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아는 체 해보는 백제 건축

[사진] 충남 부여의 '백제역사재현단지'

등록 2007.03.27 17:18수정 2007.03.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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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문화유적을 답사해도 전문적인 것과 일반인을 위한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따라서 건축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공포'가 어떻고 '하앙'이 어떻고 한다면 그저 하품만 나올 일이다.

이번에 가기로 한 충남 부여군의 '백제역사재현단지' 답사는 한국전통 공예·건축학교 졸업생들이 주축이 된 답사일정이었는데, 주제는 하앙식 건축공법을 채용한 백제 건축물이 어떻게 재현되고 조선조 건축물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벌써 재미가 없어지려고 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고궁이나 사찰에 가보면 지붕이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막대기를 지붕 귀퉁이에 대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하앙식 건축공법이란 이런 처짐 현상을 막기 위한 구조물을 말한다.

위에서 부터 서까래(젖가락), 출목도리(연필), 하앙(튀어 나온 부분)
위에서 부터 서까래(젖가락), 출목도리(연필), 하앙(튀어 나온 부분)이덕은
기왕 시작한 거 약간 더 재미없어지자. 젓가락을 밥상 바깥쪽으로 내어 밀면 무게로 젓가락이 당연히 떨어지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손가락으로 허공에 내밀어진 젓가락 밑을 받치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한 20개쯤 되는 젓가락을 받치려면 손가락으론 모자라고 연필 같은 것으로 가로질러 받치면 된다. 그럼 이 연필을 하루종일 들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연필 양쪽 밑에 다른 막대기를 가로질러 대고 그 끝을 밥그릇으로 눌러 놓으면 20개의 젓가락은 손으로 붙잡고 있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밥그릇으로 눌러놓은 막대기가 하앙(下昻)이고 연필이 출목도리, 20개의 젓가락이 우리가 흔히 보는 서까래이다.

동행키로 한 나의 형이 부여박물관을 한번 들러 보길 원하여 완주 화암사를 둘러볼 욕심을 접고 부여로 간다. 전에도 들렀던 것처럼 조그만 읍의 아침은 분주하지 않고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 정도나 볼 수 있다.


시장에 들러 김이 솟는 가마솥을 걸쳐놓은 순댓국집으로 들어선다. 개시손님을 맞는 수더분한 아줌마는 누른 머릿고기를 썰려던 것을 멈추고 환한 얼굴로 객을 맞아준다.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얼큰한 순댓국과 머릿고기가 여행채비를 거든다.

남성용 변기. 물릴까 약간 걱정된다.
남성용 변기. 물릴까 약간 걱정된다.이덕은
아침에 들른 박물관은 또 우리가 첫 관람객인 듯 다른 관람객을 볼 수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석 받침은 여전히 '여긴 또 웬일이니'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반갑게 맞아준다. 토기의 질박함과 순수함을 감상하고 정교하게 표현된 두상에 감탄하며 지난번 놓쳤던 토기로 만든 남녀 변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중남문과 회랑.
중남문과 회랑.이덕은
늦을 줄 알았던 후진이 우리가 관람을 마칠 때쯤 재현단지에 도착했다고 전통이 온다. 부랴부랴 백마강 다리를 건너 공사현장으로 달려간다.

이곳은 원래 논과 습지로 이루어진 곳이어서인지 바닥이 질었다. 아직 단청도 채 되지 않은 단지는 왕궁촌, 능사, 백제역사문화관과 한국전통문화학교 건물과 주차장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고 많은 마무리 공사가 남아 있는 듯했다.

총 공사비 3500억원의 예산에 100만평 규모의 땅에 도성에 있는 모든 요소를 집약시키는 공사이다 보니 큰 규모가 우리를 압도한다.

중남문에서 보는 성문. 아직 문루나 전각 이름이 지어지지 않았다.
중남문에서 보는 성문. 아직 문루나 전각 이름이 지어지지 않았다.이덕은
하앙식 건축물의 하나인 중남문과 중궁전!

흔히 보아오던 조선시대의 건축물처럼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하앙이 지붕을 받치는 구조물인 만큼 지붕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완만한 곡선의 처마 선과 날아갈 듯 우아한 추녀는 아니다. 거의 비슷한 추녀곡을 주었다는데 이리 시각적 차이가 많이 날까? 짐작건대 이유는 있을 듯하다.

처마를 받쳐주는 하앙이 기둥 밖으로 나오고 그 위에 외출목도리(가로막대)을 대어 놓았으니 구조는 든든해졌을지언정 자연스레 처지는 곡선을 가지기에는 도리 때문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중궁전 내부에서 받는 느낌은 '높다'이다. 엄청난 높이의 고주와 채광창으로 보이는 중남문과 서까래 단청이 인상적이다.

오른쪽 위 실루엣 부분이 하앙. 건너다 보이는 5층 목탑.
오른쪽 위 실루엣 부분이 하앙. 건너다 보이는 5층 목탑.이덕은
백제역사재현단지에서 또 하나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능사의 5층 목탑.

능사(陵寺)의 5층 목탑.
능사(陵寺)의 5층 목탑.이덕은
상륜부의 금빛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법주사 팔상전이나 쌍봉사 대웅전과 달리 내부는 구조물로 꽉 차서 사람이 들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능사 부속건물인 소공방터에서 백제 금동대향로가 출토되었다고 현장 관계자가 일러준다.

원목에서부터 가공까지 17개의 커다란 작업장에서 일괄처리된다.
원목에서부터 가공까지 17개의 커다란 작업장에서 일괄처리된다.이덕은
엄청난 목재가 있어야 하는 공사현장에는 목재와 단청을 다루는 17동 정도의 작업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껍질이 붙어 있는 원목을 들여다 각재와 판재로 가공할 수 있는 규모의 제재소를 기본으로 각종 부자재를 만드는 작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효율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더 많은 사진보기를 보시려면 다음 주소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http://yonseidc.com/2007/baekje_01.html

이 기사는 닥다리즈 포토갤러리(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더 많은 사진보기를 보시려면 다음 주소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http://yonseidc.com/2007/baekje_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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