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도 안준다는 봄 '첫 솔'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향긋하며 단맛나는게 과연 그렇구나

등록 2007.04.01 15:27수정 2007.04.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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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무침, 봄에 처음으로 올라온 노지부추로 무쳤다
부추무침, 봄에 처음으로 올라온 노지부추로 무쳤다맛객
그게 그렇게 몸에 좋을까? 아님 그렇게 맛있을까? 사위도 안주고 영감한테만 먹인다고 하니 말이다. 겨울동안 땅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첫 부추가 그렇단다.


광주 대인시장 입구 길가에서 할머니에게 구입한 봄 첫부추
광주 대인시장 입구 길가에서 할머니에게 구입한 봄 첫부추맛객

사온 다음 날인데도 파릇하게 생명력이 살아있다. 솔솔~ 쑥! 쑥! 자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사온 다음 날인데도 파릇하게 생명력이 살아있다. 솔솔~ 쑥! 쑥! 자랄 것만 같은 느낌이다맛객
일단 생김새부터 시장과 마트에서 사시사철 나온 것과는 다르다. 크기만 컸지 축 처지고 가지런히 묶여있어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약한 부추가 아니다. 작지만 파릇파릇 생기가 넘친다. 제각각의 크기는 인간의 인위적 손길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랐구나 싶다.

한 할머니가 발품 팔아 채취한 나물을 팔고 있다. 봄에 가장 맛있다는 미나리와 쑥 머위가 보인다
한 할머니가 발품 팔아 채취한 나물을 팔고 있다. 봄에 가장 맛있다는 미나리와 쑥 머위가 보인다맛객
안 그래도 영양부추, 거기에 대지의 기운까지 머금었으니 약부추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이 약부추를 만난 곳은 광주 대인시장. 26일, 충장로에서 택시를 타고 광주역으로 이동 중에 내렸다.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길가에서 나물과 채소들을 팔고 계시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머위 한 바구니에 2천원
머위 한 바구니에 2천원맛객
마침 들러보려던 말바우 시장이 서지 않아 아쉽던 차 잘됐다 싶다. 보기만 해도 향이 느껴지는 쑥 한 바구니가 2천원. 몇 번을 끓여먹고도 남을 정도로 후한 인심이다. 안 살 수 없지. 쑥부쟁이도 2천원, 머위도 2천원이지만 맛객이 다니는 부천 원미시장의 두 배정도 된다. 부추는 흔해 지나칠 만한데 첫 부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갑을 열었다.

소나무잎을 닮아 솔?

맛객은 어린시절 늘 먹고 자란 게 부추다. 우물가에 조그만 텃밭이 있었는데 겨울만 빼고는 언제든 베다 먹었다. 당시 부추라는 말 대신 '솔'이라 불렀다. 서울로 올라와 부추라는 말이 적응되지 않았고 그 크기에 놀라자빠졌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데다 개량종 부추였던 까닭이다.


지금은 보기도 힘들어진 토종 부추는 가늘고 크기도 솔잎의 모양 그대로다. 그래서 솔이라 불렀는지 모르겠다. 그 솔로 담근 김치는 솔지. 이젠 아련한 고향의 맛이 되었다.

부추무침에 들어간 재료: 액젓. 조선간장. 고춧가루.마늘 조금. 통깨 조금. 설탕 극소량. 매실액 조금
부추무침에 들어간 재료: 액젓. 조선간장. 고춧가루.마늘 조금. 통깨 조금. 설탕 극소량. 매실액 조금맛객
이 아까운 부추를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무치고 비벼먹기로 한다. 재료가 좋으니 무침에 별다른 비법이 뭐 있겠는가. 조선간장과 액젓에 마늘 조금 넣고 고춧가루와 참깨 조금 넣었다. 대파도 조금 들어갔다.


설겆이는 귀찮지만 촬영을 위해 그릇에 담아보았다
설겆이는 귀찮지만 촬영을 위해 그릇에 담아보았다맛객
신맛과 잘 어울리는 부추니까 나름 손맛을 더한다고 매실원액을 조금 넣었다. 자화자찬 같아 쑥스럽지만 함께 먹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양념에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면서 무슨 양념이냐고 물어본다. 훗!

부추는 비빔밥으로도 맛있다
부추는 비빔밥으로도 맛있다맛객

부추비빔밥, 부추는 피를 맑게 해준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인지 정력에 좋다고 말한다
부추비빔밥, 부추는 피를 맑게 해준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인지 정력에 좋다고 말한다맛객
냄새가 절정인 막 지은 밥과 함께 먹어보고 또 비빔밥으로 먹어본다. 첫 순이라 그런지 부드럽기가 말도 못한다. 어쩜 이리도 부드러우면서 쫄깃할까? 식감만 좋은 게 아니다.

향긋함은 향긋함대로 매력 있고, 부추의 매운맛은 온데간데없이 단맛이 난다. 이래서 첫솔이라 아니 첫부추라 하나보다. 인정! 여기에 쑥국까지 더해지니 이 순간, 더 이상의 맛을 찾는다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봄의 향기, 쑥으로 끓인 국
봄의 향기, 쑥으로 끓인 국맛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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