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교향악단 전경김대갑
지난 1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시립교향악단이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다. 당시 공연된 시립교향악단의 주제는 '바그너'였다. 탁월한 오페라 작곡가이자 지휘자 겸 문화 철학자였던 바그너는 한 마디로 종합 예술가였다.
그는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오페라 창작과 지휘에 몰두하였다. 악의 꽃으로 유명한 시인 보들레르가 말년에 흠뻑 빠졌던 바그너는 <니벨룽겐의 반지>,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주옥같은 오페라를 남겼다. 바그너는 그의 생존 시에도 마니아 층을 두텁게 보유한 작곡가였다. 그의 사후에도 바그너 협회는 전 세계에서 그의 음악 철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는 러시아 출신의 알렉산더 아니시모프이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를 졸업한 그는 다양한 국제 무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을 필두로 헝가리 국립 오케스트라,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단과 유럽 각국의 오페라 단을 지휘했다. 그 또한 아일랜드 바그너 협회 명예 회장인데, 이런 인연 덕분인지 이번에 공연되는 바그너가 더욱 돋보였다.
연주회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전반부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보이지 않는 도시 키테쥐와 성녀 페브로니야의 전설 모음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가단조 작품43>이 연주되었다. 이 중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작품은 부산에서 초연되는 작품인지라 부산의 클래식 애호가들을 매혹시켰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같은 환상적인 세계를 무대로 한 림스키의 오페라는 중세 러시아의 두 전설을 하나로 합쳐서 만든 것이었다. 하나는 러시아와 동양의 충돌을 모티프로 한 '키테주의 전설'이고 또 하나는 '성 페브로니야에 관한 전래 이야기'이다. 림스키의 오페라 작가인 블라디미르 비엘스키는 두 이야기를 모아서 침략자 타타르인에 맞서는 젊은 왕자 브세볼로도와 숲 속의 소녀 페브로니야의 사랑 이야기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총 4곡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네 개의 소주제를 창의성과 성악적 표현력 사이의 탁월한 균형감각으로 호소력 있게 연주되었다. 우리에게 아직도 생소하고 낯선 러시아의 내면을 전설을 통해 신비하게 전달한 것이다. 아무래도 알렉산더가 러시아 태생이다 보니 자국 음악을 널리 소개하고 싶다는 욕망이 개입된 것은 아닐까?
두 번째 연주곡은 피아노의 신인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이었다. 탁월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 겸 연주자였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망명하여 일생을 마치게 된다.
이번에 연주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전 유럽에 이름을 떨쳤던 명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리스트, 브람스 등도 파가니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몇 곡을 연주할 정도였는데, 라흐마니노프의 이번 작품은 짧은 서주와 24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돋보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