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봉건적 특권 독점하려 하나"

특권법조와 국민의 로스쿨 토론회

등록 2007.04.12 17:59수정 2007.04.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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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이 열변을 토하고 있다. ⓒ 신종철

사법시험을 대체할 새로운 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인 로스쿨 도입 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사실상 17대 국회에서는 로스쿨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특권법조와 국민의 로스쿨’이라는 주제로 대토론회가 열렸다.

법학교수단체와 시민·사회·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로스쿨법 비상대책위원회’(약칭)가 12일 개최한 변호사 배출구조 개혁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특권을 누리는 법조계와 입법을 지연시키는 국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총 입학정원 4,000∼4,500명... 변호사 배출은 매년 3,000명”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부산외대 법대교수)은 ‘특권법조 변호사 배출구조 비판’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먼저 “국회에서 심의 중인 현재의 로스쿨법안은 이중삼중의 규제 일변도의 법안으로 로스쿨 도입 취지와 목적에 반하는 ‘안티 로스쿨법안’”이라며 “한마디로 법학교육의 법조예속과 법조기득권유지를 위한 독소조항의 조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 사무총장은 “변호사의 공급이 시장수요에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로스쿨 설립과 입학정원 책정을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법조인 배출 숫자(1,000명)를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은, 마치 결혼한 부부에게 불임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듯이, 권리가 아프면 변호사를 찾을 수 있을 정도의 변호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며 “공중보건의제도 등을 통해 무의촌(의사가 없는 지역)을 해소한 의료정책의 성과를 법률시장 쪽에서도 배워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사는 11만명이나 법조인은 10분의 1에도 미달하고, 또한 매년 배출되는 숫자를 보더라도 의사 면허자 수는 2004년 기준으로 3,760명인데 반해 법조인은 1,000명에 불과하다”며 “그만큼 법조인의 귀족신분 경향이 강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아직도 기초자치단체 중 50% 이상의 지역에서 단 한 명의 변호사도 없는 것이 현실이며, 나 홀로 소송비율이 70%를 넘는다면 변호사 대량배출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대한변호사협회를 겨냥했다.

현재 변협은 기본적으로 로스쿨 도입에 반대 입장이며, 만약 도입할 경우 로스쿨 총 입학정원 1,200명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 1,200명에 설치대학 8∼10개로는 현행 법조인양성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현행 사법시험이 로스쿨 입학시험으로 대체되고, 사법연수원의 독점이 로스쿨의 과점으로 바뀌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따라서 로스쿨 출발단계에서 매년 최소한 변호사 배출 3,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로스쿨 재학 중 자연이탈율 10∼15%, 변호사자격시험 합격률 80%를 가정할 때, 로스쿨 총 입학정원은 최소한 4,000∼4,500명 정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봉건적 특권과 폐쇄적 지배질서를 독점하려 하나”

토론자로 나선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행 특권법조 구조를 타파하고, 폐쇄적인 사법시험제도를 개혁해 노동자 대중을 위한 변호사 배출과 민주적인 사법확대와 기회균등을 목적으로 시도된 로스쿨법은 여전히 특권 법조진영의 기득권 유지 의도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법률전문가는 법률소비자에게 봉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존재하는데, 그러나 이제까지 주객이 전도된 채로 소수 권력집단의 일원으로 다수 대중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서 지위를 누려왔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봉건적 특권과 폐쇄적 지배질서를 독점하려 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대교수)은 “법조인들이 변호사의 수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변에는 변호사의 경제적·사회적 특권보장에 있음에도, 법조인 진입장벽이 해소될 경우 변호사들 간의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법조비리가 횡행하며, 불필요한 소송을 부추기는 무질서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로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은영 의원 “로스쿨법 4월 통과 안 되면 사실상 무산”

이날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던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일정을 이유로 토론자로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로스쿨 법안과 관련해 현재 국회의 상황을 전달하는 것으로 대변하고, 이내 자리를 떠났다.

이은영 의원은 “국회 교육위와 법사위가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주저하고 있는데, 명분이 약하다보니 법안처리에 대해 자꾸 핑계를 대고 있다”며 “여야 대표단에서 4월 25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안 되면 2009년 3월 로스쿨 개원은 연기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실상 17대 국회에서 로스쿨은 무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서 마지막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여러분의 의견을 국회에 많이 전달해 주고, 아울러 많은 격려와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주호 의원은 “로스쿨 광풍으로 다른 학문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로스쿨이 사법연수원 보다 못한 질적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등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며 “로스쿨은 4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향후 입법과정의 난항을 시사했다.

“특권법조와 국회의원은 제 밥그릇 지키기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토론에 앞서 김영철 로스쿨법 비대위 상임공동대표(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는 개회사에서 국회에 조속한 로스쿨법 통과를 당부했다.

그는 “로스쿨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 법률시장개방에 대한 한미FTA가 타결돼, 효력 발생 후 5년 내 우리 법률시장은 완전히 문을 열어야 하고, 한국의 변호사들이 막강한 영미의 로펌 변호사들과 혈투를 벌여야 할 상황”이라며 “이들과 대항할 경쟁력을 갖추려면 하루빨리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로스쿨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윤 상임공동대표(국제헌법학회 한국학회 회장)는 “법률시장이 개방돼 선진화, 전문화된 미국 변호사와의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국제화, 전문화된 변호사를 제대로 배출할 필요성이 심각하게 요청된다는 점에서, 로스쿨법의 국회 통과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승복 민주사법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전공노위원장)는 인사말에서 “우리들의 사법개혁 투쟁은 가히 멀고도 질긴 것 같다”며 “소수 판검사, 변호사들의 독점적 특권구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그들의 특권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은 실로 엄청난 저항으로 부딪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직도 소수의 특권법조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은 제 밥그릇 지키기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한나라당은 자본과 기득권에 목매어 사법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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