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위해 방송 장악해야"

강동순-유승민, 대선 전략 논의 녹취록 파문... '박정희 드라마 제작' 언급도

등록 2007.04.06 19:46수정 2007.04.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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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회 문화관광위는 6일 강동순 방송위원의 호남비하 및 대선 관련 발언 녹취록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강동순 방송위원이 6일 문광위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는 6일 강동순 방송위원의 호남비하 및 대선 관련 발언 녹취록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강동순 방송위원이 6일 문광위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동순 방송위원회 위원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나눈 '대선 승리를 위한 방송 장악' 내용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위원은 한나라당 추천으로 방송위원회에 입성한 인물이다.

문제의 녹취록은 지난해 11월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강 위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전 경인TV공동대표, 윤명식 KBS 심의위원, 장아무개 독립제작사 대표 등 4명이 나눈 대화를 녹음한 내용이다.

이 녹취록에서 강 위원과 다른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를 하기 위해 방송을 활용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유 의원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동순 "한나라당 일이 내 일"
유승민 "대승적으로 도와달라"


강 위원은 중간 중간 한나라당에 대한 깊은 유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화 도중 다른 참석자가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위해 도와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한 배"라고 말하자, 강 위원은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다", "도와준다는 것은 남의 일이라는 얘기"라고 한 술 더 떠 맞장구를 쳤다.

그는 또 "나는 한나라당 의원님들보다도 더 강성이다", "우리 자식들이 이 땅에서 밥 먹고 살려면 이 좌파들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가 못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유 의원에게 "당에서 방송에 좀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김대업 사건 같은 거 또 일어나면 이건 뭐 확인할 시간도 없고 재판으로 하면 버스 떠난 다음에 손드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홍보전략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번 (대선 패배의)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정말 아마추어가 봐도 말도 안되는 전략, 홍보전략(이 원인이다)"라면서 한나라당 대선 홍보에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강 위원과 다른 참석자들의 '대선 승리를 위한 방송 활용 방안'에 대해 유 의원은 "대승적으로 내년에 도와달라"고 말했다. 강 위원은 "후진하는 자동차는 타지 않는다, 운전사가 누구든 전진하는 차를 잡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박정희 드라마' 제작 언급하기도

a 박근혜 전 의원의 대표 시절,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박근혜 전 의원의 대표 시절,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박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 위원은 이날 대화 도중 '박정희 다큐 드라마' 제작, 선거 보도 모니터팀 운영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한달 내로 (시놉시스 등 '박정희 드라마' 제작 계획서를) 만들겠다""선거 때와 관계있으면 더 좋다"면서 구체적인 '박정희 드라마' 제작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강 위원은 유 의원에게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이런 말씀('박정희 다큐 드라마' 제작) 한번 조심스럽게 여쭤봐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박정희 다큐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저작권을 문제삼지 않겠다고 보장하도록 유 의원이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이 요청에 유 의원은 "좀 더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분(드라마를 제작할 PD라고 언급된 사람)을 잘 모르니까"라고 답한 것으로 돼있다.

강 위원은 '우익 시민단체의 선거 보도 모니터팀 운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나라당 후보에 불리한 보도가 나가면, 우익 시민단체들이 방송사나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시위를 하고, 이를 보수 언론이 기사화하는 구조가 되기 위해선 모니터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이후 당시 강 위원이 언급한 '박정희 드라마' 제작 계획에 대해 "별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디어 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모임에 참석한 것은 인정했지만 "이야기 당시에도 별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큰 관심 없다"고 말했다.

강동순 "사적 발언 단죄는 또 하나의 매카시즘"

지난 2일 <무등일보>가 보도한 강 위원의 '호남 비하 발언'과 함께 이같은 녹취록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에 강 위원을 출석시켜 해명을 요구했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소속 의원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녹취록에 실린 내용이 자신의 발언임을 인정했으나 "사적인 모임에서 한 얘기이며 공적인 임무와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또 "사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것을 단죄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매카시즘"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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