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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5차 촛불집회 '영원하라 대추리'..."끝 아닌 새로운 시작"

등록 2007.03.25 13:53수정 2007.03.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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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4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영원하라 대추리' 935번째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대추리 촛불집회는 이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4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영원하라 대추리' 935번째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대추리 촛불집회는 이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 박지훈

대추리를 밝히던 촛불이 24일 꺼졌다. 지난 2004년 9월 1일 처음 시작돼 935일 동안 이어온 대추리 촛불집회. 집회는 이날 '935차 대추리 촛불집회, 영원하라 대추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대추리를 찾은 이들의 모습엔 상반된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희망에 찬 모습과 "마음이 착찹하다"는 절망의 말들이 오갔다.

조헌정(향린교회) 목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대추리를 밝히던 촛불은 대추리를 넘어 한반도 곳곳에 퍼졌다"며 "평화를 향한 승리의 노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반면 문정현 신부는 대추리 마지막 집회의 소회를 묻는 기자 질문에 "마음이 착찹해서 입을 못 열겠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을 찾은 한 언론사 기자도 "깝깝하다"고 말했다.

4년에 걸친 투쟁을 접고 마을 주민들이 이주한다는 결과를 놓고 봤을 때는 분명 그동안의 투쟁이 헛된 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조 목사 말처럼 대추리 투쟁은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문화 예술인 대추리·도두리에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 문집 헌정
반전 평화 상징된 대추리 지지 내용 담겨 있어


이는 국가 공권력을 상대로 1천일 가까이 싸워온 횟수가 말해준다. 평화를 지키고 염원하는 이들의 원동력이 없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길이다. 주민 말을 빌리자면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날 집회도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시작' 또는 '출발'에 강조점을 뒀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4시께부터 대추리·도두리 헌정 시·산문선 <거기 마을 하나 있었다> 출판 기념회가 진행됐다.


헌정 시·산문선은 민족문화작가 실천협의회 작가 50여명의 문인들이 대추리 주민들을 위해 출판한 것.

문집에는 고은, 도종환, 정희성, 박래군씨 등 문인들이 대추리 현장에서 벽에 쓴 시들이 실려 있으며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분노와 함께 반전과 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주민 투쟁에 지지를 보내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래군(사람생각) 대표는 "대추리 투쟁을 언젠가는 기록들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평화를 노래하던 황새울 들판은 없어지지만 반전평화를 외치던 대추리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축사를 통해 "(대추리 벽에) 예술가들이 글과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장난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날이 갈수록 글과 그림들은 가슴속에 담긴 값진 것들을 되새기게 해줬다"고 밝혔다.

문 신부는 "이 기억을 갖고 투쟁을 멈추지 말자"며 "책 제목대로 이 마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 24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영원하라 대추리' 935번째 촛불집회.

24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영원하라 대추리' 935번째 촛불집회. ⓒ 박지훈


하나님이 농사지으라고 내준 땅에서 농부 내쫓고 편안할 것 같나
10년 후 대추리·도두리 마을 다시 건립하자


이어 7시께부터 935차 촛불집회가 2시간가량 이어졌다. 집회는 대추리 농협창고를 가득 메운 350여명의 함성으로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통일연대 한상렬 목사, 문정현 신부, 조헌정 목사, 민중연대 전광렬 의장,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경기지역 7개 여성단체, 황새울살림단,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은 대추리 주민들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대추리·도두리 어머니들에게 평화를 위한 집회를 이어나간 노고를 치하하며 '디딤돌 상'을 수여했다.

전광렬 민중연대 의장은 "하나님이 농사지으라고 내준 축복의 땅에서 농사꾼들을 내쫓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미치지 않겠나"라며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건설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예술인 대추리 반전평화 선언문 발표

대추리 신종원 이장은 "지금이 끝이라 생각지 않는다. 주민들은 쫓겨나지만 미국이 영원히 주둔할 수는 없다"며 "10년 후 이 땅에서 대추리와 도두리 마을을 다시 건립하자"고 호소했다.

권영길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마음속에 빼앗긴 대추리 땅을 잊지 말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화예술인들은 '평화여 어머니여 지지 마시라'는 대추리 반전평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가폭력에 얻어터지고, 언론과 여론에 비방당하며 검문당하고 감옥에 갇히며 몇 되지 않은 군중을 모아 거리에서 외쳤던 이들을 사랑한다"며 "이들은 패배자가 아니다. 패자는 굴종을 내면화한 자들"이라고 밝혔다.

문화예술인들은 이어 "대추리는 역사의 지도책에 지워도 사라자지 않는 마을"이라며 "대추리는 평화의 상징이다. 평화여 지지 말라"고 덧붙였다.

a 성공회대 학생들의 노래공연

성공회대 학생들의 노래공연 ⓒ 박지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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