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고위급협상의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김종훈 대표가 26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된 한미 FTA 최종 고위급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협상장에 들어서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안녕하세요.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님!
요즈음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봄을 준비하느라 신이 나야 할 농민들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습니다. 한 해를 준비하느라 손발이 부족해야 하는 농민들이 시위하느라 더 바쁘기만 합니다. 나무들의 가지에 연한 녹색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온갖 새싹들이 대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참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들입니다.
김 대표님!
요즈음 미국 대표하고 협상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아마 힘이 많이 드실 거예요. 김 대표님도 우리나라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김 대표님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지만 김 대표님의 협상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마 관점의 차이이고 생각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사는 모습이 다르고 사는 과정이 다르다 보니 이런 생각과 관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미 FTA에 대해 대규모 반대시위를 해서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죠?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귀 막고 눈 막고 열심히 나라를 위해 협상을 하셔야지. 워낙 똑똑한 분이시니까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자꾸 걱정도 됩니다. 미국은 항상 버거운 협상상대가 아닙니까? 우리는 이미 신미양요 때 미국을 겪지 않았습니까? 그 때도 협상 중에 우리나라가 당했잖아요. 그리고 가까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례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이 이루어졌잖아요. 아니, 협상이 아니라 결과가 미국의 의도대로 나왔잖아요.
김 대표님! 미국 사람들은 협상이 안 되면 곧바로 협박한다면서요. 협박이 안 통하면 전쟁도 한다고 하네요. 조심하셔야겠어요. 미국 사람들 너무 신경을 거슬리면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거든요. 우리와 미국이 전쟁하면 결과는 뻔하잖아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도 악바리들 아닙니까? 우리나라 고추가 세계에서 제일 맵다면서요. 그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도 "아! 시원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한민족입니다. 우리 민족들은 한 번 싸우면 아마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친일파들이나 친미파들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나무도 한 그루 없는 사막에서도 열심히 게릴라전을 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가 그보다는 사정이 훨씬 좋잖아요.
옛날에 위대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에 산에 나무를 많이 심었잖아요. 우리 어렸을 때 강제로 산에 가서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땐 속으로 그 높은 분을 욕 많이 했습니다. 학생들을 나무 심는데 동원한다고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분이 참 훌륭하신 분인가 봅니다. 후손들에게 이렇게 훌륭한 게릴라전 은폐물을 만들어주셨으니 말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은 정도의 산림이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은폐물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국민들을 찰떡처럼 믿고 맘 단단히 먹고 미국과 협상하세요. 뒤에는 8천만 한민족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전쟁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