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 원조마을을 지나면서

[동해안 여행기⑧]

등록 2007.04.22 13:08수정 2007.04.2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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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덕 해맞이공원의 전망 등대

영덕 해맞이공원의 전망 등대 ⓒ 김영명

강구에서 축산까지의 해안을 끼고 달리는 20번 지방도로를 예전에는 ‘강축해안도로’라고 했으나 지금은 ‘영덕대게로’로 도로명을 바꿔 부른다. ‘영덕해맞이공원’이 '영덕대게로' 초입에서 길손을 반갑게 맞이한다.

a 영덕 해맞이공원의 꽃밭과 산책로

영덕 해맞이공원의 꽃밭과 산책로 ⓒ 김영명

이 공원은 1997년 산불로 황폐해진 해안을 낀 산비탈과 해안도로변 약 10ha 면적에 조성된 해안형 자연공원이다. 2003년까지 잘 다듬어진 2만3천여 포기의 꽃밭과 1천500여개의 나무계단 산책길도 만들고, 전망테그 5개소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등대도 세웠다.

대게가 감싸고 있는 형상의 붉은 등대에 올라섰다. 망망한 동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근심도 걱정도 훌훌 털어버린 해방감으로 가슴이 확 트인다. 산불재난으로 황폐해진 산야를 좋은 아이디어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즐겁게 찾아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해 준 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a 영덕 풍력발전기

영덕 풍력발전기 ⓒ 김영명

해맞이공원에서 산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5분도 채 가지 않아서 영덕풍력발전소에 닿는다. 높이 80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24기가 동해의 해풍을 맞아 돌아가고 있다. 사업비 675억원을 들여 약 1년 만에 완공한 이 발전소는 2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9,600kw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재생에너지로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의 부족을 메워줄 좋은 대체에너지원으로 기대가 크다.

a 영덕대게원조마을인 차유리 마을

영덕대게원조마을인 차유리 마을 ⓒ 김영명

해안을 끼고 오보리를 지나 석동리 경사로를 오르면 울창한 해송이 손짓하는 경정 해변과 영덕대게 원조(元祖)마을인 차유리(車踰里)가 눈앞에 들어온다. 바닷가 언덕 위의 영덕대게 원조비, 팔각정자 그리고 아래로 갯바위, 방파제와 고깃배들,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코끝을 싱그럽게 하는 갯냄새, 마을 앞 바다 저편에 대나무가 군락을 이룬 죽도산, 이 모든 것이 아늑하고 정감 있는 어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a 영덕대게원조마을을 상징하는 비석

영덕대게원조마을을 상징하는 비석 ⓒ 김영명

차유리 영덕대게 원조마을 유래를 찾아보면 고려 29대 충목왕 2년(서기 1345년)에 초대 정방필 영해 부사가 부임하여 관할지역인 지금의 영덕군 축산면 경정2리, 대게의 산지인 이곳 마을을 순시하였다고 한다. 영해 부사 일행이 수레를 타고 축산방면에서 고개를 넘어 왔다고 하여 한자로 수레차(車), 넘을유(踰)를 써서 "차유리"라 마을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한다.

날은 저물어가나 갈 길은 그리 바쁠 것 없다. 경정항 바닷가에 하얀 색의 2층집이 보인다. 000하우스라는 펜션이다. 동해바다가 바로 보이는 전망에 숙박비도 적당하다. 그러나 숙소 방에 들어서자 기대는 바로 실망으로 바뀐다. 출입문은 있는데 방문이 없어 방이 휑하다. 맨 유리창문에는 커튼도 없다. 바깥에서 안이 훤히 보일 지경이다. 방음장치가 안 된 벽은 옆방의 소음을 그대로 전달한다.

a 숙소방에 실망한 펜션 건물

숙소방에 실망한 펜션 건물 ⓒ 김영명

숙박 취소하고 나오려다가 이것도 인연인데 하룻밤을 못 자랴 싶어 눌러앉았다. 펜션이라는 이름의 숙박업소가 법적으로 갖추어야할 기본 시설명세서는 없는 것일까.


그러나 주문한 저녁식사(1인당 12,000원)는 기대 이상으로 맛이 일품이다. 중간크기의 영덕대게를 반찬으로 차려왔는데 찰기 있는 밥과 함께 혀끝의 감칠맛은 게 껍질까지 먹을 정도로 식욕을 돋워 주었다. 대게의 맛이 잠자리의 불편함을 상쇄하였으니 너무 불평하지 말라는 대게의 가르침을 깨닫는다.

a 해안길을 따라 설치한 오징어 덕대발

해안길을 따라 설치한 오징어 덕대발 ⓒ 김영명

‘영덕대게로’의 마지막 포구인 축산 항에 도달한다. 해안 포구마다 길을 따라 설치한 오징어 말림 덕대발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지나가면서 오징어 사열을 받는 느낌이다. 축산항 해안가 한 허름한 건물에 이름이 써있는데 일러 ‘근심 푸는 곳’이다. 사찰의 화장실에 ‘해우소(解憂所)’라 이름이 붙은 곳은 더러 보았지만 일반 화장실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 본다. 누가 이런 명칭을 제안했을까.


a 고래불 해수욕장의 백사장

고래불 해수욕장의 백사장 ⓒ 김영명

해안을 돌아서 나오면 바로 대진해수욕장이다. 대진해수욕장에서 덕천해수욕장, 영리해수욕장, 고래불해수욕장이 하나의 백사장으로 연이어져 그 길이가 8km나 된다. 백사장 뒤편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방풍림 띠를 두르고 있다. 초록색과 흰색의 어울림, 그늘과 햇볕의 동행, 울창한 송림과 하얀 모래밭의 아름다운 랑데부를 여기서 본다.

a 최근 개설된 대진해수욕장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의 도로

최근 개설된 대진해수욕장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의 도로 ⓒ 김영명

이 4개의 해수욕장이 통칭 고래불해수욕장으로 통한다.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고려 말 학자인 목은 이색 선생이 앞바다에서 고래가 흰 물줄기를 뿜으면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 ‘고래불’[불은 뻘의 옛말]이라고 말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a 고래불해수욕장 도로 건너편에 조성된 유채꽃밭

고래불해수욕장 도로 건너편에 조성된 유채꽃밭 ⓒ 김영명

행정당국에서 ‘고래불관광지개발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2011년까지 총사업비 1760억 원을 투입해 공공시설, 숙박시설, 운동오락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얼마 전 대진해수욕장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가 개통되었다.

고래불 해수욕장 화장실 세면장의 큰 유리거울이 박살이 나 있다. 어느 심술쟁이가 장난삼아, 아니면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겸 주먹돌로 거울을 명중시킨 모양이다. 아서라,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두고, 길 건너 편 밭에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는 봄의 전령 유채꽃의 노란 꽃잎을 보았더라면 좋으련만.

덧붙이는 글 | 부산 해운대에서부터 시작된 동해안 여행의 제8신입니다.

덧붙이는 글 부산 해운대에서부터 시작된 동해안 여행의 제8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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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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