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가 23일 국회에서 장상 민주당 대표로부터 무안.신안 보궐선거 공천장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57)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무소속 출마에서 민주당 출마로 선회한 배경을 둘러싸고 지역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김홍업씨의 무안․신안 보궐선거 출마 결심을 이끈 사람은 김씨의 40년지기이자 정치적 후원자인 윤흥렬(58) EtN TV 대표이다. 윤 대표는 또한 출마를 결심해 무소속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씨를 민주당 입당 쪽으로 선회케 한 장본인이다.
지난 3월초만 해도 윤 대표는 기자에게 김씨의 무소속 출마를 공언했다. 그는 기자에게 “홍업씨가 민주당 출마는 당에도 부담이고 통합에도 보탬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무소속으로 나선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김씨의 무소속 출마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김홍업씨 “지더라도 홀로서기 위해서는 무소속으로 나가겠다”
그러나 윤 대표는 처음부터 김 전 이사장에게 '민주당적 출마'를 적극 권유했다. 김홍업씨와 함께 대선, 총선 같은 큰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선거전문가인 윤 대표가 사전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였다. 윤 대표는 "김홍업씨가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당선 안정권인데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6 대 4 정도로 불리하게 나온다"면서도 "그러나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바닥의 전문가인 윤씨가 민주당적 출마를 권유한 것은 친구이자 후원자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윤 대표 자신이 민주당원이기도 하지만, 친구의 아버지(DJ)가 만든 당이고 그것이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떨어지면,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에게 엄청난 데미지(상처)를 입히게 된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면 민주당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김홍업씨 생각은 달랐다. 그는 윤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으로 나가서 (국회의원이) 된들 당에 신세만 지고 결국 아버지 그늘에서 뼛골 팔아먹은 자식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겠냐. 지더라도 홀로서기 위해서는 무소속으로 나가겠다.”
그렇게 해서 김씨는 지난 3월 15일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얼마 안 되어 무소속 출마를 접고 민주당에 입당해 '전략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으로부터 23일 공천장을 받았다. 이에 앞서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김씨에 대한 전략공천 방침을 발표하면서 “혈연관계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특수관계가 고려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심경 변화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집요하게 설득한 윤 대표와 DJ의 장남(김홍일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그리고 이 지역 의원이었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적극적 권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에게 각각 지역구를 물려준 두 사람의 정치행위에는 지역구 대물림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통령의 아들이 아니라 동교동계의 일원으로서 오랫동안 고초를 함께 한 '동지적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다.
권노갑 민주당 고문의 '남순강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