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움직이는 이해찬

지리멸렬 여권 "평화로 모여라"... 청와대, 개성공단 FTA포함 강조

등록 2007.04.05 22:35수정 2007.04.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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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정책연구원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자인 이해찬 전 총리와 정세균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서주석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정책연구원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기조연설자인 이해찬 전 총리와 정세균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서주석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정치권이 시끄럽지만 한켠에서 또 다른 현안이 자라고 있다. 바로 '평화' 이슈다. 여권의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평화세력-전쟁세력'의 대결구도로 짜여지길 내심 바란다. 하지만 한미FTA로 인해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시민사회가 각기 찢어진 상태이기에 상황은 간단치 않다.

정세균 의장은 이같은 여권의 분열상에 대해 그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정 의장은 5일 통합추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FTA 문제는 이념적인 문제가 아닌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합에 직접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것을 경계했다.

앞서 송영길 의원(당 한미FTA특위 위원장)은 "FTA 찬반 문제로 통합신당 추진 흐름에 장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통합신당의 기초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어온 한반도 평화세력의 총집결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관심을 갖는 것은 6자회담, 정상회담, 북미수교 등 얽혀 있는 '평화' 이슈다.

복지·성장·평화 한번에 잡는 북풍, 한번 불면 세다

한미FTA로 인해 노 대통령과 일시 해빙무드를 맞은 한나라당이 '트로이 목마'를 의심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은 사안도 이른바 '북풍'에 대한 염려다. 대선 때마다 여론조사로 드러나는 최대 이슈는 '경제'지만 파괴력에 있어선 '남북 문제'가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선거기획통인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반수구연대라고 했을 때 '평화'가 그 고리가 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다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제는 6ㆍ15회담처럼 남북정상의 만남 자체가 주는 감동만으론 안 된다. 대중이 함께 웃고 우는 '손에 잡히는 통일'이어야 한다. 군축 회담이 성사되면 군비를 복지로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개성공단 문제가 잘 풀리면 대북 투자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 여기에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면 그야말로 복지·성장·평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평화'는 여권의 최대공약수다. 정동영 전 의장은 다음주 동해안에서 임진각까지 '155마일 철책선 평화대장정’에 돌입하는 것도 이같은 정황과 무관치 않다. 3불 정책과 한미FTA에 있어 각을 세운 정운찬 전 총장도 호남에 가서는 "햇볕정책이 한반도의 미래"라며 확실하게 동조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하며 '선진평화연대'를 주창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람은 이해찬 전 총리다. 방북 뒤에도 그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잠행에 가깝지만 무게감은 남다르다. 지난주 한미 FTA 협상에 막바지에 올랐을 때, 협상장인 하얏트 호텔의 다른 공간에서 의미심장한 얘기를 던졌다.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연이었다.

이 전 총리는 방북 전 버시바우 미국 대사를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 이게 부시의 뜻'이다"라며 "이를 북에 전달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5·6월을 의미심장한 시기로 보고 있다. 2ㆍ13 합의에 의한 초기조치 이행기간이 만료되고, 6자 외무장관회담이 예정된 시기다. 이 전 총리는 그 다음 수순을 북미간 협상과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으로 보고 있다. 물론 2ㆍ13 초기조치의 실행 결과가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나와야 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얘기다. 그는 올해는 자신이 이 문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4자 정상회담' 성사 전념하는 이해찬

a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정책연구원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기조연설을 맡은 이해찬 전 총리가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정책연구원 주관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기조연설을 맡은 이해찬 전 총리가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미FTA 협상 타결과 관련해 이 전 총리가 주목하는 사안은 개성공단 문제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인 그는 정부를 상대로 '훈수'를 둘 뿐, 좀체 질의하는 법이 없지만, 지난 4일 김현종 통상본부장을 상대로 개성공단 협상 과정을 소상히 설명해 줄 것을 당부했다.

협정문에 '개성'이란 단어는 없지만 '역외가공지역'이라는 표현을 통해, 개성공단 외에 다른 북한 공단에서 생산하는 물건까지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김현종 위원장은 "미국측에선 '상당히 민감한 이슈기 때문에 이 부분(개성 공단)을 너무 강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았지만 '국내 분위기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도 적극 진화에 나섰다. 5일 윤대희 청와대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 협정은 향후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의 생산품에 대한 특혜관세를 부여할 장치를 별도 부속서류를 통해 구체적으로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미FTA 협정에 개성공단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집착이 어느정도인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임종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성공단지원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4월 임시국회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표 정책위원장은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의 문을 여는 신호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 육성, 지원할 것"이라고 잔뜩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 FTA 타결 직전, 미국측 협상단을 만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강하게 압박한 임종석 의원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예상했던 것 보다 성과가 크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경제 이슈를 압도할만한 폭발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개성공단 협상에 집착하는 청와대... 왜?

a 28일 오후 개성공단내 '좋은사람들' 공장에서 북측 여성노동자들이 남녀 속옷을 만들고 있다.

28일 오후 개성공단내 '좋은사람들' 공장에서 북측 여성노동자들이 남녀 속옷을 만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현재로선 여권의 이같은 '희망사항'의 실현 여부는 온전히 북미 관계에 달렸다. 청와대도 "6자 회담의 성과를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방북한 이화영 의원이 '2차 방북'을 추진하고 있고, 또 이 전 총리가 4~6월 중 미국, 일본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사실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해찬 전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화영 의원이 간사인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는 다음주 12일 대전을 시작으로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전국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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