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이 모여 여동생네 집 담장 공사 하던 날

장목수의 목조주택 이야기

등록 2007.03.29 09:19수정 2007.03.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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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년 전에 장 목수가 지은 집

2년 전에 장 목수가 지은 집 ⓒ 장승현

참으로 곤란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침에 어디 약속도 있었고 교회에도 나가야 했고 어쨌든 아침에 일어나 트럭에 목공장비를 한 차 싣고 대평리로 향했다. 새벽 4시까지 일이 있어 잠을 못 자고 4시간을 겨우 자고 일어났다.

a 화단 공사도 뚝딱했지요.

화단 공사도 뚝딱했지요. ⓒ 장승현

대평리에 사는 셋째 여동생한테 전화가 온 건 어제 저녁이었다.


"오빠, 큰 형부하고 수원 언니네, 서울 막내, 대전 은정이네 다 모인대. 오빠도 와야 해. 올 때 기계 싣고 와야 해."

대평리 사는 여동생한테 전화를 받고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재작년 집을 지어주고 최근에 난간공사를 더 해달라고 해서 방부목을 사다가 마당에 부려놓은 지가 두어 달이 넘어 가고 있었다. 요즘은 다른 일이 생겨서 그 일에 신경쓰고 살다보니 주변에 정리해야 되는 일들을 못해주고 있는 형편이었다.

a 사둔 어른 다니기 위험한 곳에 난간도 만들었지요

사둔 어른 다니기 위험한 곳에 난간도 만들었지요 ⓒ 장승현

더군다나 일요일이라 교회도 가야했다. 지난번 일요일 날에도 보은 쪽에 일이 있어 가는 바람에 교회를 빠져야 했다. 교회 사람들도 보고 싶었다. 하나님은 아직 초짜 교인이라 그런지 덜 보고 싶었지만 교회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a 매제들이 모여 일을 하니까 수월하죠.

매제들이 모여 일을 하니까 수월하죠. ⓒ 장승현

대평리에 도착해보니 남자들은 거의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술이 떡이 되었고, 고스톱을 밤새워 쳤기에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왜들 그렇게 술들을 마시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9개월 전에는 나도 그렇게 마셨었는데 이젠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도저히 이해해주고 싶어도 이해해줄 수 없는 게 남 술 먹는 일이었다.

a 다섯째 사위도 한몫 거들고

다섯째 사위도 한몫 거들고 ⓒ 장승현

"빨리 빨리 나와요. 이거 해가 뜬 지가 언젠데 빨리 일을 해야지…."

일머리를 챙겨 이것저것 준비를 해보았지만 사람들은 몸이 무거운지 움직이지를 않았다. 서울 사는 막내 사위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고, 대전 사는 다섯째 사위는 나왔어도 술이 덜 깨었는지 어슬렁어슬렁 왔다갔다만 했다.

a 매형이 목수 대장이네요.

매형이 목수 대장이네요. ⓒ 장승현

"이거 박서방 어딜 갔어. 내 돈 다 따가지구. 잠만 자빠져 자네."
"막네가 빠졌어. 형님덜 다 나왔는데 아직도 자?"

매형이 아직 술과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지 정신이 몽롱하니 일을 시작했다. 셋째 매제도 술이 안 깼지만 자기집 일을 하는 거라 어거지로 나와 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젠 매형도 늙으셨나봐요? 예전엔 매제들 돈 따먹는 재미로 처가 오시더니 이젠 처가에 돈 풀러 다니는 것 같아요?"


조금 있으려니까 옆에 집 아주머니가 창문을 열고 한 마디 했다.

"거기 그렇게 보기 싫게 담장을 치면 어떻게 해요?"
"뭐요? 아줌마가 또 시비를 거네…."

a 이웃집 경계에 담장도 치고

이웃집 경계에 담장도 치고 ⓒ 장승현

집주인인 셋째 매제가 화가 치미는지 나섰다.


"집 지을 때도 만날 옆집에서 난리를 치더니 또 왜 그래요? 집 지어보면 이웃을 알아본다더니 정말…."

일촉즉발 싸움이 벌어질 기세다. 이때 나서서 말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아주머니 이거 다 만들어 놓으면 이뻐요. 지금에야 그렇지만 다 만들어 놓으면 이쁘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이쪽에다 3미터짜리 담을 그냥 처버리는 것 보다는 좋잖아요. 갑갑하지도 않고요."

a 집주인 셋째 사위도 열심히 일하죠.

집주인 셋째 사위도 열심히 일하죠. ⓒ 장승현

대평리 막걸리에 더덕무침이 나왔다. 오래간만에 일을 하며 마셔보는 막걸리맛은 정말 시원했다. 목줄기를 넘어가는 막걸리맛에 더덕무침을 보고 아직 술이 덜 깬 매제들이 또 술병을 비우기 시작했다. 열이 받는지 세째 매제는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키고 있었다. 일이 거의 끝나가자 막내 매제가 어슬렁어슬렁거리며 나왔다.

"진작 깨우죠. 아, 내가 목수 하면 한 목수 하는데…."
"참 세상 좋아졌어. 막내가 군기가 빠져서… 장가간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형제들이 다들 정겨웠다. 1남 6녀가 다 결혼해서 이젠 목수 드림팀을 꾸려도 될 만했다. 유능한(?) 감독 아래 이 정도면 집 한 채도 후딱 지을 만한 솜씨들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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