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하자고 머리 깎는 한국기독교, 미쳤다"

[인터뷰] 진보진영 대통합 원탁회의 구상한 이해학 목사

등록 2007.03.30 14:43수정 2007.07.0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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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종단 진보·개혁 단체로 구성된 종교인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해학 목사. 종교인협의회는 범여권 대선 주자 단일화의 불을 지피기 위해 대통합 원탁회의를 통해 범여권 주자들에게 4월경 교섭하고 1차 원탁회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 장익성


진보·개혁 정권 창출을 위해 종교계 원로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4개 종단 진보·개혁단체로 구성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아래 종교인협의회)는 '대통합 원탁회의'를 꾸리고 지지부진한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뛰어들었다.

종교인협의회는 1992년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기독교·목정평),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가톨릭),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원불교), 실천불교승가회(불교) 등 4개 종단 진보·개혁세력이 참여해 만든 협의체로 15년 동안 대사회적 목소리를 내왔다.

종교인협의회가 진보·개혁 정권 창출을 위한 범여권 대선주자 규합에 나선 데는 지난해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의 영향이 크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원탁회의 구상에 본격적인 불을 지폈다. 이들의 탈당으로 진보·개혁세력이 좌초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그렇다면 종교인들이 이같이 진보·개혁 정권 창출의 기치를 내건 이유는 뭘까. 종교인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해학 목사는 29일 "6월항쟁 이후 한국사회가 개혁을 거쳐 진보로 나아가려는 시점임에도,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리려는 보수 세력의 힘이 팽배해 있다"며 "개혁이라는 '공사'가 완성되기도 전에 허물어트린다면 큰 혼란과 함께 부정적 결과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독재정권으로의 회귀를 막겠다는 뜻이다.

종교인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도 이 목사는 "잘못된 역사적 잣대와 욕심으로 정권을 세우기 위해 나선다면 문제지만, 종교인들이 올바른 도덕적 권위를 갖추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성서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현재 보수 기독교의 정치 참여 모습은 올바른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종교에 유리한 특정 후보를 세우기 위한 행태"라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정치참여"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잘못된 역사의식과 사심 없는 종교인의 정치참여는 옳은 일"

- 종교인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종교인의 정치 참여는 옳은 일이다. 종교인이 정치권력을 잡겠다고 하면 잘못된 일이지만, 도덕성과 권위를 갖추고 잘못된 정치를 책망하는 것은 예언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 올바른 정치권력을 세워내는 것은 제사장적 기능이다. 종교인이 정치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독일의 히틀러 정권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독일에 히틀러 정권이 들어섰을 때 국민 90%가 기독교인이었는데도 이들은 히틀러를 지지하고 찬양했다. 반면 5%도 안 되는 기독교인만이 항거하다 감옥에서 죽어갔다. 당시 기독교인이 역사를 제대로 읽어 히틀러의 망상에 숨겨진 만행을 예지했다면 히틀러 정권의 행보를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는 것에 동조했고 그 결과 2차대전이라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나.

이와 함께 결과적으로 히틀러에게 반항했던 소수 종교인들이 그 당시에는 매도됐지만 지금 보면 '참예언자'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종교계가 어떤 지도자를 세우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의식과 욕심에 따라 정권을 보면 문제지만, 사무엘과 같이 사심 없이 하나님 뜻을 실현키 위해 왕을 세우는 것은 도덕적이고 권위를 갖출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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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학 목사는 종교인이 사심 없이 도덕적 권위를 갖추고 정치에 참여할 때 올바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 장익성


"진보로 나아갈 시점에 보수로 회귀할 위험 있어 나섰다"

-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게 된 이유는.
"현재 뉴라이트를 위시한 보수세력의 정치참여를 큰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정권을 좌익으로 규정하고 우익 정권을 세우기 위해 정치에 참여한다. 지금은 보수적이던 한국사회가 6월항쟁 이후 개혁을 거쳐 진보로 나가고 있는 단계다. 개혁의 중심을 잡으려고 터를 닦는 시점에서 보수세력은 이를 저지하려 한다.

지하철 공사를 하면 찻길이 막혀 큰 불편이 생긴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면 지상과 지하 길이 뚫려 모두 혜택을 입고 편하게 다닌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혁의 시기를 거쳐 진보의 단계로 들어서면 한국사회는 진일보한 단계로 접어든다. 그럼에도 보수 세력은 잘못된 역사의식으로 6월항쟁 이전 시대로 되돌리려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종교인들이 나섰다. 종교인협의회는 어떤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혁을 거쳐 진보로 가야할 시점에서 보수로 흐를 위험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또 이 일을 현재 정치인들이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인들이 새판을 짜는 데 물꼬를 터주기 위해 나선 것이기도 하다."

