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부터 서까래(젖가락), 출목도리(연필), 하앙(튀어 나온 부분)이덕은
기왕 시작한 거 약간 더 재미없어지자. 젓가락을 밥상 바깥쪽으로 내어 밀면 무게로 젓가락이 당연히 떨어지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손가락으로 허공에 내밀어진 젓가락 밑을 받치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한 20개쯤 되는 젓가락을 받치려면 손가락으론 모자라고 연필 같은 것으로 가로질러 받치면 된다. 그럼 이 연필을 하루종일 들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연필 양쪽 밑에 다른 막대기를 가로질러 대고 그 끝을 밥그릇으로 눌러 놓으면 20개의 젓가락은 손으로 붙잡고 있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밥그릇으로 눌러놓은 막대기가 하앙(下昻)이고 연필이 출목도리, 20개의 젓가락이 우리가 흔히 보는 서까래이다.
동행키로 한 나의 형이 부여박물관을 한번 들러 보길 원하여 완주 화암사를 둘러볼 욕심을 접고 부여로 간다. 전에도 들렀던 것처럼 조그만 읍의 아침은 분주하지 않고 아침 산책을 나온 사람들 정도나 볼 수 있다.
시장에 들러 김이 솟는 가마솥을 걸쳐놓은 순댓국집으로 들어선다. 개시손님을 맞는 수더분한 아줌마는 누른 머릿고기를 썰려던 것을 멈추고 환한 얼굴로 객을 맞아준다.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얼큰한 순댓국과 머릿고기가 여행채비를 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