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뇌관 건드린 강동순 발언

[지역언론 별곡 - 183] 언론·시민단체 방송위원 사퇴 촉구

등록 2007.04.07 17:39수정 2007.07.09 20:30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2일 강동순 방송위원 발언 녹취록을 처음 보도한 <무등일보>가 6일 속보로 내보낸 기사.

지난 2일 강동순 방송위원 발언 녹취록을 처음 보도한 <무등일보>가 6일 속보로 내보낸 기사. ⓒ 무등일보

건드려서는 안 될 지뢰밭을 다시 밟았다.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이번엔 지역감정의 예리한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 지난해 이효선 광명시장에 이어 10개월 만이다. 문제는 호남민심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터졌다는 점이다.

대선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데다 특정 정당의 대선 승리를 지지한 때문이다. 게다가 호남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호남지역에 거세게 일고 있는 파문이 쉬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지난해 "전라도 놈들은 이래서 안 된다"고 말한 경기도 광명시장 발언 파문과는 그 강도가 다르다. 이번엔 종합편이다. 그것도 대선을 앞두고 마땅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들불처럼 거세다. 어느 쪽이든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충분하다.

광주전남에 들불처럼 번지는 성난 목소리

a <전남일보> 6일자 사설

<전남일보> 6일자 사설 ⓒ 전남일보

시민단체와 언론이 공조를 맞춰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지난 2일 최초로 녹취록 발언내용을 보도한 <무등일보>와 나머지 지역언론들,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공직자인 방송위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물론 망국적 지역감정까지 서슴없이 부추긴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스트레이트 기사와 사설 등에서 성토했다.

지역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강 위원의 호남비하발언 배경과 책임을 물었다. 그 중 <전남일보>는 6일 사설 '지역감정 부추기는 막말 책임져야'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다.


"강동순 위원의 호남 비하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제한 이 사설은 "참으로 해괴하고 몰상식한 망언이 아닐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도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일제히 문제 삼고 나섰다"고 했다. "강 위원은 KBS 감사로 재직할 때 한나라당에 내부 감사 정보를 유출해 말썽이 인 적이 있다"고 한 이 사설은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차관급인 방송위원에 선임됐다"며 "그가 특정 정당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자유지만 사실에도 근거하지 않은 막말로 호남을 비하할 권리는 없다"고 비난했다.

"비하 망언 강동순 즉각 사퇴하라"


a <광주일보> 7일자 사설

<광주일보> 7일자 사설 ⓒ 광주일보

<광주일보>도 7일 사설 '호남 비하 망언 강동순 즉각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강동순 방송위원의 '호남 비하' 발언 등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우리나라가 진짜로 민주화되려면 호남사람들이 깨야 된다고 한 강 위원의 발언은 충격적이다"고 전했다.

사설은 "호남사람들을 '빨갱이 집단'으로 취급하고 민주화에 방해가 되는 세력으로 음해했다"며 "이 무슨 해괴하고 몰상식한 망언인가"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라는 발언까지 했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호남사람들을 매도한 강 위원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 발언의 녹취록을 분석해 지난 2일 처음 보도한 <무등일보>는 '호남비하 발언 물의 강동순 위원 사퇴를'이란 속보 기사를 통해 각 당의 반응을 전달했다.

<무등>은 지난 2일 "국내 주요 방송 정책을 심의 결정하는 방송위원회의 한 방송위원이 '우리나라가 민주화하려면 호남사람들이 깨어나야 한다'는 요지의 호남 비하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국내 모 방송사가 방송위의 요청을 받고 제출한 녹취록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 "지역감정 타파노력에 찬물"

a 광주전남 민언련 등 지역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서

광주전남 민언련 등 지역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서 ⓒ 광주전남 민언련

이와 관련, 광주 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강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과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 광주여성민우회, 민주노총광주지역본부, 광주전남문화연대, 참여자치21, 광주전남녹색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YMCA,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광주지부 등은 5일 '호남비하 방송위원 K모는 즉각 사퇴하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모방송사가 방송위의 요청을 받고 제출한 녹취록에서 방송위원회 K모 위원이 지난해 11월 9일 모 정당소속 의원, 수도권 지역의 방송대표 등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모임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망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녹취록의 내용이 지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터무니없는 호남 비하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빈번했다"는 이 성명은 "이번 발언 또한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을 위한 지역감정 타파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반국가적. 반사회적 행위인 만큼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또 "한나라당 추천을 받은 방송위원은 방송위원 방송사업자 출신으로서, 병역면제 의혹과 내부정보 유출의혹과 관련 방송위원 선임시 부적격 인사로 지목된 인물"이라며 "광주전남지역민들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방송위원회 위원직을 즉각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양식 있는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퇴진운동을 벌일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강동순 #호남비하발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5. 5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