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한북미중 정상회담 예상"

6일 전북대 특강... 이해찬 '4자회담' 추진설 맞물려 주목

등록 2007.04.06 11:47수정 2007.04.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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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미·북·중 4자 정상회담을 예상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6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북대 특강에서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장관급회담도 열려야 한다"며 "나아가 한·미·북·중 4자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4자 정상회담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열려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반 조치와 적극적인 남북간 교류협력의 추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반도에는 일거에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고 각종 교류, 협력이 왕성해질 것"이라고 말해 6자 회담의 성공을 낙관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예상은 최근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 뒤, 주장하고 있는 4자 정상회담 추진설과 맞물려 향후 한반도 정세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 쪽에서 배포한 강연 전문이다.

"4자 정상회담으로 평화 프로세스... 올해 안 남북정상회담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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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망

존경하는 서거석 총장과 이양근 대학원장. 그리고 교수, 학생 여러분!


전북대학교의 개교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또한 호남의 명문대학인 전북대학교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받게 된 것을 다시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드려 마지않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지금 세계의 이목이 6자회담에 쏠려 있습니다. 과연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야말로 북한 핵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과 북한 쌍방이 그 해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해결 방안에 대해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은 한반도에서 6·15정상회담에 이은 제2차 해빙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첫째,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주고받는 협상을 거부해왔습니다. 또한 북한을 '악의 축'으로 선언하고 그 체제를 전복시키려고까지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을 추방시켰습니다. 그리고 제네바 합의를 파괴한 동시에 미사일 발사 시험과 핵 실험을 강행하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강경정책은 실패한 것입니다.

둘째, 미국은 또한 일본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중국이나 한국의 전면적 동참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미국은 군사적 제재를 위한 선제공격도 거론해보았지만 중동에서 미군이 발목 잡혀 있는 현 상황에서 그러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여유는 없는 것입니다.

넷째, 작년 가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사실입니다. 민주당은 클린턴 대통령 시대에 추진한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시대에 북핵문제는 거의 성공의 단계까지 갔으나 공화당으로의 정권교체 때문에 완결 짓지 못하고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저는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협력해 햇볕정책을 실천함으로써 거의 성공단계까지 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움이 큽니다.

다섯째, 한편 부시 대통령은 임기 말을 앞두고 중동에서 실패하고 있는 마당에 한반도에서라도 성공해서 업적을 세워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6자회담을 성공시켜야 할 필요성은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째,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고, 미국과 직접대화 속에 북한의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국교정상화 등 모든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둘째, 북한은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어야만 IMF(국제통화기금)나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일본과의 국교도 정상화해서 약 100억 달러로 예상되는 배상금도 받을 수 있고, 국제자본의 투자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이 북한이 오늘의 파멸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길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합니다.

셋째,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하는 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 핵무기 보유를 고집한다면 중국이나 한국은 경제제재에 적극 동참해서 이를 막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 보유는 일본이나 대만이 핵을 개발하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있어서는 악몽과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용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넷째, 북한이 핵의 완전 폐기에 응할 것이라고 믿는 이유 중의 하나는 최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말은 신성불가침한 절대적 명령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강조함으로써 미국과의 거래에서 핵을 완전 포기했을 때 불가피하게 제기될 수 있는 북한 주민이나 군부의 반발을 막는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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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존경하는 여러분!

2007년 올해야말로 한반도에서의 오랜 숙제인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북한은 4월 13일까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봉인해야 합니다. 또 북한은 핵에 대한 감시와 검증을 위한 IAEA 조사단도 초청해야 합니다.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신고해야 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북미간 국교정상화를 위한 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 미국이 취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북미 국교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를 개시해야 합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과정도 개시해야 합니다. 또한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종료하는 과정도 개시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북한의 모든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가 취해지면 한국을 위시한 미,일,중,러 5개국은 100만 톤의 중유를 북한에 공급하게 됩니다.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장관급회담도 열려야 합니다. 나아가 한·미·북·중 4자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는 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남북간의 정상회담도 금년 안에 열려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반 조치와 적극적인 남북간 교류협력의 추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성공 등에 대해서 대화와 협력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에는 일거에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고 각종 교류, 협력이 왕성해 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위와 같이 한반도 평화, 교류 협력이 실현되면 우리의 염원인 민족통일을 위한 과정이 촉진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통일은 우리의 지상명령이고 절대적인 당위성입니다.

