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지리산 정령치 아래 계곡에서 물수련 할 때 지도 해 주시더 '청운선사'님과 함께. 지금은 다른 곳으로 떠나 가셨다고 하는데 종적을 알 수 없다.전희식
단식수련, 간화선수련. 음양단식수련, 야마기시 연찬학교, 지리산 정령치 계곡에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 물 수련, 춤 명상, 애니어그램. 아난다마르가 수련, 엠비티아이, 각종명상 모임의 지역 만남 등 한 해에 꼭 한두 번씩은 열흘 내외의 시간을 내서 마음공부를 해 왔다. 큰 스승이 있다고 하면 시간을 내서 친견하기도 했다.
어떤 수련은 아기자기한 방편들을 내밀하게 익힐 수 있었고 어떤 수련에서는 잔가지들 없이 의심의 덩어리를 뿌리째 뽑아내면서 일보 전진하는 순간을 맞기도 했다.
간화선 수련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캄캄한 동굴을 나흘간이나 헤매다가 닷새 되던 날 하얀 눈이 융단처럼 덮인 넓고 넓은 평원이 파도처럼 마구 물결치더니 나를 덮쳤다. 잔뜩 공포에 떨며 터널을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 무리 속으로 내가 흡수되기도 했다.
그 닷새째 날은 새벽부터 격렬한 진동과 오열이 종일 계속되었다. 무의식의 밑바닥까지 내 거짓된 삶과 물질중심의 탐욕이 씻기는 날이었다.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 천정까지 가 닿았는데 법당 마룻바닥에 개구리 패대기쳐지듯이 나뒹굴었다.
아봐타 수련의 '내뜻대로 살기' 수련에서 겪었던 경이도 잊을 수 없다. 세상일이 내 뜻대로 다 될 뿐 아니라 '내 뜻' 자체가 항상 세상사와 조화를 잘 이루는데서 오는 경이를 상상해 보시라.
마음공부에서 격렬한 오열과 함께 신체적 변화를 겪게 마련인데 이것은 몸 기운이 맑아지는 초기 증세라 보면 된다. 집안 대청소를 한 것에 비하면 되겠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래서 마음공부 프로그램 사이에는 '약발기간'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어떤 마음공부 단체에서는 공공연히 이제 막 마음공부를 끝낸 최근 기수를 대선배로 모신다. '약발'이 제일 센 사람이라는 뜻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마음을 바로바로 알아채고 잘 다루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붓다가 보리수나무 밑에서 수행을 통해 득도한 것도 그 이전에 평소의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공부 한 마무리 단계였던 것으로 보면 된다.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일 매일 생생하게 겪는 생활상의 고비와 갈등이 우리의 마음공부의 소재들이고, 이 소재들이 마음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발판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것들은 결코 멀리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을 갈고 닦는 도장이라 보면 틀리지 않다.
[여섯째마디]마음공부의 다양한 방편들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정교한 지식체계를 구축해도 수련과 명상 없이는 성품 자리에 들 수 없다고 한다. 그런 것 같다. 나에게서 수련과 명상을 통해 도달하는 일상의 모습은 아주 단순해 보인다.
늘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고 아는 것'이다.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채는 것'. 그것이 마음공부가 겨냥하는 지점이다. 어떤 사람은 몇십 년이 지나서야 겨우 그때 그 일의 진면목을 알아챈다.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욕망과 에고에 기초한 원한을 짊어지고 간다. 그래서 나는 마음공부를 달리 정의한다. 순간에 나 알아채는 '힘 기르기'라고 정의한다.
지난 2월에 어떤 시민단체 연수회에서 나를 불렀다. 전국에 있는 활동가들이 만나 수련회를 하는데 서로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며 저녁시간을 송두리째 내게 주었다. 그 시민단체를 잘 알기에 그 단체의 활동에 맞는 순서를 준비했다.
내가 누군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을 게임식으로 엮었다. 문방구에 가서 이것저것 소품들도 준비해 봤다. 내가 익혀 둔 몇 가지 마술도구도 챙겼다. 내가 강의 갈 때는 꼭 선물들과 마술도구 등을 챙기는데 이것은 수강생들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신나게 게임을 하다가 문득 자신의 내면을 발견해 가는 것이었는데 몇 사람이 눈물을 쏟아 분위기가 숙연해 지기도 했다.
마음공부 프로그램들을 이렇게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할 텐데 그래도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자기의 본 모습을 깨닫고 생각의 방향을 돌려 관계를 잘 풀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마음이란 내 마음인데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므로 ‘내 마음의 사용설명서’를 익히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될 것이다.
모든 일상사는 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관계 맺기와 풀기'를 주요 과제로 삼는다. 그 수단으로 흔히 '감사일기 쓰기'나 '칭찬하기', '무아명상 하기', '3분 웃기 명상' 등을 하기도 한다.
내가 해 보기로는 마음을 닦는 것에는 넓은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역이 넓은 만큼 방편들도 참 많다. 소리와 색과 향과 꼴(특수한 형태의 모양)과 감촉 등이 다 마음을 닦아 가는데 크게 작용하는 소재들이다.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생각'의 힘이 제일 크기 때문에 그 생각을 돌리게 하는 보조 장치들이라고 보면 된다.
소리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만트라에는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육자진언이 있다. 동학에서는 21자 주문이 있는데 동학농민군들이 외던 것이다.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이다. 관세음보살만 외워도 병이 낫는다거나 주기도문만 외워도 평안이 온다는 것은 '소리'에서 비롯되는 여러 작용 때문이다. 교회에서 방성기도를 하면 은혜가 크다고 하는 것이 다 이 때문이다.
(* 마직막회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열린전북> 5월호 '전희식의 생명이야기 다섯번째 이야기 - 마음공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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