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핀 산수유. 흐르는 물과 꽃은 가장 완벽한 조합의 서정일지 모른다.장호철
의성에는 산수유가 너무 흔한 나무다. 길을 가다 잊을 만하면 눈에 띄는 나무고, 마을 들머리나 산 중턱에 마치 아지랑이처럼 화사하게 꽃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대개 다 산수유라고 보면 틀림없다.
그 중 사곡면 화전리(花田里) 일대는 옅은 파스텔 색조의 노란 산수유꽃의 행렬이 십여 리가 넘게 이어지는 '산수유 마을'이다. 특히 화전 2리 숲실 마을은 주말이면 상춘객과 사진기를 둘러멘 도회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화전리 산수유 마을을 찾으리라고 마음먹은 지 꼭 3주만에야 어제(7일) 숲실 마을에 발을 디뎠다. 처음 두 주말엔 비가 내렸고, 세 번째 주말은 황사가 전국을 뒤덮었던 까닭이다. 좀 이르게 온 듯한 봄기운에 서둘러 핀 탓일까. 4월 초순, 화전리의 산수유는 '끝물'이었다.
모처럼 20도를 상회하는 따뜻하고 화사한 봄날이었는데도 마을을 점령한 듯 들어찬 산수유 숲의 빛깔은 앓고 일어난 사람의 안색만큼이나 수척해 보였다. 서둘러 핀 꽃잎들이 뒤늦은 꽃샘과 잎샘추위에 경을 친 탓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