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바위 안내판김대갑
기이한 바위가 하나 있다. 언뜻 보면 아무런 생명력이 없는 돌덩어리인데, 자세히 보니 두 남녀가 숲 속에서 짙은 애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길고 긴 입맞춤을 나누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이상하다. 바위는 그저 바위일 뿐인데, 그걸 발견한 사람들이 사랑바위니 뭐니 하며 희한한 이름을 갖다 붙이고 애틋한 전설 하나를 만들어냈다. 전설이 하나 붙으니 정말 그럴싸하다. 사람의 상상력이란 대단하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수명장자와 바리공주, 강림 도령과 막막 부인이 살던 그 오랜 옛날이었단다. 부모님이 호환을 당하여 천애고아로 자라난 오누이가 있었다. 둘은 불영사 계곡의 깊숙한 곳에서 약초를 캐며 정답게 살았는데, 어느 날 오빠의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산신령은 하늘의 옥황상제께서 병이 드셨고 불영사 계곡에서 자생하는 삼지구엽초를 다려 먹어야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산양들이 삼지구엽초를 다 뜯어먹어 기암절벽 위에 겨우 남아 있으니 그걸 구해오면 큰 상을 주겠다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오빠는 꿈속에서 만난 산신령의 모습과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여 사실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오빠의 기척소리에 어느새 누이동생도 잠에서 깨어났다. 누이는 천상의 선녀처럼 눈부신 미모를 지녔으며 입가에는 늘 촉촉한 이슬이 맺혀 있었다. 오빠는 누이에게 신령을 만난 꿈 이야기를 전했는데, 누이는 뭔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듯 했다.
두 사람은 오누이이면서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며, 연인이면서 다정한 오누이였다. 세상에 단 하나 의지할 사람은 오직 그들 자신뿐이었다. 누이는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도 오빠를 따르리라 결심한다. 오빠는 그런 오누이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아무 일 없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