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11시 10분경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이 김 회장이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의 조사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지휘부가 단순히 '무시'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첩보를 '묵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택순 경찰청장과 홍영기 서울청장은 모두 이번 사건을 4월 24일 언론 보도 뒤에야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벌그룹 회장의 납치 감금·폭행 등 중요한 첩보를 접하고 한달 이상 내사하면서도 지휘부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더구나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3월 12일께 장희곤 남대문서장에게 수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전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직 경찰청장도 알고 있는 사건을 현직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몰랐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찰 수뇌부가 진짜로 이번 사건을 몰랐다면 정보보고와 지휘계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면키 어렵다.
하지만 홍영기 서울청장이 지난달 27일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6일 첩보를 입수해 다음날 남대문서에 내려보내면서 서울경찰청장에게도 구두로 보고했다"며 "한화그룹 회장이 룸살롱에서 싸웠다는 등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라면 최소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은 첩보보고 초기부터 사건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 수뇌부의 '은폐' 의혹이 더 커지는 대목이다.
김 회장 차남의 출국을 경찰이 사전에 알았는지도 논란거리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8일 "지난 26일 경호실 관계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차남의 출국 사실을 알렸는데도 경찰이 몰랐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한화그룹이 25일 차남 출국 사실을 알리지 않아 몰랐다"며 "출국 기록도 하루 늦게 올라와 확인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택순 경찰청장은 29일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회지도층 인사가 문제해결을 공권력에 의한 합당한 방법이 아닌 사적으로 한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수사가 가이드라인이 되도록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늑장수사 및 외압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종결 즉시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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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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