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라. 나무향기와 낙엽 썩는 냄새가 섞인 찬 공기가 폐포를 간지를 것이다.이덕은
아침 7시 조금 지났지만 안개는 아직도 짙게 껴서 곧게 올라간 낙엽송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인적이 없는 숲 속, 기분 좋은 나무냄새와 낙엽 썩는 냄새는 쌀쌀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나의 코끝을 간질이지만, 경사면을 깎아 놓은 산간도로 낭떠러지는 후배 간을 콩알처럼 만드는지 경치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으나 속도는 10킬로 고정이다.
가다 서서 기다리고, 가다 서서 기다리고를 수차례 한 끝에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상황이 닥쳐버렸다. 잠시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 중 반대쪽에서 지프 하나가 맹렬히 내려온다. 뒤로 돌아서서 올라오는 후배 차를 세우려고 온갖 손짓 발짓을 해보지만 후배는 내가 무료하니까 아침체조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장애물을 피하느라 긴장해서 불과 10여 미터 전방도 살펴 볼 여유도 없는지 내 앞에 다가와서야 멈춘다. 후진….
다행히 내려오는 차가 경험이 많은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교차해 지나간다.
반대쪽 도사곡리로 내려가는 길은 이보다 훨씬 넓다. 비가 꽤 온 것 같은데도 골짜기 계류에는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맑고 차가운 물이 제법 바위 구비를 돌며 맑은소리를 내지르고 내달아 떠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