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는 왜 그녀를 처음 쐈나

[버지니아텍 총기사건] 첫 희생자 에밀리-조승희 관계 놓고 추측 난무

등록 2007.04.18 04:06수정 2007.04.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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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월 16일 (현지 시각), 미국 블랙스버그 버지니아 텍(공과대학) 노리스 홀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졌다. 경찰들이 부상자들을 나르고 있다.

4월 16일 (현지 시각), 미국 블랙스버그 버지니아 텍(공과대학) 노리스 홀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졌다. 경찰들이 부상자들을 나르고 있다. ⓒ AP 연합뉴스


왜 그녀를 처음 쐈나
[의혹] 첫 희생자 에밀리-조승희 관계 놓고 추측 난무

▲ 에밀리 힐셔
버지니아텍(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의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조승희씨의 범행 동기를 놓고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추측은 이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인 에밀리 힐셔가 조씨의 전 여자친구라는 설이다. 하지만 이를 단정할 수는 없다.

#1. 에밀리는 조씨의 전 여자친구?... 에밀리 룸메이트 "아닐 것"

< LA타임스 >는 18일자 신문에 에밀리 힐셔의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헤더 호(Heather Haugh·18)의 인터뷰를 실었다. 헤더는 에밀리의 교우관계를 잘 알고 있고 1차 총격 직후 기숙사를 찾은 인물이다.

그는 먼저 에밀리와 조씨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나는 조씨를 본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른다. 내가 아는 한 에밀리도 그를 몰랐다"고 밝혔다.

사건 전날인 일요일(15일·현지시각)에도 두 사람은 평소처럼 각각 남자친구들과 데이트를 즐긴 뒤 다음날 오전 기숙사에서 만나 오전 9시로 예정된 화학 수업을 듣기로 했다고 한다.

에밀리는 16일 아침 7시경(현지시각) 기숙사에 돌아왔고, 헤더는 이보다 한 시간 가량 늦게 도착했고 이로써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렸다. 헤더는 "조씨가 에밀리를 따라 기숙사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조씨의 범행 동기는 적어도 에밀리와의 관계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힘을 얻는다.

#2. 조씨가 에밀리를 스토킹?... 조씨 룸메이트 "조씨, 여학생 3명 스토킹"


그러나 에밀리가 사건 당일 조씨의 스토킹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씨의 룸메이트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씨가 기숙사 같은 층의 여학생 3명을 스토킹했다"고 밝혔다.

1차 총격 사건 직후 기숙사를 찾은 경찰도 헤더에게 에밀리의 현 남자친구인 칼 손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에밀리의 남자친구는 열렬한 총기 애호가라고 한다.

자신을 포함한 33명 사망.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버지니아텍(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조승희(23)씨는 왜 애꿎은 학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을까? 용의자가 현장에서 자살한 탓에 현지 경찰도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목격자 증언과 경찰 조사를 종합해 CNN 등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씨는 16일 오전 7시 15분경(현지시간) 대학 기숙사 '엠블러 존스터홀'에서 여학생 에밀리 제인 힐셔(19)과 라이언 클락(22)을 살해했다. 기숙사 학생사감이었던 클락(4042호실 거주)은 4040호실에 머물던 힐셔와 조씨의 말다툼을 말리다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조씨는 이날 오전 9시 45분께 학생들이 강의를 받던 '노리스홀' 내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때에도 조씨는 누군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조씨가 누군가를 찾듯이 강의실 창문을 몇 번 둘러본 뒤 총을 쐈다"고 말했다.

기숙사에서 총을 맞은 여학생이 조씨의 여자친구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조씨가 누군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보인 것은 미국 언론 보도대로 '치정'에 의한 살인과 범행일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경찰이 찾아낸 조씨의 메모도 치정에 의한 살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조씨의 방에서 사회적 불만을 나타낸 노트(disturbing note)를 발견했다.

현지 경찰 "치정 살인... 정확한 범행동기는 모른다"

a 인터넷에 공개된 조승희씨의 사진

인터넷에 공개된 조승희씨의 사진

17일 < ABC뉴스 >에 따르면 이 노트에는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You caused me to do this)"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인칭 대상인 '너'를 지칭한 이 문장은 조씨의 총기난사 배경에 어떤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경찰과 FBI도 조씨의 범행을 치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현 주미대사관 워싱턴지역 영사가 이날 캐빈 코스터 FBI 팀장과 킴벌리 크래니서 버지니아 경찰서장과의 면담 뒤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범행 동기를 일단 치정이나 이성관계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최 영사에게 "아직 정확한 범행동기는 모른다"는 단서를 붙였다.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조씨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무차별 총기난사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톨이인 조씨가 일종의 우울증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시카고 트리뷴>은 조씨 노트에 캠퍼스 내 "부자집 아이들(rich kids)"과 "기만적인 허풍쟁이들(deceitful charlatans)"을 비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 노트에는 조씨의 팔에 붉은 잉크로 새겨진 'Ismail Ax(이스마엘의 도끼)'라는 글도 나왔다.

<시카고 트리뷴>은 또 수사관의 말을 인용해 "조씨가 최근 기숙사방에 불을 지르고 일부 여성들을 스토킹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과 폭력 성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공대 500여 명의 한인 학생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점도 조씨가 홀로 지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현지 한인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씨는 한국 학생들의 모임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 기독교학생회장 김영환씨도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씨와는 4년간 교류가 없어서 잘 몰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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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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