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우편터미널 이전비용 논란

미 요구 사안임에도 한국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불... 국방부 "관련협정 위반 아니다"

등록 2007.04.12 14:39수정 2007.04.1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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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천공항 내 주한미군 우편터미널 청사진.

인천공항 내 주한미군 우편터미널 청사진. ⓒ 현종설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상의 '한국 측이 요구한 것은 한국이, 미국 측이 요구한 것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한국 측이 필요에 의해 이전을 요구한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한국 측이 부담하고 미2사단 재배치 등 미국 측이 이전을 요구한 기지는 미국 측이 부담키로 합의했다." (<국정브리핑> 2004. 7. 24)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 비용과 관련해 일관되게 밝혀온 부담원칙이다. 이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9일 준공한 인천국제공항 내 미군우편시설(미군우편터미널, 미 군사우편물 처리시설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음)은 정부가 내세워온 기지이전 비용 부담원칙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한미양국은 2002년 LPP에서 김포공항 내에 2천평 규모로 자리하고 있던 미 군사우편시설을 2005년까지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2003년 합의서 체결 후 2005년 7월~2007년 3월까지 19개월 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달 11일 준공식을 거행했다.

애초 합의한 시기보다 1년이 경과된 이유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핵심부처인 국방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간에 벌어진 토지사용료를 둘러싼 갈등 때문. 이 때문에 미군우편터미널 이전공사는 초기부터 원활하지 못했다.

미군우편터미널 공사엔 미국 측의 기본설계와 한국 측의 실시설계에 따라 총 78억원이 투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11월말 기본설계를 완료했으나 인천공항공사 측의 현지 출입 통제로 지질조사, 지형측량 등이 실시되지 못해 '계획기간 내 사업 완료가 불투명한 실정'이었다.

국방부는 '한미 간 분쟁 가능성 내재'를 이유로 건설교통부 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토지수용을 건의했지만, 2004년 2월 17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재결 심의에서는 '1개월의 재협의 기간을 둔다'는 이례적인 결정이 나왔다.

a 2004년 국방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보낸 공문. 국방부도 공문에서 미국 측이 우편터미널 이전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2004년 국방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보낸 공문. 국방부도 공문에서 미국 측이 우편터미널 이전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 박신용철


국방부는 2004년 2월 19일자 공문에서 "주한미군의 요청에 따라 인천공항 내 주한미군 군사우편물처리시설 건설을 위해 부지매입 및 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인천공항 군사우편물처리시설은 김포공항 내 기존 군사우편물처리시설을 2007년까지 사용 불가능함에 따른 대체시설로서 2006년말까지 완공해야 하는 중요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같은 날 회신에서 "인천공항 내 주한미군 군사우편물 처리시설을 국방·군사시설로 건설할 경우에는 '국방, 군사시설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 규정에 의거, 당해 실시계획을 건설교통부장관과 협의한 후 승인했어야 하나 사전에 협의 없이 승인하고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바, 이 사업을 인정할 수 없어 행정상의 협조를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a 항공안전본부에서 국방부에 보낸 회신 공문.

항공안전본부에서 국방부에 보낸 회신 공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업기획처 건설계획팀 관계자는 공사가 본격화된 2005년 11월경 "2005년 9월 착공, 2006년 11월 완공 예정"이며 "국방부에서 미군 우편시설 토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하려 할지라도, 공항공사로서는 인천공항에서 관할하는 토지를 무료로 사용하게 할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항공안전본부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재결심의 결정을 의식한 듯, 한발 물러선다.

"귀 부(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곳은) (중략)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계획으로 결정되어 있는 지역임을 알려드리니 (중략) 당해 시설을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상 신공항건설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의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예정임을 첨언한다."

미군우편터미널 이전은 LPP협정에서 미국 측 요구로 이전하기로 합의했고 국방부 공문에도 "주한미군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일관되게 밝혀온 기지이전 비용 부담원칙이 신뢰받으려면 인천공항 내 미 군사우편시설물 이전비용은 미국 측이 지불해야 한다.

'요구하는 쪽이 비용 부담' 원칙,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아

그런데 국방부는 지난달 11일자 <국방일보>에서 "군사건설 현물 지원자금으로 집행된 최초의 사업인 주한미군 합동 군사우편 터미널이 지난 9일 준공됐다, 한미방위비 분담에서 현물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군사건설 현물 지원자금으로 진행된 최초의 이번 사업은 주한미군 측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 현물 지원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물지원을 하면 우리 측이 설계하고 국산 자재를 사용하게 된다, 방위비 분담은 지금까지 100% 현찰지원만 이뤄져 왔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미군사우편터미널 이전비용은 'SOFA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 이행합의서('02. 4. 4)'에 의거해 추진한다는 것이 국방부의 방침이었다. 미국 측의 요구로 이전되는 미군시설인데도 한국민의 혈세인 분담금에서 현물지원한 것이다.

a 필자가 질의한 내용에 대해 국방부에서 보낸 회신.

필자가 질의한 내용에 대해 국방부에서 보낸 회신.


