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발레, 여수시민 일으켜 세웠다

서울발레시어터 여수 공연 뜨거운 호응 얻어

등록 2007.04.28 16:58수정 2007.04.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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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뛰어난 작품성으로 미국에 수출되기도 했던 제임스 전 안무의 '생명의 선'을 연기하는 정운식, 전선영 두 무용수의 완벽한 해석에 여수 관객들은 매료되었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미국에 수출되기도 했던 제임스 전 안무의 '생명의 선'을 연기하는 정운식, 전선영 두 무용수의 완벽한 해석에 여수 관객들은 매료되었다 ⓒ 김기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가 일곱 번째 찾은 여수는 지방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레 관람수준이 높았다. 박수를 칠 때를 정확히 알았고, 그것으로 무용수를 격려하고 그로 인해 더 훌륭한 연기를 볼 수 있음을 꿰뚫고 있었다. 특히 6개 작품을 모두 보고는 96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마지막 커튼콜에 앵콜을 요청했고, 땀에 흠뻑 젖은 무용수들이 기꺼이 한 번 더 춤을 추는 내내 관객들은 일어선 채 박수로 호응했다.

국내 주요 발레단체가 모여 있고,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발레가 공연되는 서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반면 여수는 이렇다 할 발레단체도 없거니와, 연간 발레가 공연되는 회수도 몇 번 되지 않는 그야말로 발레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예술과 사랑은 눈에 익어야 깊어지는 법이지만 여수에서 그런 일반의 공식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우연히 생겨난 현상은 결코 아니다.


이윤천 한국무용협회 여수지회장이 여수의 무용발전을 위해 어려움 속에서 꾸준히 서울발레시어터를 비롯해서 국내 여러 발레단체를 여수로 불러들여 공연해온 10년 가까운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고, 버스로 6시간이 걸리는 먼 여정도 마다않고 달려간 서울발레시어터의 열정이 객석에 전달된 이신전심의 결과이다.

a 26일 저녁 여수시민회관에서 열린 서울발레시어터의 6개 작품을 모두 본 관객들은 전원이 기립박수로 앵콜을 요청하고, 앵콜이 진행되는 동안 박수로 무용수들의 땀을 닦아주었다

26일 저녁 여수시민회관에서 열린 서울발레시어터의 6개 작품을 모두 본 관객들은 전원이 기립박수로 앵콜을 요청하고, 앵콜이 진행되는 동안 박수로 무용수들의 땀을 닦아주었다 ⓒ 김기


물론 무대 바깥의 노력이 아무리 유효하다 해도 그날 공연을 좌우하는 것은 무대 위 무용수들이다. 신입단원들도 대거 출연한 이번 여수공연은 서울발레시어터 ‘올드 앤 뉴’라는 콘셉트 속에서 보여준 6개의 작품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밀도있게 구성하였고, 무용수들의 몸놀림은 먼 길을 달려온 피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민첩하고, 올드 앤 뉴의 호흡도 나무랄데 없이 잘 맞았다.

26일 여수시민회관에서 선보인 6개 작품 중 5개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의 것이고, 하나는 그의 스승인 고 로이 토비아스의 작품이었다. 제임스 전 안무작품들 일부는 여수팬들에게 익숙하기도 했는데, 서울발레시어터 두 지도위원이 특별히 준비한 ‘생명의 선’과 인기 레파토리인 ‘도시의 불꽃’은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신입단원들만으로 구성된 ‘두 잇’도 발레와 브레이크 댄스 등을 가볍게 조합해 젊은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정운식, 전선영 서울발레시어터의 중심 단원 둘이 엮어낸 ‘생명의 선’은 한국 발레작품으로는 드물게 미국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했던 작품으로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난, 역동을 높은 상징성으로 살려낸 작품으로 모던발레의 진수를 보여준다.

