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일요일 특별간식 '채소 잡채'

집에 있는 야채들을 모아모아, 따끈한 잡채를...

등록 2007.04.09 08:41수정 2007.04.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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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잡채 한 접시
따뜻한 잡채 한 접시정현순
냉장고에 당근 반 토막이 굴러다닌다. 그걸 하루 이틀 사이에 안 먹으면 분명 버리게 될 것 같았다. 일요일이라 무언가 간식을 해줘야 했다. 무친 시금치도 있어 집에 있던 양파를 볶고, 먹다 남은 목이버섯을 물에 담가 놓았다. 채소 잡채를 해주기로 했다. 얼마 전까진 가족 중에 생일이 돌아오거나 집에 손님이 온다고 해도 난 잡채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족들이 다른 집에 가서 잡채가 나오면 아주 잘 먹기에 잡채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사람들도 잡채를 맛있게 잘 먹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잡채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아마 집에서 일부러 해 먹기는 조금 번거로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나도 얼마 전부터는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빠뜨리지 않고 잡채를 하고 있다.

내가 잡채를 처음 올려 놓았을 때 아이들이 "엄마도 이젠 잡채를 다하네" 할 정도였다. 그래서 목이버섯은 대부분 있는 편이다. 또 말린 목이버섯은 보관하기에도 편해서 떨어지면 미리 사놓고 있다. 완성된 잡채는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 스테인리스 젓가락으로 집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하여 잡채를 먹을 때는 일회용이 아닌 나무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양파볶기, 당근볶기, 목이버섯볶기, 무쳐놓은 시금치
양파볶기, 당근볶기, 목이버섯볶기, 무쳐놓은 시금치정현순
올리브유에 색이 옅은 양파부터 볶아낸다. 당근은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기름에 살짝 볶아주면 좋다. 물에 충분히 불린 목이버섯은 적당히 잘라 기름을 두루지 않고 맨 끝으로 살짝 볶아준다. 금세 볶아낸 채소들은 뜨거우므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것보다는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삶은 잡채, 시금치, 당근, 양파, 목이버섯
삶은 잡채, 시금치, 당근, 양파, 목이버섯정현순

볶은채소와 삶은 당면 무치기
볶은채소와 삶은 당면 무치기정현순
잘 볶아 낸 채소들을 그릇에 담고 펄펄 끓는 물에 당면을 넣어 충분히 삶아준다. 삶아낸 당면을 소쿠리에 담아 물을 뺀다. 물이 빠진 당면을 미리 준비해 놓은 볶은 채소에 함께 담아낸다.

물이 빠진 당면이지만 뜨겁다. 뜨거운 당면과 진간장, 깨소금, 후추, 설탕, 참기름과 잘 볶아진 채소와 버무려준다. 당면이 두꺼워서 잡채는 한 번에 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간을 보고 간을 맞추면 된다. 따뜻한 잡채가 된다.


그릇에 담아 식구들에게 식기 전에 따뜻한 잡채를 먹으라고 했더니 "따뜻한 잡채?" 한다. "먹어봐. 먹을 만하니깐" 식은 잡채와 달리 부드러운 맛이 났다. 이날 잡채를 했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지난번 어머니 산소에 나무를 심던 날 올케가 싸준 잡채를 가지고 왔었다. 잡채를 좋아하는 아들이 먹더니 "엄마 이거 이상해" 해서 먹어보니 맛이 조금 이상했다. 시금치가 있어서인지 가지고 오는 동안 자동차 안에서 상한 듯했다. 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핑계김에 잡채를 한 것이다. 아들이 잘 먹는 것을 보고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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