필자는 이런 문제를 국방부에 이메일을 통해 정식으로 질의했다. 이에 국방부 공보팀은 "(방위비분담금 중) 건설 관련 지원금은 주한미군의 주둔과 유지를 위한 건설사업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며 "위락시설이 아닌 한, 건설 사업비를 기지이전사업을 포함한 시설 건설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또한 "방위비 분담금 범위 내에서 건설사업을 한 것은 미국 측의 사용권한이 있는 재원범위 내에서 집행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관련 협정 및 한미 간 비용부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미군문제팀장은 "명백한 LPP협정 위반이고 국회의 권능을 기만한 것"이라며 "국회는 미국 측이 요구한 기지이전비용을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협정문을 보고 비준동의해준 것인데 국민 세금인 방위비분담금으로 미국 측에서 요구한 기지이전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방위비 분담금으로 미군기지 이전비용 충당' 간접 시인

국방부는 지난달 19일 미군기지이전 종합시설계획(MP)을 발표했다. 미군기지의 평택이전비용 총 10조원 가운데 한국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5조5905억원(시설이전비용 4조5800억원+부지매입비 1조105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양측이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균등하게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취재과정에서 국방부 공보팀이 필자에게 회신한 방침에는 미국 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 중 상당 부분을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불할 방침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국방부 공보팀에서 필자에게 보낸 내용이다.

"방위비분담금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있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소요비용 일부를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것으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따라 분담금은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군사건설, 연합방위증강사업, 군수지원으로 구성돼 있음.

이 중 건설 관련 지원금은 주한미군의 주둔과 유지를 위한 건설사업에 사용하도록 돼있으며, 위락시설이 아닌 한 건설 사업비를 기지이전사업을 포함한 시설 건설에 사용할 수 있다고 봄.

즉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 간 협상에 의거, 국회 승인을 받아 미국 측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자금이라고 할 수 있겠음.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범위 내에서 건설사업을 한 것은 미국 측의 사용권한이 있는 재원범위 내에서 집행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관련협정 및 한미 간 비용부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봄."


리언 라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05년 3월 10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을 항구적인 시설로 이전하는 데 80억 달러를 투여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현재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정부 부담은 전체의 53%(42억4000만 달러), 민간 업자에 의한 임대 건물 건설 투자금(private industry-financed build-to-lease investment)이 20%(16억 달러),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21%(16억8000만 달러), 미군 시설 예산 6%(4억8000만 달러) 등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 측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의 상당 부분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었다. 라포트 전 사령관 발언 내용에 대해 당시 국방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 박신용철

미 군사우편터미널 이전, 어떻게 추진됐나

한미양국은 1990년 6월 25일 '한미기본합의서 및 양해각서'를 체결해 서울 도심지 미군기지 이전계획을 공식화했고 1991년 7월 19일 용산기지 이전계획에 대한 한미합의 및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1996년까지 미군기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측은 1992년 6월 15일 기지이전 종합기본계획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같은 해 11월 5일 미8군 골프장 부지가 환수됐다(그곳엔 현재 용산가족공원과 전쟁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미 군사우편터미널 이전문제도 이 시기에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미양국은 1991년 9월 '미 군사우편터미널 이전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용산기지 등 이전합의는 이전비용 문제와 1994년 북핵 위기로 사실상 중단됐다.

주한미군은 이후에도 김포공항 내 미군 우편시설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윤수 민주당 의원(건교위)은 2000년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인천공항 내 미국 측 우편시설의 무상사용을 요구해왔던 정황을 포착했다.

주한미군은 1999년 8월 25일 한미SOFA합동위원회 시설구역분과위에 제기한 '주한미군 운영기능 인천공항 이전'이라는 문건에서 "인천공항 내 군사우편터미널 운영시설 토지 2293평과 인사보충중대 시설 158평, 의전 및 VIP시설 37평 등 총 3733평의 토지와 사무실 무상사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999년 10월 26일 '인천국제공항의 시설과 토지는 공사 소유이므로 국가기관 사무실 유료화 방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도 같은 해 11월 12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의 시설 배치가 1998년 4월 완료됐고 마감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군사우편터미널 및 운영시설에 대한 토지의 유상사용을 전제로 수요자가 직접 시설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주한미군은 또다시 2000년 8월 18일 한미SOFA합동위원회 시설구역분과위 미국 측 위원장인 에이킹스톤 대령 명의의 서한에서 인천공항 내 토지 무상증여 및 현 김포공항 내 우편터미널의 공여해제를 요구했다. 이는 이윤수 의원이 국방부, 건설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간 수․발신 문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2001년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총 공여지 7440만평 중 4114만평을 반환받는 대신 의정부의 캠프 스탠리, 캠프 험프리, 오산과 포항의 해병대 훈련장, 인천공항 우편터미널 등 8곳 154만평을 추가 공여키로 합의했고 2002년 LPP를 통해 공식화했다.

국방부는 2004년 국내 설계업체인 (주)종합건축사사무소 현종설계에 미군 우편터미널 설계를 맡겼다. 현종설계는 2001년 미국 극동사령부(FED)로부터 한국 내 미군시설 설계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LOCAL A-E사로 선정됐으며 캠프 스탠리(CAMP STANLEY)의 차량정비시설, 인천국제공항의 미 군사우편터미널 설계를 수행했다.

미군 우편터미널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지역에 있다. / 박신용철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신새벽의 새꿈 꾸기(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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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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