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생일 축하해!정현순
만약 큰 손자 하나만 낳고 말았더라면 고집 세고 까다로운 녀석의 성격을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속옷 입는 것부터 양말 겉옷 입는 것까지 모두 제 마음에 들어야 신발을 신을 정도로 까다롭다. 그럴 때에 동생이 엄마가 주는 대로 입는 것을 보면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그대로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입이 짧은 큰 녀석은 제 동생이 밥을 잘 먹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입을 벌리곤 한다. 또 동생은 제 형이 밥을 혼자 먹는 것을 보고 일찍감치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기도 했다. 둘이 놀다가 어지럽힌 것도 그런 대로 정돈해 놓기도 한다. 그런 모든 것은 시간이 가면 해결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만 있었다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애먹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도 두 아이들을 두고 있지만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집이 텅 빈 시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었다. 그럼 농담삼아 "그때 둘째 밑으로 한 명 더 낳을 것을 그랬나?" 했던 적도 있었다. 그것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라 했다. 아이들을 키우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큰 보물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아이들은 아이들 속에서 자란다고 하더니, 아무리 부모가 잘해준다고 해도 분명 채워지지 못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 부족한 자리를 형제끼리 채워주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엄마, 아버지한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동생이나 언니한테 마음놓고 털어 놓은 적이 적지 않다. 그것은 어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김치 한 가지만 넣고 김치 볶음밥을 해서 셋이서 같이 먹으면 세상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 맛있게 먹었던 김치볶음밥이 생각나서 혼자 해먹어 보지만 그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아마 그것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서 그런 것은 아닌지?
애가 둘인 딸아이는 옷도 누군가 물려준 옷도 잘 입히고 있다. 무조건 비싼 물건을 사 주지도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나도 의외란 생각이 들곤한다. 누가 뭐라 해도 요즘, 아이들을 키우기가 힘든 세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임신할 때부터 태어나서는 주변환경, 교육, 경제 등 힘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엄마 아빠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은 역시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는 두 손자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 동생이 제 형에게 생일 축하 뽀뽀를 해주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손자들아 지금처럼 무럭 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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