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통과되면 미국 주지사 뽑게 될 것"

[현장] 28일 서울시청 앞 한미FTA 반대 집회

등록 2007.03.26 15:05수정 2007.03.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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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시청앞 집회모습

서울 시청앞 집회모습 ⓒ 이민선


25일 오후 3시경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하니 집회 열기는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전국에서 FTA를 반대하기 위해 올라온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한미FTA 결사반대"를 외치며 무대에 있는 연사들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미국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이젠 쌀 까지 수입을 개방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한미FTA 통과되고 난 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 대통령 뽑는 것이 아니라 미국 주지사 뽑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한미FTA 반대 공공연맹 부문 임성규 위원장의 말이 귀에 박혔다.

a 부모를 따라 집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놀이에 여념이 없다.

부모를 따라 집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놀이에 여념이 없다. ⓒ 이민선

지난 2월 인터넷 신문기자들과 노 대통령의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한미FTA체결에 대한 대통령의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한미FTA가 우리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한 발언을 들으며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 대통령은 "농업부문만 조금 피해가 있다"고 했는데, '조금'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농촌은 지금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져 있다. 한미FTA는 농민들 입장에서 보면, 가만 둬도 쓰러질 것 같은 환자에게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르라는 것과 같다.

농사를 지으려는 젊은이들이 없어서 애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되었다. 지난 설,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갔다가 세살 난 아들 분유를 사려고 읍내에 갔는데 허탕을 쳤던 기억이 있다. 가게 주인은 "분유를 먹을 만한 아기가 없기 때문에 물건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촌은 이미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자연적으로 고사하게 되어있다.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부양책을 써서 농촌을 살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되려 농촌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협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사꾼 집안의 아들로서 나는 한미FTA를 용납할 수 없다.

산개해서 미국 대사관 앞에 집결


a 농민대오 "한미fta 저지하자."

농민대오 "한미fta 저지하자." ⓒ 이민선

a 무교동 골목에서 시위대와 전경이 서로  엉켜  있다.

무교동 골목에서 시위대와 전경이 서로 엉켜 있다. ⓒ 이민선

집회를 마친 시위대는 오후 4시쯤 시청 앞 광장을 벗어나 프레스센터 방향과 무교동 방향으로 대오를 나눴다. 일부는 집회가 끝나기 전에 미리 전철을 이용해서 종로3가에 집결해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프레스센터 앞과 청계광장 앞을 거쳐 오후 5시 20분쯤 미 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협상반대 미국반대"를 외치며 행진했다. 곳곳에서 경찰들은 곳곳에 전경을 배치해서 막으려 했으나 좁은 골목길로 밀고 들어가는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간간이 전경들과 충돌을 했지만 참가자들은 힘으로 밀어붙였다.

무교동 골목을 통과하던 중 전경들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밀고 밀리는 와중에 식당 창문이 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참가자들은 걷고 뛰기를 계속하며 속속 미 대사관 앞에 집결했다.

대사관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경 대오를 사이에 두고 각각 다른 방향에서 이동해온 시위대가 서로 마주보았던 것. 전경들은 시위대의 힘에 밀려 자리를 내주고 미 대사관을 호위하듯 도열해 있는 버스 앞으로 이동했다.

a 미 대사관앞 집회

미 대사관앞 집회 ⓒ 이민선

a 촛불대신 휴대폰 불빛으로

촛불대신 휴대폰 불빛으로 ⓒ 이민선

오후 6시경, 대형 화물차가 집회대오를 뚫고 들어왔다. 민주노총의 대형 방송차량이다. 곧이어 미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벌어졌다. 음악이 나오자 곳곳에서 음악에 맞춰 신나는 율동판이 벌어졌다.

"집회, 옛날하고 틀리네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학생들 율동도 대단합니다. 이러다가는 집회 장소에 비보이도 등장하겠어요."

오래간만에 집회에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로 보이는 참가자들의 율동은 굉장히 흥겨웠다. 한국대 문예패는 참가자들의 "한번 더"라는 외침에 세 번이나 무대에 올라왔다. 집회는 오후 7시 25분에 힘찬 함성과 함께 끝이 났다.

a 한국대 문예패 율동

한국대 문예패 율동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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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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