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교통분담률 1% 올리기의 어려움

8일 범시민 자전거타기 대행진을 보고 든 생각

등록 2007.04.09 11:39수정 2007.04.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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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대로 옆 자전거 전용도로. 1970년대 도시 개발 당시에 비해 지금은 많이 훼손됐다.
창원대로 옆 자전거 전용도로. 1970년대 도시 개발 당시에 비해 지금은 많이 훼손됐다.오마이뉴스 김대홍
"자전거 도시 창원요? 글쎄요. 공무원들은 열심히 타는 것 같은데, 시민들은 아무 변화가 없어요. 출퇴근 시간 공단지역에 가보면 똑같아요. 자전거 타는 사람 한 사람도 없어요."

창원시가 1만인 자전거 타기를 하기로 한 날 이틀 전(6일), 창원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말은 '자전거 도시 창원'이란 말을 무색케 했다. 그는 자전거 타기가 아직까진 공무원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온도 100도 : 창원시청의 '자전거 돌격대'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를 타는 시민을 보기 힘들다.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를 타는 시민을 보기 힘들다.오마이뉴스 김대홍
6일 방문한 창원시 청사는 곳곳이 자전거 분위기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자전거 판매소. 10여대가 넘는 자전거가 이 곳에서 판매 중이다.

자동차 주차장 한 쪽엔 약 200여대 자전거가 주차 중이었다. 사이클을 비롯 전기자전거, 신사용 자전거, MTB형 자전거 등 다양했다. 자동차 주차장 바깥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까지 합치면 청사내 자전거 보관소는 약 300여대분.

청사 한쪽엔 자전거 거치대 실험 모형 몇 개가 만들어져 있었다. 자전거 전담부서인 '새창원기획팀' 김기정 팀장이 만든 거치대였다. 기존 거치대가 몸을 구부리고 자물쇠를 채워야 하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서 채우는 형태로 만든 것. 앞타이어를 들지 않고 거치할 수 있도록 경사를 준 거치대도 있었다.

"서서 거치하는 형태는 편리하긴 한데, 바구니 단 자전거는 세울 수 없어요.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고." 지난해부터 자전거 업무를 맡고 있는 박숙종씨의 말이다.


현재 '새창원기획팀' 인원은 8명. 박숙종씨를 제외하면 7명은 이전까지 자전거 관련 업무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벌써 '자전거 전도사'가 된 그들은 스스로를 '창원시 돌격대'라고 불렀다.

온도 0도 : 자전거 안타는 시민들


자전거 전용도로와 전용도로를 잇는 연결 표시.
자전거 전용도로와 전용도로를 잇는 연결 표시.오마이뉴스 김대홍
6일부터 8일까지 창원시 곳곳을 자전거를 타고 누볐다. 자동차 도로와 완벽히 분리된 창원대로 옆 자전거 도로는 한산했다. 13km의 창원대로 옆으로 마주 달리는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 대신 간간히 주차된 차들만 보일 뿐이었다. 남천 창원공단 쪽에 만들어진 자전거 전용도로에도 자전거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보행자도로에 반쯤 선만 그어놓아 허울뿐인 다른 지역 자전거 전용도로와 달리 창원지역에선 꽃밭, 연석 등으로 분명히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볼 수 있다.

시내 중심가인 중앙동, 상남동엔 자동차 도로 옆에 파란선을 그어 자전거 도로를 표시했다. 유럽 자전거 도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다. 여기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엔 자동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도심 공원에서도 자전거는 보기 힘들었다. 주말 저녁 시청 인근 용지 호수공원. '범시민 자전거타기 대행진'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날 그곳을 찾았다. 호수공원은 도심 공원으로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이날도 공원엔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에 자동차들이 가득했다. 자동차 주차장뿐만 아니라 차도까지 자동차들이 양 차선을 차지하고 있었다.

호수공원은 도심공원이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선 거의 찾지 않는다. 대부분 창원에서 왔을 방문객들이 거의 자가용을 끌고 왔다는 뜻이다. 반면 인근 자전거 주차장에 주차된 자전거는 단 한대뿐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건널목 자전거 횡단 표시,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행겸용자전거전용도로를 잇는 표시선 등 창원시에선 여러 가지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러한 실험들이 시민들 마음속에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시민 자전거타기 대행진' 당일 만난 시민들을 통해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참가자는 약 1500여명 수준. 낡은 사이클을 끌고 나온 정동학(53세, 창원 명서동)씨는 "자전거 타는 인구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전거도로가 좋지 않아 엠티비를 타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명섭(49, 창원 안민동)씨 또한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했다.

시설만 만들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게 될까?

