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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마디] 모차르트 음악의 신기한 동시 연주
여느 때처럼 새벽 5시경에 일어났는데 어제 쓰지 못하고 잤던 생활일기를 쓰려고 컴퓨터를 켰다. 아직 주무시고 있는 어머니를 돌아보고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열기 전에 먼저 '알송' 프로그램을 열어 모차르트 곡을 여러 곡 불러왔다.
클래식 중에서도 모차르트와 바흐 음악이 머리를 맑게 하는데 좋다고 하여 가벼운 치매 기운이 있는 어머니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자주 들려 드리고 있다. 우연히 고른 첫 음악은 생동하는 기운이 꿈틀꿈틀 솟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D단조 2악장이었다. 이 음악은 약동하는 기운이 선명하다. 새벽이라 더 그렇다.
선율에 몸과 마음을 얹어 놓으면 금세 나 자신이 살랑대는 봄바람에 너울대는 빨래처럼 가볍게 일렁인다. 스스로 탁월한 선곡에 만족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그러나 어머니 꿈속까지 가 닿기에는 노트북 컴퓨터의 소리가 너무 작다. 디브이디(DVD) 플레이어 5.1채널 앰프에 노트북의 출력 단자를 연결하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라디오 수신기가 내장된 앰프에 전원을 넣자 케이비에스 에프엠이 나오는데 모차르트 곡이 아닌가. 내 노트북 컴퓨터에서 나오는 20번 D단조 2악장 바로 그 곡이었다. 방송에서도 거의 비슷한 대목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노트북의 스피커 소리를 줄여봤다. 다시 라디오 방송 볼륨을 줄이고 노트북 볼륨을 올려봤다. 똑같은 연주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머니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모차르트를 고른 나를 보고 있기라도 한 듯 에프엠 방송의 진행자가 꼭 같이 모차르트를 골랐을까?
새벽 두 시경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서는 왕 할아버지가 오셨다며 어서 문을 열고 마당에 불을 켜라고 했었다. 몸이 불편하신데도 마당에 나가겠다고 서둘렀다. 환상과 뒤섞인 일상이 또 어머니를 괴롭히는 순간이었다. 겨우 고집을 누그러뜨리고 잠에 드셨는데 정작 나는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토막잠을 자면서 어떻게 하면 어머니 영혼이 평안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다가 새벽을 맞았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어쩌면 전날 내가 어머니에게 품었던 불손한 마음이 대가를 치르느라 새벽 토막잠을 자야했고 이렇게 모차르트 음악이 양쪽으로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전날, 돌담을 쌓고 있는데 마루에서 팥을 가리고 계시던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고 쯧쯧. 저래가지고 무슨 담을 쌓는닥꼬! 반듯반듯하게 돌을 놔야지 어글어글 돌을 얹어 놓으면 다 무너지지 저기 견딜끼락꼬 쯧쯧"하는 것이었다.
날은 저물지, 군불 땔 시간, 밥할 시간은 이미 다 됐는데 하던 일은 끝나지 않고 올려놓는 돌덩이는 자꾸 건들거려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팩 쏘아붙였다.
"어떻게 해야 반듯반듯하게 쌓을 수 있는지 어머니가 해 보세요!"
물론 말을 하는 순간 후회했지만 다행히 귀를 잡수신 어머니가 듣지 못했는지 아무 말씀도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계셨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들었건 못 들었건 그렇게 쏘아붙이는 내 기운이 어머니에게 가 닿았을 것은 자명한 이치.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그랬고 잠자리에 들면서도 못내 기분이 껄떡지근했었다.
어머니를 위한 모차르트 음악이 양쪽에서 흘러나오자 기분이 씻은 듯이 나아졌다. 환해진 내 기운이 어머니의 오늘 하루를 쾌청하게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주 확연했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보상을 치른 느낌이었다.
[둘째마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자리
이때 '마음이 편하다'라고 할 때의 마음은 기분에 해당된다. 그러나 '마음이 나쁜 사람이다'고 할 때의 마음은 성품이나 성질을 말하고, '마음을 알 수가 없다'고 할 때는 본심이나 의도를 말한다. '너한테 마음이 없다'고 할 때의 마음은 애정이나 관심 정도로 이해된다.
이처럼 마음은 감정이나 느낌, 기분이나 생각, 나아가서 정신과 영혼을 함께 일컫는다. 그러면 마음은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불편했던 내 마음이 풀어진 것은 모차르트 음악 때문인가?
내가 전날 어머니에게 팩 쏘아붙인 것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날의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날은 '동사섭'문화센터가 건립되어 개원식을 하는 날이었고 여기저기서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었다. 함양에서 하는 개원식이라 이곳 장계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지만 대소변을 못 가리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참석을 포기했었다.
'동사섭'은 내 삶의 전환에 중요한 부위를 차지하는 영성 훈련 프로그램이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일곱 번이나 수련을 했고 지금도 지역 수련모임에 참석하고 있으니 각별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의식하건 못하건 동사섭 개원식에 어머니 때문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에게 쏘아붙인 이유가 꼭 그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일을 다 예상하고 어머니를 모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행사에 못 가서 마음이 상했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어머니랑 같이 산지 보름이 넘으면서 슬슬 늘고 있는 어머니 참견과 잔소리에 짜증이 쌓여 있었기 때문일까? 과연 그것 때문일까? 그렇다면 내 마음이 상하게 된 원인은 오로지 어머니가 제공한 것인가?
이렇듯 마음이 상하게 된 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과연 사람의 마음이 꼬이게 되는 원인은 어떤 결과의 인과관계를 따져 파고들면 그 뿌리가 나타날까? 아니? 그렇다면 내 마음은 오직 외부 환경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가? 불가에서는 마음이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일체유심조'라 하여 세상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마음이 문제다. 세상일이 마음 한 번 바꿔 먹으면 달라진다는 말이 있지만 사람은 때로 평생동안 습관 하나도 바꾸지 못한다. 마음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뻔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게 마음이다. 자기 마음이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해지면 사람관계도 잘 풀리고 공부건 사업이건 다 잘 된다고 한다.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도 많이 알려있다. 많은 성인들의 가르침이 차고 넘친다. 욕심을 버려라. 화를 내지 마라. 마음을 비워라.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정성을 다하고 간절히 구하라. 칭찬하고 격려해라. 이웃을 돌보고 대가를 바라지 말라 등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열린전북> 4월호 '전희식의 생명이야기 네번째 이야기 - 마음공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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