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민중 항쟁도김대갑
본전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 옆에는 송공의 명언인 '전사이 가도난'이 반월의 화강석 위에 웅혼하게 새겨져 있다. 그 명언을 다시 새기며 25개의 계단을 찬찬히 올라가면 첫 번째 문이 등장한다.
첫 번째 문을 통과하자마자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시원한 대청마루가 일품인 '소줄당'과 하얀 수국을 닮은 '불두화'라는 꽃이다. '소줄'은 선열들의 충절이 일월보다 밝고 태산보다 높다는 뜻의 글월을 줄인 말이며, 일종의 정신도장이었다. '불두화'는 이름과는 달리 순백의 여인을 닮은 청초한 모습의 흰 꽃이다. 작은 꽃잎들이 둥그렇게 모여서 하나의 독립적인 꽃봉오리를 만든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꽃이다.
소줄당을 지나 다시 34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두 번째 문이 등장한다. 그리고 문을 통과해서 오른편을 보면 향파 이주홍 선생이 비문을 쓴 충렬사 정화 기념탑이 눈에 들어온다. 향파는 요산 김정한과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문인이다. 그는 특유의 호소력 있는 문체로 원형의 커다란 동판 위에 선열들의 행적을 자세히 묘사하였다.
그 행적을 천천히 읽은 후에 돌아서니 동백나무 한그루가 처연한 모습으로 서 있다. 다른 꽃들이 피는 계절에 속절없이 지는 붉은 동백꽃. 그 붉은 꽃잎 사이로 엿보이는 무명용사들의 젊은 죽음. 바람은 동백꽃잎을 계단 아래로 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