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를 자신감이 충만하고 당당한 이미지의 여성으로 읽어주는 사람들이 51%, 소심하고 여린, 그래서 별것 아닌 외부 자극에도 쉽게 상처 받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49%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시력이 좋다. 늘 변화하고, 달라져서 문자로 규정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2% 차이를 두고 자신감과 패배에 대한 불안감이 시소를 타고 있으니 그들의 판단은 꽤 사실이다. 자신감 게이지가 떨어질 만하면 수련용 보법 서적을 읽는 기분으로 심리 분야의 책을 읽곤 한다.
독일인 심리치료사 롤프 메르클레가 쓴 <자기 사랑의 심리학>은 자기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자신감과 자기 신뢰를 애써 구분하는 번역자 장현숙씨의 역자 후기까지 샅샅이 읽으면 좋을 이 책은 매우 구체적이다. 우선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얼마나 스스로를 사랑하는지도 따져 묻는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메르클레 박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자기 안의 면박꾼을 꼽는다. 비뚤어진 시선으로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는 우리 안의 면박꾼은 어떤 일이든 곱게 보는 법이 없다. 비판 정신은 긍정적인 변화를 담보해 줄 때 의미 있는 태도이지, 대안 없이 무조건 비난만 쏟아내는 것은 불필요한 힘빼기라는 얘기다.
자기 자신을 기죽이는 말이 일상 생활에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예로 든 상담 사례를 보면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면박꾼이라 부르는 비난의 목소리가 태어난 후 몇 해 동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첫 번째 유산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적확하다.
어릴 때부터 조건부 사랑에 길들여져
아이들은 철저히 부모에게 의존해 살 수밖에 없는데, 종속적인 상태의 아이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부모의 품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게 된다. 자식에게 조건부 사랑을 내거는 부모들의 태도('너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미워', '숙제하면 얼마나 예쁠까?', '착한 사내아이답게 음식을 깨끗이 다 먹어라' 등)가 반복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남을 만족시켜서 마음에 들려는 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자기가 정말 바라는 것을 꾹 참으면서 말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배려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전에 부모들이 했던 그대로 말이다.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되었다 해도 부모는 여전히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우리의 혼잣말을 통해, 우리의 양심이란 형태를 띠고서."(89 쪽)
이 책의 4장을 부모가 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예민한 부모가 아니더라도 자녀와 대화하는 평소의 태도를 점검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다섯 살이 되는 동안 부모한테 도대체 몇 번이나 야단을 맞는지 짐작해 본 적 있는가? 잠시 숨을 죽이고 한번 생각해보자. 자, 몇 번이나 될 것 같은가? 어느 심리학자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한 아이가 듣는 질책은 그 나이까지만 따져보아도 최소한 4만 번이나 된다고 한다! 이 통계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다섯 살까지 야단을 4만 번 맞는다는 건 한 달 평균 666번, 하루에 22번씩 싫은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103 쪽)
이 책은 유난히 시키는 게 많다. 자기 점검부터 치유를 위한 행동 지령까지 페이지를 넘기기 바쁘게 뭔가 주문한다. 귀찮게 하되, 6개월 뒤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라고 설득한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들었던 모욕적인 말을 목록으로 작성해 보고, 자기 안의 면박꾼이 어떤 점을 흉허물로 삼는지 파악하라고 다그친다.
자기를 신뢰하고 사랑하게 되기 위한 롤프 메르클레의 열한 가지 방법을 들어보자.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비법을 골라 실천에 옮기자. 이런 류의 책은 본문에 나온 실천 목록들 가운데 단 하나라도 몸에 익혔을 때 비로소 마지막 책장을 넘긴 것이니 말이다.
자기 사랑을 키우는 11가지 방법
1. 자기 자신에게 "난 네가 좋아"라고 말하기 - 석 달 동안 하루에 최소한 열 번씩 말하기.
2. 부정적인 자기 자신과 화해하기 - "나의 ~한 점을 용서한다"고 하루에 열 번씩 말하기.
3. 자기 자신에게 연애편지 쓰기 - (실제의 편지를 삽입해 두었다.)
4. 날마다 긍정적인 생각하기 - 글로 쓰거나,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두고 매일 듣기.
5. 누구에게서나 긍정적인 면 발견하기 - 자기의 긍정적인 면을 보기 위한 훈련의 하나.
6. 조금만 나아져도 많이 칭찬해주기 - 자화자찬이라고 윽박지를 면박꾼을 몰아내자.
7. 칭찬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 남의 칭찬에 감사하다는 말로 응대하는 데 익숙해져라.
8. 플러스 점수 수첩 마련하기 - 남과 자신이 인정해주는 칭찬을 적는 수첩을 만들어라.
9. 자신에게 마음 편하게 살 권리를 인정해주기 -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다.
10. 자신의 장점을 분명히 깨닫기 - 장점과 강점을 작성하고, 수시로 보충하고, 읽어라.
11. '나는 할 수 있다'형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기 - 내 안의 씨앗이 꽃피울 수 있도록!
자기 사랑의 심리학 - 나를 특별하게 만드는
롤프 메르클레 지음, 장현숙 옮김,
21세기북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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