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이 악재? 한나라당의 고민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꼭지 조간신문 리뷰

등록 2007.03.30 13:29수정 2007.07.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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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의 '가을위기설'을 다룬 <경향신문> 30일자.

한나라당의 '가을위기설'을 다룬 <경향신문> 30일자.


신문 지면이 어지럽다. 막바지에 이른 한미FTA 소식에다가 안희정 밀사설, 거기에 한나라당 내분 소식이 뒤엉켜 무엇부터 챙겨볼지 헷갈린다. 한 마디로 뉴스가 많다. 그러나 어지럽다.

그런 분들에게는 오늘(30일) <경향신문> 기사 하나를 소개한다. 어지러운 뉴스들을 한 묶음으로 엮어 볼 수 있는 기사다.

최재영 기자가 쓴 이 기사는 한나라당에 관한 기사다("FTA·정상회담 어정쩡…'가을 위기설' 떠도는 한나라"). 한나라당의 '가을위기설'을 다뤘다. 한미FTA나 남북정상회담이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대선정국의 함수관계를 짚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한나라당"에 대한 짤막하지만 시사적인 보고서다.

'감귤세례' 받은 한나라당 제주도당

한나라당의 고민은 한미FTA나 남북정상회담이나 마냥 환영할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만 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최재영 기자는 그 단적인 사례로 29일 제주도당이 감귤재배 농민들로부터 '감귤세례'를 받은 것을 들었다.

거센 한미FTA 논란에도 침묵으로 피해왔던 한나라당이 어쩔 수 없이 '협상 6원칙'을 내놓았다가 29일 제주도당이 감귤농장으로부터 '감귤세례'를 받았다.


한나라당 한미FTA체결대책특위는 하루 전 '협상 6개 원칙'(다른 언론들에서는 7개 원칙이라고 하고 있다)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쌀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쇠고기·오렌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게 화근이 됐다.

저지 대상에 감귤이 빠진 것이다. "감귤 외면하고 오렌지 환영하는 한나라당"에 감귤 세례를 퍼부은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골칫거리다. '원칙적으로'는 찬성이지만 안팎 사정이 복잡하다. 대북 정책 수정 문제로 정형근 의원과 이를 주도하던 송영선 의원이 제2정조위원장 자리를 사임하는 등 중도 하차 파문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안인들 어정쩡하고 오락가락이다.

"한미 FTA를 두고는 '노무현 대통령이 결단을 통해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도 '결단이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나경원 대변인)"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안희정 밀사설'에 대해 "밀행 속에서 추진되는 정상회담은 대선용 정치 이벤트"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최재영 기자는 한나라당의 '위기설'은 바로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과열 양상을 띠면서도 '새로운 것'은 별로 없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구도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29일 재연된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간 대립은 단적인 징후다. 두 대선 주자간 갈등으로 인한 당 내분으로 지리멸렬한 가운데 한미FTA와 남북 정상회담이 쟁점화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최 기자가 전하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떠도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루한 '이·박 싸움'으로 국민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가운데 대선의 분수령인 가을부터 남북관계와 FTA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다면 한나라당 기사는 탈당 말고는 신문 1면에서 보기 힘든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중략)…반면 범여권엔 노 대통령의 '실정'과 '정상회담 찬성' '한미FTA 반대'로 묶어내면서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울 정치적 공간을 마련해 줄 개연성이 커진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한 편 된다?

a '한미FTA 협상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가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앞에서 20여명이 여야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미FTA 협상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가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앞에서 20여명이 여야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결정타는 따로 있다. 최 기자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색다른 관점'을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한 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심상정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FTA 협상이 타결되면 정치인과 정치권이 찬성 쪽의 신보수와 반대 쪽의 진보로 양분될 것"이고 그리되면 "한나라당과 대선 주자들은 FTA 정국에서 노 대통령과 같은 입장에 설 수밖에 없어 정치적 곤경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한 편? 그렇게 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정말 '치명적'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최재영 기자는 그 답도 내놓았다. 이 역시 한나라당 관계자의 '답'이다.

"기득권층과 보수표를 의식해 대정부 공세에 열중하기보다는 전체 국민의 이익과 한반도 평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자면 한나라당은 먼저 일부 한나라당 우호 신문들의 '주문'부터 뿌리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오늘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안희정 밀사설'을 다루면서 이를 "재집권을 노린 정상회담 승부수"라고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FTA를 향한 한·미 정상의 정치적 의지를 환영'하고 나섰다. 어쩔 것인가?

게다가 민심의 흐름도 복잡 미묘하다. CBS가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한미FTA 협상 타결 쪽에 대한 찬성이 '50.0%'였다(협상 중단 36.3%). 한나라당(58.0%>31.4%)과 열린우리당(45.2%>38.4%) 지지층에서 협상 타결 의견이 많았다.

지역별로는 강원(79.9%>20.1%), 전북(59.2>26.2%), 대전/충청(58.9%>32.7%), 서울(53.3%>26.9%), 인천/경기(53.2%>33.7%) 순으로 타결 의견이 많았다. 반면 전남/광주(28.8%<49.1%), 대구/경북(38.8%<48.6%)은 '중단' 쪽이 더 많았다.

서부 벨트에서는 '타결 쪽이 많은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는 밑질 것은 없겠으나, 정작 지역적 본거지인 '대구/경북'이 문제다. '대구/경북'은 사과 등 과일 농사 비중이 크다. 이를 어쩔 것인가? 이래저래 한나라당의 고민은 더 깊어만 갈 것 같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 리뷰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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