시내 일부 구간에선 차도옆에 자전거 도로선이 그어져 있다. 이 곳은 거의 자동차 주차장이다.
시내 일부 구간에선 차도옆에 자전거 도로선이 그어져 있다. 이 곳은 거의 자동차 주차장이다.오마이뉴스 김대홍
1980년대 말 국내 자전거대수는 590만대였다. 당시 자동차 수는 339만대. 자전거가 훨씬 많았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은 1993년 3월 자전거와 자동차는 똑같이 650만대로 균형을 맞췄다. 4월부터 자동차는 자전거를 앞질렀다. 이후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자동차 시대에 들어섰다. 1999년 우리나라 자전거 대수는 여전히 650만대. 일본 도쿄의 698만7천대보다 적은 숫자였다. 2006년엔 800만대로 7년 동안 150만대가 증가했다.

자전거를 타자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급격히 늘기 시작한 자동차 문제에 대해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당시 내무부)가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입법예고한 때가 1995년. 1993년말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3%에 불과했다. 시지역은 2.3%, 군지역은 5.6%였으며, 서울 지역은 0.8%였다.

1993년말 우리나라 자전거도로 총 길이는 120km. 지금 창원시 전체 자전거도로 길이(124km)보다도 못했다. 일본 6만6680km, 독일 1만5000km에 비하면 격차가 컸다.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시설 확보와 도로 길이를 늘리는데 비중을 뒀다.

2006년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는 4908km다. 13년전에 비해 40배가 넘게 늘었다.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이 380km의 자전거도로를 자랑하지만 인천시도 260km가 넘는다. 대전시는 400km가 넘는다.

그런데도 자전거 교통분담률은 여전히 제자리다. 우리나라 교통분담률은 여전히 3%다. 서울시 2.4%, 송파구 14% 등 눈에 띄는 성과들이 보이지만 전체는 변함이 없다. 수치가 잘못 됐거나 방향이 잘못 됐다는 뜻이다.

첫 번째 문제는 자전거도로의 질이다. 정부는 자동차를 피해 안전한(?) 보행자 도로에 반으로 선을 그어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 안전한 보행자겸용자전거도로엔 자동차들이 대신 들어섰고, 자전거들은 곡예운전을 하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뒤이어 생긴 도로는 강변 자전거도로. 역시 '안전'했지만 자전거는 결코 교통수단이 되지 못했다. 자전거는 '레저용'에만 머물렀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동차로부터 안전해질 때까진 자전거를 못타겠다고 했고, 그 동안 자동차는 계속 늘어갔다.

1970년대 중반 서울에 자전거 전용도로 있었다

범시민자전거 대행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한 차선을 차지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시민들은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끼진 않았을까.
범시민자전거 대행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한 차선을 차지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시민들은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끼진 않았을까.오마이뉴스 김대홍
흔히들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전거 시설이 이제 갓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착각이다. 1970년대 중반 서울엔 이미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다. 천호대교, 남부순환도로, 시흥대로 등 도로 양쪽 반차선씩 경계석을 쌓아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교통체증이 심해지자 이내 자동차 도로로 흡수됐다. 이와 같은 상황은 창원시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완벽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늘자 조금씩 경계를 허물면서 자동차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추진되는 자전거 정책들은 이미 10여년전 이미 관심과 좌절을 모두 겪었던 것들이다. 1995년 정부는 자전거전용도로 주차시 3-5만원, 무단횡단시 3-8만원 범칙금 부과를 발표했고, 1996년 9월 전북 군산시는 공무원 자가용 이용 안하기 운동을 추진했다. 동참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선 공휴일 당직 근무, 인사 반영 정책을 취했다. 지금 창원시보다 훨씬 강력했다.

1999년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마다 자전거 이동통로를 설치하고 자전거를 갖고 지하철 탑승 가능하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발표했다. 주말 시간대에는 지하철 전동차 내부 한 편에 좌석 대신 자전거 전용공간 설치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발표됐다 좌절된 내용이다.

사람들의 관심 없는 시설은 오히려 자동차에 곧장 터를 내주게 된다. 시설에만 전념을 할 때 자전거 타기가 실패하리라는 것은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게다가 자동차 타기는 이 시대 주류 문화다. 웬만큼 강력하지 않을 때 자전거 타기 운동은 이내 자동차 문화에 흡수돼 버린다. 자전거 타기가 강력하되 지속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자동차 타기에 대한 적절한 규제 없이 자전거 타기는 불가능하다. 유럽 자전거 도시들이 자전거 속도 규제, 도심이나 문화유적지 자동차 진입 규제 등 자동차 규제 정책을 통해 비로소 자전거 활성화가 이뤄진 이유다.

자전거 타기는 몇 십년동안 지속적으로 사람들 습관과 문화를 바꿀 때 가능한 일이다. 창원시는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몇 차례에 걸쳐 18.9%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근거없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수치는 창원시 자전거 보유율 21.7%(10만 9500여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비율로 대표적인 자전거 도시인 상주(18.6%), 송파구(14%)보다 높다.

교통분담률 1% 높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한다면 좀더 나은 대안이 나올 것이다. '범시민 자전거타기 대행진'에 나온 한 중학생의 말은 자전거 타기에서 생각을 달리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주고 있다.

"옛날부터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어요. 제가 가는 길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 자동차 도로를 그냥 달려요. 위험하진 않아요. 친구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죠. 저는 상관없지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 친구들은 조금은 더 많이 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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