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자전거 대행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한 차선을 차지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시민들은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끼진 않았을까.오마이뉴스 김대홍
흔히들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전거 시설이 이제 갓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착각이다. 1970년대 중반 서울엔 이미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다. 천호대교, 남부순환도로, 시흥대로 등 도로 양쪽 반차선씩 경계석을 쌓아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교통체증이 심해지자 이내 자동차 도로로 흡수됐다. 이와 같은 상황은 창원시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완벽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늘자 조금씩 경계를 허물면서 자동차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추진되는 자전거 정책들은 이미 10여년전 이미 관심과 좌절을 모두 겪었던 것들이다. 1995년 정부는 자전거전용도로 주차시 3-5만원, 무단횡단시 3-8만원 범칙금 부과를 발표했고, 1996년 9월 전북 군산시는 공무원 자가용 이용 안하기 운동을 추진했다. 동참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선 공휴일 당직 근무, 인사 반영 정책을 취했다. 지금 창원시보다 훨씬 강력했다.
1999년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마다 자전거 이동통로를 설치하고 자전거를 갖고 지하철 탑승 가능하다는 장미빛 청사진을 발표했다. 주말 시간대에는 지하철 전동차 내부 한 편에 좌석 대신 자전거 전용공간 설치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발표됐다 좌절된 내용이다.
사람들의 관심 없는 시설은 오히려 자동차에 곧장 터를 내주게 된다. 시설에만 전념을 할 때 자전거 타기가 실패하리라는 것은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게다가 자동차 타기는 이 시대 주류 문화다. 웬만큼 강력하지 않을 때 자전거 타기 운동은 이내 자동차 문화에 흡수돼 버린다. 자전거 타기가 강력하되 지속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자동차 타기에 대한 적절한 규제 없이 자전거 타기는 불가능하다. 유럽 자전거 도시들이 자전거 속도 규제, 도심이나 문화유적지 자동차 진입 규제 등 자동차 규제 정책을 통해 비로소 자전거 활성화가 이뤄진 이유다.
자전거 타기는 몇 십년동안 지속적으로 사람들 습관과 문화를 바꿀 때 가능한 일이다. 창원시는 자전거 교통분담률을 몇 차례에 걸쳐 18.9%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근거없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수치는 창원시 자전거 보유율 21.7%(10만 9500여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비율로 대표적인 자전거 도시인 상주(18.6%), 송파구(14%)보다 높다.
교통분담률 1% 높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한다면 좀더 나은 대안이 나올 것이다. '범시민 자전거타기 대행진'에 나온 한 중학생의 말은 자전거 타기에서 생각을 달리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주고 있다.
"옛날부터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어요. 제가 가는 길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 자동차 도로를 그냥 달려요. 위험하진 않아요. 친구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죠. 저는 상관없지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 친구들은 조금은 더 많이 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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