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서 꼬치를 안 먹을 수 있나

왕푸징의 먹자골목 샤오츨지에(王府井小吃街)

등록 2007.04.19 14:13수정 2007.04.19 14:13
0
원고료로 응원
a '베이징카오야'라는 세계적인 오리고기 집으로 유명한 '취엔쥐더'의 왕푸징점. 취엔쥐더 본점은 치엔먼 남쪽의 '취엔먼쥐엔쥐더'이지만 최근 이일대가 재개발 되면서 어수선해지자 왕푸징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베이징카오야'라는 세계적인 오리고기 집으로 유명한 '취엔쥐더'의 왕푸징점. 취엔쥐더 본점은 치엔먼 남쪽의 '취엔먼쥐엔쥐더'이지만 최근 이일대가 재개발 되면서 어수선해지자 왕푸징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 김동욱

와이원수디엔(外文书店)에서 나오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두 시를 넘어서고 있다. 햇볕이 없어 한낮이 덥지 않아 좋았지만 바람이 심하게 분다. 길 가던 사람들이 모자를 주우러 뛰어다니고, 거리 청소부 아줌마가 날아다니는 쓰레기통 뚜껑 잡느라 바쁘다.

a 왕푸징 입구에서 북쪽으로 100m 쯤 걸어가다가 왼쪽을 보면 '왕푸징샤오츨지에(王府井小吃街)'라고 적힌 큰 문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왕푸징의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왕푸징 입구에서 북쪽으로 100m 쯤 걸어가다가 왼쪽을 보면 '왕푸징샤오츨지에(王府井小吃街)'라고 적힌 큰 문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왕푸징의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 김동욱

출출하다. '뭘 먹긴 먹어야 하는데…….' 여기 왕푸징에는 그 유명한 북경 오리고기집인 취엔쥐더(全聚德)의 왕푸징점이 있다. 베이징카오야(北京烤鸭)라고 불리는 북경오리요리는 북경에서 꼭 한 번 맛보고 싶은 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오늘 나는 혼자서 도저히 그 오리 한 마리를 어쩌지 못할 것 같다.


'간단하고 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 싼 게 뭐가 있을까?'

그래서 찾아낸 게 만두집이었다. 빌딩 전체가 어린이 용품점인 장난감 가게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이 가게에서는 만두 뿐 아니라 다양한 중국 전통음식을 팔고 있었다.

원래 만두를 좋아하는 나는 주저 없이 메뉴판에 있는 만두 한 접시와 콜라 한 깡통을 주문했다. 물론 맛있게 먹었다. 우리의 찐만두 같은 이 만두의 맛은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 달랐지만 맛은 좋았다. 가격이 아마 15원(우리 돈 1800원 정도)인 걸로 기억이 난다.

'중국 전통차도 한 잔 마셔야지.'

배를 채우고 나니 마음이 좀 더 느긋해진다. 왕푸징에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차 브랜드가 모두 모여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우위타이차좡(吴裕泰茶庄)에 들어갔다.


a 중국 3대 차 브랜드 중 하나인 '우위타이차좡'의 내부. 적당한 조명에 넓은 실내공간,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차맛을 즐길 수 있다.

중국 3대 차 브랜드 중 하나인 '우위타이차좡'의 내부. 적당한 조명에 넓은 실내공간,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차맛을 즐길 수 있다. ⓒ 김동욱

2층 건물의 우위타이차좡의 1층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가 진열돼 있다. 물론 여기 진열된 차들은 모두 판매용이다. 다탁과 의자 등이 놓인 찻집은 2층에 있다. 물론 우위타이차좡(吴裕泰茶庄)이 직영한다.

우위타이차좡(吴裕泰茶庄)은 한국의 유명 커피숍 같이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비교적 공간이 넓게 트여 있고, 조명이 적당하며,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가진 찻집이다. 제법 넓은 공간에 나무로 된 열댓 개의 탁자가 여유 있는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정면에는 중고등학교 교실의 나무교단 같은 작은 무대가 있고, 이 무대 뒤에는 손님이 주문하는 차를 제조(?)하는 공간이 있다.


나는 앞으로 걸어 들어가서 무대와 가까운 탁자를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바로 점원 아가씨가 다가와서 메뉴판을 내민다.

'본다고 뭐 아는 게 있을까?'

a 화차를 주문했다. 찻주전자와 찻잔, 그리고 두개의 접시에 후아메이(왼쪽)와 꾸아즈(오른쪽)가 담겨있다.

화차를 주문했다. 찻주전자와 찻잔, 그리고 두개의 접시에 후아메이(왼쪽)와 꾸아즈(오른쪽)가 담겨있다. ⓒ 김동욱

그래도 대충 훑어본다. 주이에차(竹叶茶=죽엽차), 훠차(花茶=화차), 우롱차(乌龙茶=오룡차) 등 몇몇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있다. 나는 이 중에서 30원(우리돈 3600원 쯤)짜리 화차를 주문했다. 이윽고 점원 아가씨가 화차 한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온다. 하나하나 탁자 위에 내려놓는데, 호박씨 같은 것 한 접시와 말린 대추 같은 것 한 접시도 함께 내려놓는다.

