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한국 영화는 살아남는다? 지나친 자만"

[현장] 한미FTA 막바지 협상... 스크린쿼터대책위-국회의원, 공동 기자회견

등록 2007.03.26 13:01수정 2007.03.2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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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병국, 김원웅, 천영세 의원과 영화인 대책위는 스크린쿼터와 한미FTA협상 빅딜기도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26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가졌다. 영화인 안성기씨가 빅딜기도 중단촉구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정병국, 김원웅, 천영세 의원과 영화인 대책위는 스크린쿼터와 한미FTA협상 빅딜기도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26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가졌다. 영화인 안성기씨가 빅딜기도 중단촉구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동안 자국의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풀고서 성공한 선례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저희도 이렇게 울부짖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 나라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우리만 예외일 수 있다'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자만이자, 역사를 외면한 처사입니다."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촬영 현장이 아닌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그는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대책위) 관계자 10여명과 김원웅 국회 통상외교통일위원장과 어깨를 걸었다.

안씨를 비롯한 영화인대책위 관계자들은 26일 오전 국회 통외통위·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인 스크린쿼터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며 스크린쿼터 관련 논의의 중단을 촉구했다.

영화인들, 국회 기자회견장 찾은 이유

영화인들이 항의하는 이유는 한미FTA 막판 협상에서 스크린쿼터가 '미래유보'에서 '현재유보'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미래유보'로 명시되면 국산 영화 의무상영일수를 다시 늘리는 보호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현재유보'가 될 경우 현행 73일에서 축소만 가능할 뿐 늘리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협상이 31일을 기한으로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정부가 스크린쿼터의 '현재유보' 카드를 내놓으면서 미국이 포기할 수 있는 요구사항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쿼터가 한국측의 '버리는 카드'로 전락한 셈이다.


영화인대책위와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스크린쿼터 '현재유보'는 이미 한국 영화를 죽여놓고서는 다시는 부활하지 못하도록 관에 넣고 못을 박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와 협상단이 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늪에 빠진 한국영화의 한 가닥 새끼줄마저 거둬가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 영화는 영화인들과 이 시대 국민들만의 것이 아니다"며 "우리 말과 글로 우리의 생활방식과 정서를 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상업적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영화인들은 "얼마나 더 많은 영화인들의 땀과 눈물, 투쟁을 원하는 것이냐"며 "더 이상 한국영화를 협상의 재물로 삼지 마라"고 촉구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1인시위, 대규모 거리집회 등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이들은 "한국영화를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스크린쿼터 절반 되니, 미국영화가 점유율 역전

안성기씨는 "자국의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푼 나라 중 우리만 예외일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자만"이라며 "미래에 지식·영상·서비스산업이 뿌리를 이룬다고 생각할 때, 근간이 되는 한국영화가 없어지면 나라 전체의 미래가 밝지 않다"며 스크린쿼터의 '미래유보'를 촉구했다.

차승재 이사장은 "정부는 '스크린쿼터는 한미FTA 선결 조건이 아니다' '현재유보가 아니다'는 등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국민이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한다면 과연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느냐,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국 영화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통계로 말씀드리겠다"며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번달 한국영화 점유율은 27.6%, 미국영화는 65.9%인 반면, 1년 전 같은 시기에 한국영화는 71.8%, 미국영화는 23.8% 점유율을 기록했다"면서 "스크린쿼터가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한국영화와 미국영화의 점유율이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항변하지만, 영화계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 영화가 절박한 처지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다"며 "현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한국 영화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부분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화배우 안성기·권병길씨, 영화감독 정지영·정윤철·김대승·이현승씨, 신우철 영화인협회 이사장,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차승재 제작가협회 이사장, 최진욱 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외에도 김원웅 통외통위원장과 문광위 소속 천영세(민주노동당), 정병국(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양기환 영화인대책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은 무엇보다 정파를 초월해서, 한미FTA에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떠나 여야 의원들이 문화의 영역을 상업적 잣대로 재단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를 낸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온 국민이 '쪽박협상' 중단시킵시다"
한미FTA범국본, 3·28 촛불문화제 참가 호소

▲ 한미FTA 최종 고위급협상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앞에서 한미FTA저지범국본 회원들이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제지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26일부터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등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26일 오전 장관급 회담이 진행중인 하얏트호텔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국본은 "나라 사이의 통상협정이라면 주고받는 바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이 얻을 기대 이익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고, 미국의 요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역구제·개성공단·자동차·섬유 수출 증대 등 한국이 기대했던 분야는 대부분 무산됐거나 거론하기 민망한 수준"이라며 "한국 정부는 쪽박을 찼다"이라고 비난했다.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협상 시한인 이번 주말까지 철야 기도회(이날 저녁 8시), 한미FTA 중단촉구 선언대회(27일 오전 11시), 범국민 촛불문화제(28일 오후 7시) 등을 열 계획이다. 오종렬 공동대표 등은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며 이미 15일째 단식투쟁 중이다.

거리집회 등이 경찰에 의해 봉쇄된 상황에서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총력을 다해보겠다는 것이다. 범국본은 특히 "온 국민이 함께 나서 한미FTA 협상을 중단시키자"며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촛불문화제에 참석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들은 "집회 시위마저 봉쇄된 상황에서도 '3월말 타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무려 83%"라며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행동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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