첫째, 우리는 1300년간 단일민족으로서 통일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러한 예는 세계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통일은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것입니다.

둘째, 우리 민족의 분단은 전적으로 타의에 의한 것입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전후 처리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은 우리 민족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남과 북으로 양단시킨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인위적인 분단의 전형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거부하고 원상회복의 통일을 실현할 필연성과 권리가 있습니다.

셋째, 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남북은 서로 무릎을 맞대고 민족의 통일을 회복하는 데 합심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의 국민은 물론 우리 조상과 후손들에 대한 남북 양 당사자 모두의 피할 수 없는 의무입니다.

그러면 통일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통일은 수백만명의 남북 민족이 희생된 베트남식의 무력통일 방법은 절대로 배제해야 합니다. 또한 극단적 갈등을 면할 수 없는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배제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엄청난 희생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력히 보아 왔습니다. 통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민족이 하나가 되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통일의 대원칙으로서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방향을 굳건히 지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의 과정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1단계는 남북이 현재와 같은 독립국가 자격으로 교류 협력하는 남북 연합제 방식입니다. 2단계는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연방제 형태로 중앙정부가 외교권과 군사권을 갖고 남북 자치정부가 대부분의 내정권을 갖는 방식입니다. 3단계는 북한의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남북 국민의 마음이 이만하면 서로 안심하고 같이 살 수 있다고 되었을 때 완전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통일은 어디까지나 공동승리의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숙청당하는 통일은 안정과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그런 통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과정에서 한반도는 커다란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남쪽에서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전면적으로 북으로 이동해서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면 북과 남이 다 같이 혜택을 보는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개성공단의 예가 이를 증명합니다.

한편, 대기업들은 이미 북한과 합의된 바에 따라 북한의 철도, 항만, 관광, 전기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개발과 복원, 산업기반의 건설에 매진함으로써 북한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한국경제의 도약에 공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기차의 '철의 실크로드'를 발전시켜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우리의 경제가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는 '한강의 기적'을 넘어 '압록강의 기적'의 시대를 열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통일에의 당위성은 분명합니다. 통일만이 우리가 평화롭게 사는 길입니다. 통일만이 우리가 번영 속에 사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번영은 우리 민족을 21세기 선도국가의 대열에 서게 할 것입니다.

최근 저명한 국제전문기관인 골드만삭스는 2050년까지는 한국은 미국 다음 가는 경제적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국민 1인당 소득이 8만 1천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독일의 <디 벨트>지는 30년 후에 한국은 독일을 앞설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권위기관의 예측은 우리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한반도에 평화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남북이 협력 체제를 확립했을 때 비로소 성공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적 통일의 희망이야말로 이러한 전망을 확고부동하게 만들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일생을 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협력,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고 주장해 왔습니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서릿발 같은 냉전의 상황에서 대북 적대정책이 추진되고 있을 때도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미·일·중·소 4대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보장을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6자회담인 것입니다.

저는 1993년 1차 핵 위기가 발생한 이래 일관되게,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북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교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미간의 직접 대화 속에 상호 주고 받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차 핵 위기 당시 미국의 내셔날프레스클럽 연설을 통해서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했고, 카터 전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실현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의 물줄기를 크게 열어놓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근자의 북한 핵문제의 갈등 속에서도 일관되게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국교정상화 등을 반대급부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 실험을 했을 때 세계가 경악하며, 이제 파국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여론이 들끓을 때도 저는 북미간의 직접대화와 주고받는 협상만이 해결의 길이고, 또 이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행히 지금 사태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와 6자회담 상설화에 의한 동북아의 안정 등을 위해서 저의 힘을 다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젊은 여러분도 민족 상호간의 평화의 꿈을 가지십시오. 민족의 번영에 대한 희망을 가지십시오. 21세기 일류국가에 대한 자신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통일에의 찬란한 꿈을 견지하십시오. 그리하여 이 땅에 평화와 번영,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시대를 열어 가십시오.

우리 민족의 미래는 창창합니다.

여러분의 미래도 창창합니다.

여러분의 사명은 막중합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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