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아찔하다 말이던가?

리얼리티 방송을 가장한 인권유린하는 <아찔한 소개팅>

등록 2007.04.12 10:00수정 2007.04.12 10:01
0
원고료로 응원
a <아찔한 소개팅>은 리얼리티 방송을 가장한 채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아찔한 소개팅>은 리얼리티 방송을 가장한 채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 Mnet

2006년 8월 첫 방송된 Mnet 리얼리티 데이트쇼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경고를 수차례 받으면서도 용케 첫 방송 이후 인기를 끌어 시즌 2가 현재 방영 중이다. 쇼프로그램에서도 시즌제가 적용되는 것은 극히 보기 드문 사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방송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즌2가 인기리에 방영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2의 캐치프레이즈가 ‘냉정함을 넘어선 잔혹한 데이트’다. 얼마나 잔혹할까? 그것은 방송을 보다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퀸카, 킹카를 향해 한 단계씩 도전하며 게임(데이트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잔혹하다)을 즐기는 선남선녀.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 프러포즈를 선택하느냐, 100만 원을 선택하느냐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돈의 잣대에 비유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역시나 잔혹하기 그지없다.

솔직함과 이기적인 행동의 차이

하지만 그들은 이것을 ‘솔직하다’라고 말한다. 과연 솔직함이란 것이 무엇이더냐? 솔직함은 최대한 상대에게 있어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도를 넘으면 그것은 솔직함을 가장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솔직함은 바로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가령 주인공이 킹카의 남자주인공이 등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그를 유혹하고자 나온 다섯 명의 여성이 데이트를 시작한다. 여성이 한 사람씩 도전하면서 데이트가 진행되고 남녀의 속마음이 전달되어진다.

데이트를 하면서 시시각각 바뀌는 남성의 속마음과 그를 어떻게 해서든 유혹하고자 노력하며 겉과 속이 다른 여성의 모습. 이들은 철저하게 솔직함이란 것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들려준다.


시청자들은 그것을 보고 과연 솔직하다라고 느낄 지가 의문이다. 물론 그것은 끊임없이 속마음을 드러내도록 질문을 유도하고, 질문은 삭제된 채 그들이 속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편집한 제작진의 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한다 해도 그들의 행동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한 지상파 방송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후련하다’라는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서로 합의 하에 상대를 배려하는 선에서 끝나야 한다. 그렇지만 <아찔한 소개팅>은 그러한 배려를 잊은 채 오로지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인 내용을 전달하고자 할 뿐이다. 그것을 ‘솔직함’으로 가리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려보자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인권을 말살하는 폭력

이뿐이 아니다. <아찔한 소개팅>은 더 나아가 취향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인권을 말살하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례로 에로배우가 출연한 그녀의 경력이 탈락의 이유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직업의 귀천은 없다지만 에로배우란 직업의 편견으로 인해 그것을 받아들일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방송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떠나서 분명 그것은 인권유린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그것을 스태프 한 명이 그녀를 알아보았다고 해서 방송 중에 그녀의 직업을 확인하는 작업부터 그녀의 직업이 에로배우였기 때문에 내 여자가 될 수 없다는 남자의 태도를 그대로 방송했다.

제아무리 리얼리티 쇼라고 해서 그것이 인간의 인권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한 사람의 인권은 어느,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굳이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다고 해도 상식적인 문제다.

그런데 그것을 교묘하게 편집했을 뿐아니라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취향이라는 명목 아래 인권을 말살하는 폭력을 휘두른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다수가 아닌 소수자들에게 있어서 더 없이 중요한 것이 인권이다. 그들의 권리를 다수라 해서 횡포를 부린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임에도 제작진은 취향이라는 명목 아래 모든 것을 용서받고자 한다.

또 그것이 미성년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들은 명백히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다만 그것이 리얼리티 방송이며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이 본 취지라고 말한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작진의 묵인과 무책임한 행동

a 여성 출연자에게 권투와 격투기를 시키는 비상식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성 출연자에게 권투와 격투기를 시키는 비상식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Mnet

하지만 여기서 제작진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일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에로배우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를 하면서도 그녀가 에로배우 사실을 속였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에로배우였던 경력이어서 일반인이 아닌데 출연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녀의 직업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어느 누군가를 가해하지 않았음에도 사회적 편견에 의해 받아야 하는 멸시를 고스란히 제작진이 시청률을 올리자고 의기투합해 벼랑을 내몰았던 그들의 만행이 문제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러한 문제들을 여과 없이 방송한 것에 대한 책임 의식 따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책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양심적으로 미안함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제작진은 그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의 프로그램 방식의 선택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과 돈과 맞바꾸는 물질만능주의와 선남선녀가 퀸카, 킹카가 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즌2에서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방식을 변경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그러한 프로그램 방식에 대해서 심도 있는 생각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설사 리얼리티 방송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한다 해도 분명한 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점에서 일말의 책임 의식이 절실하다. 더는 이러한 잣대로 방송을 감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5. 5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