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바람 부는 날에는 화원에 가요

등록 2007.04.13 16:38

수정 2007.04.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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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밖에 나가니 하얀 꽃비가 내린 것처럼 하얀 벚꽃 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아까웠다. 요즘 한참 보기 좋을 땐데. 전날 밤부터 비가 내리면서 세찬 바람이 불더니만. 어제 벚꽃구경을 하지 않았더라면 올해는 만개한 벚꽃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갈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 탓인가 왠지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하러 가려고 나왔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 생각을 바꾸었다. 언제부터 화분 갈이를 해주려던 생각이 났다. 흙이 필요했던 것이다. 가끔 들러 차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화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화원 앞에 도착하니 비바람 치는 날인데도 작고 앙증스러운 꽃들이 밖에 나와 있었다. 활짝 웃고 있는 꽃들을 보니 나도 절로 미소가 번진다. 흐린 날이라 그런가 꽃들의 색깔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인이 나왔다. "어서오세요. 날씨가 꽤 사나워요. 녹차 한 잔 드릴까요?" 난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녹차를 끓여 내 앞에 내놓는다. 뜨거운 녹차 한 잔이 들어가니 온몸이 따뜻해져 왔다. 그때 내 뒤에서는 꽃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장미향이 이렇게 좋은가 보다."
"장미도 있고 그 옆에 쟈스민향도 좋아요."
"응 쟈스민향이 나서 더 좋은가 보구나."

그와 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손님 3~4명이 왔다갔다. 그가 참 부지런하고 친절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가 손님을 맞이하는 동안 나는 그곳에 있는 화초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리개 사이로 보이는 꽃들이 정말 예쁘다.

궂은 날씨인데도 뜨문뜨문 손님이 끊어지지 않고 오고 있었다. 주부들이 움직이는 장시간이 가까워서 그런가. 그의 장사에 누가 될세라 난 일어섰다. 친절한 그는, "왜요 더 노시다 가시지. 저도 심심치 않고 좋은데" "다음에 또 놀러 올게" 하고 화원을 나섰다.

일어서서 화원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주문해서 만들어 놓았다는 빨강장미, 노랑장미, 하얀꽃이 곱고 화사한 자태로 인사하는 듯했다. 흙을 한 봉지 사서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비바람 부는 날에는 가까운 화원에 가서 고운 색깔의 꽃 구경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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