'이게 뭘까? 차 마시면서 같이 먹는 건가 보지….'

커피 전문점 같은데서 커피와 함께 접시에 한두 개 얹혀 나오는 비스킷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냥 차만 마시기에는 입이 심심할까봐.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이게 뭐지?'

점원 아가씨에게 물어 봐야한다.

"부우위엔(服务员=종업원)!"

'부우위엔'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부를 때 널리 쓰이는 말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찻집에서도 이 말이 쓰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점원을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는 이것 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어쨌든 내 목소리를 들은 아까 그 아가씨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는 듯 미소를 짓는다.

a 왕푸징샤오츨지에에서 다양한 꼬치구이를 맛보고 있는 사람들.

왕푸징샤오츨지에에서 다양한 꼬치구이를 맛보고 있는 사람들. ⓒ 김동욱

"쩌스~ㄹ썸머(这是什么=이게 뭐에요)?"
"후아메이 허 꾸아즈(话梅和瓜子=후아메이와 꾸아즈입니다)."

후아~ 덥다. 뭔 소리지? 수첩을 꺼냈다.

"칭씨에(请写=써보세요)."

그리고 나는 전자사전에서 이 아가씨가 쓴 글자의 뜻을 찾아냈다.

후아메이(话梅) : 소금과 설탕으로 절인 후 햇볕에 말린 매실. 화남지방에서 차와 곁들여 내는 일종의 음식.
꾸아즈(话梅和瓜子) : 오이 따위의 씨. 난꾸아즈(南瓜子)=호박씨, 바이꾸아즈(白瓜子)=호박씨를 껍질 째 볶은 것, 씨앙꾸아즈(香瓜子)=해바라기씨. 소금을 뿌려 볶은 수박, 또는 호박씨.


맛은 둘 다 괞찮다. '후아메이'는 곶감 씹는 느낌이 난다. 시큼하면서 단 맛이 좋다. 그리고 '꾸아즈'는 짭짤한 맛이 강하지만 뒤이어 씨앗의 고소한 맛이 따라온다. '꾸아즈'는 다만, 이로 껍질을 까고 속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살짝 번거롭다.

우위타이차좡(吴裕泰茶庄)에서 나온 나는 드디어 왕푸징의 후통(胡同=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이날 오전 나는 왕푸징 거리에 들어서면서 이곳 왕푸징의 후통 격인 샤오츨지에를 가장 나중에 보리라 미리 생각해 뒀었다. 맛있는 음식을 맨 나중으로 밀어두듯, 나는 왕푸징에 들어설 때부터 이곳 왕푸징의 후통 격인 샤오츨지에(小吃街)를 아껴두었던 거였다.

a 꼬치구이 가게 뒤로 돌아 들어가면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피 튀기며 흥정하려 하지말고 그냥 아이쇼핑으로 만족하자.

꼬치구이 가게 뒤로 돌아 들어가면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피 튀기며 흥정하려 하지말고 그냥 아이쇼핑으로 만족하자. ⓒ 김동욱

왕푸징 샤오츨지에는 글자 그대로 왕푸징의 작은 먹거리 골목이다. 좁은 골목 안에 중국 전통의 다양한 꼬치구이 가게와 노점이 즐비한 그런 거리이다. 그야말로 중국 사람들의 냄새를 제대로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전갈꼬치 같은 '이상한' 간식은 보기 힘들지만 양꼬치나 소꼬치, 오징어꼬치 등은 여기에서 지천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꼬치구이 집이고, 노점상 셋 중 하나가 꼬치구이를 판다. 꼬치구이는 대개 하나에 1원에서 10원(우리돈 120원~1200원 쯤). 중국요리 특유의 향이 가득 묻어나 있지만 맛을 보면 그리 역하지 않아 쉽게 먹을 만 했다.

왕푸징 샤오츨지에에는 꼬치구이 말고도 크고 작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좋은 골동품이 있다고 호객을 하는 장사꾼도 있다. 실제로 내가 보기에도 이제는 골동품일 것 같은 오래된 수도 라이카 카메라도 길거리 좌판에 쉽게 보인다. 물론 진품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중국여행 전문가(?)들은 여기서 물건을 사려면 일단 부르는 값의 10분의 1로 후려친 다음 흥정을 하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웬만하면 이런 데서는 기념품 같은 걸 고를 생각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흥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싸게 산 기념품을 간직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런 물건들은 중국여행 내내 부담스러운 짐이 되기 십상이다. 그저 '이런 게 있구나. 재미있네' 하며 눈요기 하는 걸로 만족하는 게 좋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4. 4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5. 5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