"일부 정치인 언론플레이로 원탁회의 좌초 위기 맞기도"

- 원탁회의 구상은 언제 했나.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난 후다. 또 이를 계기로 열린우리당은 '난파선 같다'는 의식이 팽배해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집단 탈당으로 '진보·개혁 세력의 좌초가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원탁회의 구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 종교인협의회에 대해 설명해 달라.
"6월항쟁을 거치며 만들어진 4개 종단 협의체다. 목정평,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실천불교승가회 등 개혁세력들이 1992년에 만들어 15년 동안 사회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동안 여러 형태로 모이다가, 정치가 파행으로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정치에 참여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 종교인협의회에서 품으려는 범여권 폭은 어디까지며 거명할 수 있는 주자는.
"이른바 범여권의 모든 주자를 포괄할 계획이다. 기존 정치인, 비정치 세력뿐 아니라 새롭게 거명되는 이들도 원탁회의에 들어올 수 있는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손을 뻗칠 주자는 아직 교섭 단계다. 교섭을 통해 4월 10일을 전후해 러브콜을 보낼 예정이었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원탁회의를 자기 편에 유리하게 활용키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밥이 뜸도 들기 전에 밥솥을 여는 격이 됐다.

전체 후보들에게 교섭 한 번 들어가기도 전에 언론에 공개돼, 교섭을 안 받은 사람은 소외 된 줄 알고 있다. 언론의 독성이 이번 일로 그대로 드러났다. 잘못하면 원탁회의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각 종단 원로들이 다시 모여 의논한 결과 솥단지에 물을 다시 붓고 준비하자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내달 10일경 1차 원탁회의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 그 때까진 교섭이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손학규 영입 문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종교인협의회에서 러브콜을 보내려는 이들 중 특별하게 마음속에 담아둔 인물이 있는가.
"이번 일에 대해 정치세력과 시민단체에서는, 단독으로 추진한다고 항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각 단체들엔 어떤 인물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나 종교인협의회는 그런 의도가 없는 종교인들이 중심에 서 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주자와 가깝더라도 이 모든 것을 백지화할 것이다. 원탁회의 영입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맞춰 영입할 계획이다. 상식적인 원칙을 제안하고 그 제안을 받는 주자는 영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탈락시키면 된다."

- 한미FTA가 큰 화두다. 원탁회의 영입대상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 FTA에 찬성하는 쪽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구체적 사안을 잣대로 후보를 결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손 전 지사 문제를 얘기하자면,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자기 세력을 규합하는 것엔 중요한 정치적 가치가 담겨 있다. 따라서 손 전 지사는 자기 세력을 더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탁회의에 손 전 지사를 영입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부르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는 실정이다. 부르지 말자는 쪽은 부정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손 전 지사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그의 중요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돕는 것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범여권 국민 후보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팽팽한 상태다."

"미래구상, 전진코리아 등 자문 받는 정도... 공조라 말할 수 없어"

- 현재 진보·개혁 정권 창출을 목표로 창조한국 미래구상, 전진코리아, 통합번영 국민운동 등 단체가 있는데 이들과 연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독자적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연대라기보다 필요에 따라 자문도 받고 몇 가지 상의도 할 뿐이다. 이 정도의 관계를 맺을 뿐이지 공조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원탁회의 구상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한나라당은 당연히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고 민주노동당 쪽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세력이 타 정치 세력을 너무 성급하게 비판하면 당쟁논리로 빠질 위험이 있다. 남이 하면, 잘한 것도 잘못했다고 비판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성숙하지 못한 자세다."

"시대정신 감지 못하면 기독교 자체가 쇠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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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학 목사. ⓒ 장익성

- 현재 한국사회와 교회를 진단한다면.
"한국 사회는 민중의 삶은 외로운 반면 기득권자들은 활개 치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들어 인권문제를 해결했고, 참여정부에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 이런 노력은 인정돼야 한다. 참여정부를 거치며 깔아놓은 많은 개혁 인프라가 결실을 얻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사학법을 재개정하자는, 있을 수 없는 행태는 앞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구축해놓은 개혁 기반을 허물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기독교는 미쳐서 사학법 재개정을 기독교의 사명같이 인식해 머리까지 깎는 천민 기독교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독교가 앞으로 이런 모습으로 나간다면 심판대에 설 것이 분명하다. 5·18 학살 이후 기독교 목사들이 독재자에게 손을 들고 축복해준 것이 기독교 현실임에도 이에 대한 반성 없이 집단 이기주의를 옹호하는 기독교는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감지하지 못하고 헤매다간 기독교란 종교 자체가 쇠퇴의 길을 걷고 말 우려가 크다."

- 한기총이 5월 17일 대선 후보를 검증하겠다며 대선 후보 정책 포럼을 열겠다고 했는데.
"종교인들의 정치 참여는 찬성이다. 다만 식견 없는 이들이 마치 어떤 의도 아래 자신의 종교에 유리한 쪽으로 몰고 가기 위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정치참여다."

- 진보교계와 보수교계의 정치참여를 구분할 수 있는 특색은.
"사학법을 보면 명확한 답이 나온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집단 이기주의에 따라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 객관성을 지닌 이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진보개혁세력 위기의 원인은.
"우선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죽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죽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을 못 믿기 때문이다. 결국 끝없이 정치 기교만 부렸기 때문에 국민에게 버림받았다.

그러나 진리를 위해 죽으면 국민이 살려준다. 이제라도 살기 위한, 권력을 지탱하기 위한 정치 기교는 버릴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정권 #노무현 #종교계 #원로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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