나라당)은 낡았지만 예쁜 꽃(개혁)을 피우라는 의미였다. 보수 바탕에 있지만 개혁을 하라는 의미였다. 이게 탈당을 권유한 건가?(웃음). 이렇게까지 치고 나올 줄 몰랐다."
손학규 "사실 그러려고 했다."
김지하 "시베리아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려고 하나."
손학규 "꽃을 피워야죠."



이날 손학규 전 지사에겐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났다. 김 시인은 "견뎌낼지 걱정이 된다"며 "돈도 없고 지지자도 많지 않고, 또 춥고 배고픈 중도의 길"이라고 걱정했지만, 손 전 지사는 '목수' 얘기를 꺼냈다.

"결단한 이후 반응이 놀라웠다. 지식인들과 젊은 사람들 반향이 크다. 새집을 짓는 목수가 되려고 한다. 목수는 집을 지어서 다른 사람들을 살 게 하는 것 아닌가."


김 시인은 "내가 아첨하는 게 아니라 신문명, 문예부흥을 얘기하는 사람은 손 전 지사 밖에 없다"며 "중도가 기회주의 세력이라는 역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새문명'으로 한 차원 초월한다며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환담 뒤 여운형 선생 집터에서 식사

손 전 지사는 "단지 여야를 떠난 제3당을 하려는 게 아니라 새 문명 선도하는 새 정치 세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전날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한 사실을 떠올리며 "벤처의 성공율이 5% 밖에 안된다. 벽 밖에 없지만 밀어내고 길을 내야 한다"며 "새 패러다임으로 밀고 나가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시인은 "이제 쉴 틈이 없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손학규가 뭘 할까' 그 의문을 가질텐데 답을 줘야 한다. 더 부지런해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40여분간의 환담을 나눈 뒤 인근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여운형 선생이 암살되기 전까지 살았던 계동 집에 세워진 식당이었다. 김 시인은 "중도를 표방했던 김구와 여운형은 남북 극단주의에 의해 박살이 났고 암살까지 당했다"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중도의 길을 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지하 시인은 연초, 진보·보수 양쪽의 종교시민사회단체인사들이 참여한 새해모임에서 '역동적 중도'를 설파했다. 이 자리에는 화해상생마당 소속의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한 이 모임에는 박세일(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안병직(뉴라이트재단 이사장)·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최열(환경재단 대표)씨 등이 참석했다.

a 손학규 전지사와 시인 김지하씨가 살롱 마고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씨가 '고맙다'며 손 전지사의 손을 잡고 있다.

손학규 전지사와 시인 김지하씨가 살롱 마고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씨가 '고맙다'며 손 전지사의 손을 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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