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의 회화나무. 고종 3년 병인박해 때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그 나무에 철사로 매달려 잔혹하게 처형을 당했다.김연옥
해미읍성은 고종 3년(1866) 병인박해 때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읍성 안에 들어서면 호야나무라고 부르는 오래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한(恨)을 품은 나무라서 그런지 매우 처연하면서도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당시 그 나무에 천주교인들을 철사로 매달아 잔혹하게 죽인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는데 지금도 그 흔적으로 철사가 박혀 있다.
우리는 아직도 복원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인 해미읍성을 뒤로 하고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미 점심 먹을 시간이 넘었지만 김해에 사는 조수미씨가 표고버섯, 당근, 치자단무지 등을 넣어 정성껏 만들어 온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못내 안타까웠던 백제의 미소
'백제의 미소'로 통하는 서산마애삼존불상. 인간미 넘치는 부드러운 미소로 가장 백제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서산 마애불을 보러 가는 내 가슴은 자꾸 콩닥콩닥 뛰었다. 고풍저수지를 지나 가야산의 용현계곡을 따라 들어가자 한쪽 벼랑에 여래입상을 중심으로 구슬을 손에 쥐고 있는 보살과 반가상의 미륵보살이 협시로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