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 가는 길김대갑
월나라에서 가져 온 소나무의 씨를 심었다니? 그럼 이 정자가 춘추전국시대부터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월나라'라는 나라가 고려시대까지 존재했다는 말인가.
관동팔경의 정자들은 거개가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들이다. 월송정도 고려시대 충숙왕 때 세워졌다는 말이 있는데, 갑자기 웬 월나라란 말인가? 아마도 이는 후세의 사람들이 월나라라는 이질적이고 신비한 소재를 끌어들여 월송정의 아름다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향전에 의하면 관동팔경을 유람했던 네 사선(영랑, 술랑, 남석, 안양)이 달빛과 송림에 취해 여기 월송정에서 놀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月松亭'으로 불리기도 했단다. 이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월나라에서 가져온 소나무 씨앗이 심어졌든 아니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관동팔경의 최남단인 월송정이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월송정에는 동해의 칼바람을 꿋꿋이 견디는 울울창창한 송림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둘러서 있다. 그리고 그 송림 사이로 푸르청청한 동해와 명사십리로 유명한 구산해수욕장의 하얀 백사장이 수줍게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월송정은 여타 관동팔경의 정자와는 달리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져 있진 않아 천혜의 경치를 자아내진 않는다.
그러나 주변의 곰솔과 어울려 뜻밖의 풍광을 보여 주는 곳이 월송정이다. 곰솔의 적갈색 몸채는 거북등처럼 넓게 갈라져 있고, 휘늘어진 솔잎의 끝마디에는 투명한 이슬 빛이 맴돈다. 그 이슬 빛이 발하는 솔 향에 취한 채 정자에 올라 송림과 동해를 바라보면 유하주를 마시며 달과 대화를 나누었던 송강 정철이 결코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