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기주의라는 우리시대의 병마

대의를 위한 양보의 미덕 갖춰야

등록 2007.04.11 18:36수정 2007.04.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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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가 극심한 노동강도와 최악의 퇴근시간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은행창구 영업시간 1시간단축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 www.kfiu.inochong.org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올해 공동 임금단체협상에서 은행의 창구영업 마감시간을 현행 오후 4시30분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업마감 후 잔업처리로 퇴근이 너무 늦은데다 창구 이용 고객의 비중이 22.7%로 줄어들어 고객의 불편도 크지 않을 것이란게 이들의 입장이다.

금융권의 노동강도가 높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금융권 연봉이 최고연봉을 자랑하지 않는가. 지난해 상장사 평균연봉의 두 배가량의 연봉을 받는 것이 금융권이다. 그렇다고 창구 마감시간의 단축으로 퇴근시간이 줄어든다면 연봉을 낮출 의양이 있는가.

창구 이용 고객문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뱅킹과 현금입출금기의 사용으로 창구 이용고객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인터넷뱅킹은 커녕 인터넷을 사용 못하시는 우리네 어머니, 현금입출금기를 못믿어 꼭 은행원의 손에 돈을 쥐어주어야 안심하시는 우리네 할머니의 불편은 고스란히 남는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휴진

지난 3월 이틀 후 다시 오라는 의사의 처방대로 병원을 찾았더니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휴진이란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서니 그 건물의 군소병원들이 죄다 휴진이다.

그날 저녁 뉴스를 보니 병원을 비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모여 국민건강을 수호한다며 궐기대회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의사는 할복시위를 한답시고 소란을 피웠는데, 주위에 도와줄 의사가 그렇게 많은데도 걱정이 됐는지 메스로 살짝 배를 긋고 마는 모습이 마치 코미디 한편을 보는 듯 했다. 환자의 배는 눈 깜짝 안하고 가르던 의사가 제 배는 무엇이 두려워 손을 벌벌 떠느냔 말이다.

대화나 타협이 사라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집단이기주의라는 병마가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투쟁’, ‘절대사수’와 같이 무시무시한 글귀의 현수막이 아파트 입구건 고층빌딩 입구건 가리지 않고 늘어서 있다. 무조건 띠를 두르고 어깨동무만 하면 힘이 생기고 투사가 되는 듯 하다.

타협이란 서로 양보하여 협의하는 것이다. 양보하지 않고 자기집단의 이익만 내세워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특히,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앞서 말한 의료계나 금융권이 국민설문조사는 한번 없이 이러한 일들을 추진한다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민주주의란 본래 의미는 국민의 지배를 뜻하는 것이다. 최근 오히려 국민이 불편을 떠안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민주주의가 퇴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조건 법을 우선시 하고 자신의 권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양보와 대화가 통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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