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퍼주기' 아닌 '퍼오기'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금년은 햇볕정책이 빛을 보는 해"

등록 2007.04.06 15:29수정 2007.04.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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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북한 주민들이 생존유지를 할 수 있게 우리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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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문경미

김대중 전 대통령은 6일 오전 열린 전북대 특별강연을 마친 후 한 학생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하느냐'고 질문하자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사회적 인권과 정치적 인권으로 분류한 후 "공산권 국가도 잘 먹고 잘 치료받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인권이 있어야 한다"면서 "선거권과 민주주의 등 정치권 인권은 현재로서는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권이 급한 것은 배고픈 사람이 죽지 않고 먹고 살게 하고, 최소한 전기불이라도 들어오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며 "정치적 인권에 대해서 비판하면 더 굳어진다, 그러면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산권은 그렇게 사회를 봉쇄하고 (주민을) 억압하니까 경제가 망한다"면서 "경제가 안 망하려고 개방을 하고, 그래서 세상을 알게 된다, 그 때 정치적 인권이 생겨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로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최대한 지원하면서 북의 개방을 유도하면 민주화 등 정치적 인권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제시했다.

"6자회담 자체가 햇볕정책"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 방식을 구소련과 동구권 공산국가들의 사례에서 찾았다.


그는 "과거에 구소련에 대해서 '악마의 제국'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런 문제 해결이 안됐다"면서 "그런데 (미국이) 데당트 정책을 펴면서 동서가 왕래하고, 경제·문화 교류하면서 소련 사람들이 '자기 사회가 가장 행복한 사회'라고 착각했지만 서구 사회를 알게 되면서 고르비가 개혁·개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 탄압하는 독재국가라며 비판할 때는 변화가 없었는데 서구사회와 교류하면서 변화가 오고 소련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도 지옥 같은 사회였는데 닉슨이 대화해서 유엔가입하고 중미관계가 정상화되면서 등소평이 개혁·개방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중국과 구소련의 사례를 들면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비난보다는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금년은 햇볕정책이 빛을 보는 해일 것"이라며 "햇볕정책의 역사는 길다, 마침내 야당도 이 정책에 동의하고 있다, 더 협력해서 남북이 살고 공동 승리하는 그런 세상에 살자, 햇볕정책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6자회담 자체가 햇볕정책"이라며 "중국 지도자 등에게 6자회담이 성공하게 되면, 6자회담 체제가 '한반도 평화위한 회의'로 계속 유지하자고 제안한 바 있고 동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a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연 전 서거석 전북대 총장에게서 기념품을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연 전 서거석 전북대 총장에게서 기념품을 받고 있다. ⓒ 오마이TV 문경미

북한 대외개방 되면 '퍼오기' 된다

김 전 대통령은 통일헌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당장에 법률이 필요 없다"면서 "1단계로 연합제로 가면 연례적으로 정상회담, 장관회담 등을 해서 법적으로 독립국가로 유지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 투자 많아지고 문화 교류 많아지면 그 때 점진적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적용하는 경제협력 법률, 문화 법률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남북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중국, 소련, 미국, 일본 등 4대국이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고 여러 보완을 통해서 평화협정을 할 수 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일을 대비한 한국 기업의 북한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 등 건설할 때 퍼주기라고 했는데 때가 되면 퍼오기가 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북한 경제를 대외개방 되도록 하고 이를 위해 6자회담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북에 더 진출할 수 있고 북 경제가 발전할 것이다"이라고 했다. 이어 "북 경제가 자력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의 특별강연에는 학생과 교직원, 시민 등 1900여명이 참석하는 대만원을 이뤘다.

"호남은 여권신장 된 것 같다"-"완소남 인정한다"
경륜 있는 농담과 학생들의 재치로 웃음바다 된 강연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륜과 여유가 묻어나는 농담과 학생들의 재치 있는 말들이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 학생이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선 3전4기 등을 언급하면서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는 "살면서 가난에 시달리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4번 떨어진 뒤 5번째 됐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3번 떨어지고 4번째 됐다"면서 "감옥살이도 6년 반하고 망명도 10여년 했고 이걸 가지고 성공했다고 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반전의 화법을 통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저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위험과 손해를 보더라도 양심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5번째 학생이 질문을 하자, "제가 전국 대학들에서 연설을 하는데 질문은 대개 3-4개했는데 전북대에서는 5개를 하네?"라며 "하나만 더 하면 제 지식이 끝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문에 답한 후에는 "나도 더 할 힘도 없고, 좋은 모임 갖게 되어서 기쁘다, 어여쁜 처녀가 진행해서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이상한 것은 경상도, 충정도, 전라도 다니면서 강연을 했는데 전남대와 전북대 할 때만 여성 사회자가 올라왔다"면서 "그러고 보면 호남이 여권 신장이 된 것 같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웃음과 박수 소리가 나왔다.

한편 한 학생은 질문에 앞서 '완소남'과 '완소낭'의 의미를 설명하고 난후 "어제 여자친구와 통화했는데 저에게는 완소남이라고 하지 않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에게는 완소남이라고 했다"면서 "여기까지 정말 힘들게 왔다, 직접 보니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어서 완소남이라고 인정하게 됐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 학생에게 "칭찬해 주어서 고맙다"고 화답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전북대 강연을 마친 후 전주 한 호텔에서 지역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을 갖고, 상경할 예정이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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