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저곡가 정책의 희생양이었다. 저 늙은 농부가 언제까지 쟁기를 잡을 수 있을까?최종수
허세욱 동지, 거짓 언론에 시너 끼얹고 불 댕기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왜 수입하려는 것일까? 한미FTA를 추진하는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고 한우만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들의 자녀와 손자들은 학교 급식과 대학 식당에서, 군대식당과 회사식당에서 먹을 수밖에 없다. 수입된 쇠고기는 반드시 누군가 먹어서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에 구멍이 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자기 자식이나 손자들이 먹을 수밖에 없는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는 용을 쓰고 안 먹을 수 있지만 자식이나 손자는 먹을 수밖에 없는데도 한미FTA 4대 선결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강제로 먹어야 하는 국민들에게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더 많이 수출해서 소득이 올라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광우병에 걸린 국민에게 소득 4만 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출이 생명보다 소중할 수 없지 않는가. 수출을 더 많이 하기 위해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정부는 제정신이 아니다.
예수께서 수난과 죽음을 넘어 부활한 주일에 전태일 열사와 분신한 택시노동자(허세욱)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지구와도 바꿀 수 없는 하나뿐인 자기 몸에 왜, 시너를 끼얹고 불을 댕겼을까? 자신의 몸을 태울 만큼 농민과 노동자들이 소중했던 것일까? 그렇다. 대다수 국민들이 더 가난해지고 그 가난이 대물림되는 신자유주의 한미FTA를 막으려고 했던 것이다.
"졸속적인 밀실 협상 내용을 명백히 공개하고 알리기 전에는 협상 체결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토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평택기지이전, 한미FTA와 관련해 토론한 적 없다", "4대 선결조건, 투자자-국가 제소건, 비위반제소권 합의해주고 의제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로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말라", "언론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는 유서.
폭력적인 십자가는 강요되지만 진정한 십자가는 강요되지 않는다. 민중의 생존권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택시노동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분신의 십자가를 선택했다. 그동안 일부 언론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한미FTA를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FTA를 추진해야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다고 거짓선전을 했다.
그의 분신은 그러한 언론과 방송이 부추긴 것이다.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은 것이 아니라 민중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는 언론과 방송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댕긴 것이다. 거짓언론과 방송에 죽음을 고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보독재와 국민과 대화하지 않는 독선적인 참여정부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려 했던 것이다. 거짓언론과 방송, 정보독재와 독선적인 정부가 강요한 분신은 국민에게 외치는 절규였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 십자가는 죄악이다. 그러나 깡패국가 미국은 우리 대다수 국민에게 십자가를 강요하고 있다. 광우병과 농촌경제 파탄의 십자가, 헌법을 무너뜨리는 국가소송제의 십자가, 생명과 자연 파괴의 십자가, 비정규직과 실직의 십자가, 대다수 국민에게 가난의 십자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십자가를 강요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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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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