거기에 20년 호흡을 맞춘 정운식, 전선영 두 뛰어난 무용수의 표현에 관객은 깊이 빠져들었다. 6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무거운 주제를 보인 ‘생명의 선’은 한번도 부상한 적 없었던 전선영이 담이 들정도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런 열정이 객석으로 전달되어 두 무용수가 연기를 마치자 여수시민회관은 떠나갈 듯 박수가 터져 나왔다.


a 960명 관객들 전원을 일어서게 한 서울발레시어터의 '도시의 불꽃' 피날레

960명 관객들 전원을 일어서게 한 서울발레시어터의 '도시의 불꽃' 피날레 ⓒ 김기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들어 서울발레시어터의 갈라 공연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도시의 불꽃’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분명했다. 국내 발레팬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알렉세이와 얼마 전 부단장으로 자리를 높인 연은경 두 무용수의 화려한 연기에 여수팬들은 매료되었고, 그 외 총 다섯 커플이 빚어내는 이국적 풍경에 기꺼이 빠져들었고 이내 앵콜로 이어졌다.

또한 안무가 제임스 전이 재직 중인 한국체대에서 학생들을 위해 안무했던 ‘두 잇’은 젊은이들의 발랄한 몸동장과 표정 그리고 브레이크댄스, 스포츠댄스 등이 버무려져 발레를 잘 모르는 젊은 관객들을 들뜨게 했다. 최근 발레와 비보잉이 결합한 공연물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듯이 모던발레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장르파괴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제임스 전을 비롯해 많은 한국발레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로이 토비야스의 ‘파리의 선택’ 제임스 전의 ‘1X1' 작년 아시아 퍼시픽 발레페스티벌에 초연되었던 ’춤을 위한 탱고‘ 등도 서울발레시어터 신구단원들의 적절한 조화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도시의 불빛‘ ’춤을 위한 탱고‘ ’두 잇‘이 대중성이 강조된 작품이라면, ’1X1' '파리의 선택‘ 그리고 ’생명의 선‘은 작품성을 담보한 작품으로 재미와 의미가 조화롭게 짜였다.

a 서울발레시어터 새내기들로만 구성된 발랄한 작품 ' 두 잇 '

서울발레시어터 새내기들로만 구성된 발랄한 작품 ' 두 잇 ' ⓒ 김기


공연을 마치고 극장 문을 나서는 여수시민들은 2시간 넘은 발레관람에 흡족한 모습이었으며, 친구들과 함께 관람한 한 고등학생은 “공연 전에는 백조의 호수가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었는데, 우리들 감각에 딱 맞는 발레도 있다는 점에서 모던발레 팬이 됐어요”하면서 만족을 표했다. 관객 전원이 기립하는 장면은 무용수들만이 아니라 선 관객 스스로에게도 큰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극장 안의 모든 현상은 무대 안팍이 교류하고, 공감해서 빚어지게 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모던발레 불모지인 한국에 서울발레시어터가 국내 유일의 민간전문발레단체로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지탱해온 보람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발레공연을 유치해온 이윤천 여수무용협회 지회장의 졸인 마음을 비로서 풀게 해주는 단서였다.

a 작년 아시아퍼시픽발레페스티벌에서 초연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춤을 위한 발레'에서 매혹적인 연기를 보인 김은정, 정경표 두 무용수의 모습

작년 아시아퍼시픽발레페스티벌에서 초연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춤을 위한 발레'에서 매혹적인 연기를 보인 김은정, 정경표 두 무용수의 모습 ⓒ 김기


a 고 로이 토비야스 안무의 '파리의 선택' 제임스 전은 스승을 잊지 않겠다는 어떤 의지를 이번 레파토리 선정에서 보여 공연 이면에서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도 해주었다

고 로이 토비야스 안무의 '파리의 선택' 제임스 전은 스승을 잊지 않겠다는 어떤 의지를 이번 레파토리 선정에서 보여 공연 이면에서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도 해주었다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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