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꿈이 있다, 56살에 이루고 싶은...

<타샤의 정원>을 읽고

등록 2007.03.26 12:00수정 2007.03.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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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타샤의 정원 표지사진

타샤의 정원 표지사진 ⓒ 조명자

내게도 꿈이 생겼다. 50이 넘은 나이. 결코 이르다 할 수 없는 나이에 이루고 싶은, 그것도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긴 것이다. 무엇에 대한 갈망도, 성취욕도 없었던 내가 느닷없이 큰 꿈을 그리게 된 계기. 그것은 한 권의 책을 만나고부터이다.


<타샤의 정원>이란 책을 보셨는가? 91세의 연세로 무려 30여만 평의 정원을 가꾸시는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책 말이다.

그 할머니가 미국 동북부 쪽 버몬트주에 위치한 어느 산골마을로 들어간 때가 56세 때란다. 화가로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 사남매 모두 출가시킨 뒤, 오롯이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산골 오지에 둥지를 튼 것이다.

타샤 할머니의 꿈이 시작된 나이 56세. 내게는 딱 1년의 여유가 있는 나이다. 할머니와 꿈을 같이 할 수 없다는 할아버지와 과감히 이혼을 선택한 타샤 할머니.

그 할머니의 여유와 당당함을 어찌 감히 흉내 낼 수 있겠냐만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과 여생을 함께 하겠다는 추진력은 닮고 싶은 것 중 하나다.

꿈을 이루려면 현실적인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제일 첫 번째는 역시 돈. 아무리 꽃을 좋아하고 나만의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해도 꿈을 현실화시킬 물적 토대가 갖춰지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타샤 할머니는 미국이 알아주는 명망가 중에 한 분이다. 100권이 넘는 그림동화 작가이며 그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엽서에도 사용될 만큼 인기 있는 화가다. 56살의 나이에 30만 평이 넘는 정원을 가꿀 수 있었던 것은 기반이 탄탄한 타샤 튜더의 재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a 우리 집 마당의 백일홍

우리 집 마당의 백일홍 ⓒ 조명자

난 이 시골 집 하나가 전 재산이다. 이 집을 처분해 마련할 수 있는 땅이라 봤자, 우리 마을 보다 훨씬 오지에 위치한 쓸데없는 야산 천여 평이 고작일 것이다.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을 찾는다면 내 사전엔 불가능한, 그야말로 꿈으로 시작해 꿈으로 끝나는, 일장춘몽 아닌가.


비록 교통이 불편하고 별 볼거리가 없는 환경이라도 옆에 실개울 졸졸 흐르고 봄이면 진달래, 산벗꽃 흐드러진 산골이라면 흘러 들어가 정붙여도 상관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군데군데 매화, 자두, 사과 배…. 유실수 심고 곳곳에 군락을 지어 꽃을 가꾸리라.

a 우리 집 마당의 금꿩의 다리

우리 집 마당의 금꿩의 다리 ⓒ 조명자

타샤 할머니 정원에 소개된 꽃을 얼핏 스쳐봤을 때 50여 평 남짓한 내 집 마당에 심은 꽃종류도 상당히 섞여 있었다. 수선화, 튤립, 크로커스, 백합을 비롯한 알뿌리, 샤스타 데이지 군락, 모란, 작약 군락, 패랭이꽃, 장미, 원추리, 금낭화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 창포, 꽃창포 등의 붓꽃류가 눈에 띄었다.

화려한 양귀비꽃 군락도 환상적이었고 늦여름에 피는 접시꽃, 족두리꽃도 다정스러웠다. 가을에 피는 해국, 감국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의 소국을 심으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너른 정원에 피고 지는 꽃들로 눈 심심할 새는 없을 것 같다.

a 우리 집 마당의 채송화

우리 집 마당의 채송화 ⓒ 조명자

자, 아무리 좋아해도 꽃으로 배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자력갱생의 토대를 마련하지 않으면 행복한 말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쉽게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체력도 시원치 않고, 잔병도 달고 사는 주제에 힘든 일은 언감생심이다. 가장 간단한 '잔치국수' 집을 하면 어떨까? 맛있는 김치나 깍두기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좋은 멸치 선별해 다시국물 내고 갓 삶은 국수 위에 색색이 고명 올려 정갈한 그릇에 풍성하게 담아내면 내는 사람, 먹는 사람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a 우리 집 마당의 창포

우리 집 마당의 창포 ⓒ 조명자

우리 집 마당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키 작은 노란 크로커스부터 앞 다퉈 꽃망울을 틔우고 있다. 고혹적인 향기가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노란 생강나무 꽃, 수선화 무리와 진달래가 피어나고 튤립도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아이들 잘 키워 나의 꿈 천 평에 남김없이 퍼뜨리리라. 일상에 지친 벗들에게 나눠 줄 작은 안식. 그 안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뿌듯함 무엇으로 바꿀까. 부지런히 발품 팔아 맞춤 맞은 땅 천여 평을 찜해 56살, 내년이 되면 그 꿈을 펼치게 되기를…. 꿈꿀 수 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다던가. 내 꿈은 지금 숙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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