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난민촌에 우물 파러 간 사연

[버마-태국 국경지대 메솟 난민캠프 현장취재①]

등록 2007.05.01 15:07수정 2007.05.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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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메솟 KED 초등학교 우물파기 현장에서 물이 나오자 아이들이 물을 퍼뿌리면서 기뻐하고 있다

메솟 KED 초등학교 우물파기 현장에서 물이 나오자 아이들이 물을 퍼뿌리면서 기뻐하고 있다 ⓒ 양주승

지난 4월 26일 오후 버마(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 메솟시에 위치한 난민촌 BLSO와 KED 초등학교 두곳의 우물파기 현장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르자 어린 학생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쩨주띤바대!(버마어로 '감사합니다')"라며 일제히 박수와 탄성을 터뜨렸다.

아직은 지하 깊숙이 완전히 파들어 가지 않았기 때문에 흙물이 섞여 나왔지만 아이들은 물을 퍼뿌리며 '띤잔 물축제' 날처럼 환호를 지르며 즐거워 했다. 띤잔 물축제는 버마인들이 신년(4월 16일)을 앞두고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계속되는 세시풍속으로 새해를 맞기 전 부정한 것을 씻고 축복 세례를 받고자하는 축제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뭐? "깨끗한 물"

a BLSO 초등학교 인근 마을 주민 할아버지가 물을 뽑아내며 파이프를 박고 있다.

BLSO 초등학교 인근 마을 주민 할아버지가 물을 뽑아내며 파이프를 박고 있다. ⓒ 양주승

버마의 군부독재를 피해 탈출한 난민들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태양의 척박한 땅 메솟에 초등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하지만 갈수록 고갈되는 식수난에 그동안 오염된 물을 마시며 사람들은 복통, 피부병 들 각종 질환에 시달려 왔다.

더러운 물을 마시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피부는 늘 짓무르거나 부어 있고 배앓이는 다반사다. 마시는 물이 온전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건강할리 없다. 말이 초등학교지 나무와 열대야자 잎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판자 교실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집단으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 '메솟지역 난민 교육지원을 위한 부천시민모임'이 새로 우물을 설치해줘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게 됐다. 또 학교와 인근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동 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겪었는데 부천시민모임은 3개의 공동화장실까지 설치했다.

이날 우물파기 현장의 가장 큰 감동은 '평화와 우정이 샘솟는 물(Water of Peace & Friendship)'이라고 한글과 영문 그리고 버마어로 표기된 동판 전달식이었다.

우석이의 사랑을 버마 난민촌 아이들에게


a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김범용 소장이 '평화와 우정이 샘솟는 물' 한국어와 버마, 영어로 표기된 판을 KED초등학교 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김범용 소장이 '평화와 우정이 샘솟는 물' 한국어와 버마, 영어로 표기된 판을 KED초등학교 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양주승

이 동판은 지난 3월 10일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신장, 간, 각막 등 장기를 기증한 고 안우석(9·부천계남초2년)군의 부모 정이숙(38·부천상일고), 안항일(41·김포제일고) 부부 교사의 마음을 담아 제작했다.

이들 부부는 메솟 난민촌학교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셔서 복통, 피부병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석이의 이름으로 '우물'을 파겠다며 200만원의 성금과 동판을 전해왔다.


우물파기 운동은 지난 3년간 빠짐없이 난민교육지원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은 ㈜알프스식품을 비롯해 부천사립유치원연합회, 부천시여성단체협의회, 부천시시설관리공단(사랑회, 희망나누미), 부천시약사회, 부천시적십자봉사회, ㈜케이시텍 등 단체 및 기업이 함께 하고 있다.

a 메솟 KED 초등학교 우물파기 현장.

메솟 KED 초등학교 우물파기 현장. ⓒ 양주승

a '메솟난민교육지원을위한 부천시민모임'방문단이 BLSO 초등학교 교장에게 '평화와 우정이 샘솟는 물'이 표기된 동판과 학교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메솟난민교육지원을위한 부천시민모임'방문단이 BLSO 초등학교 교장에게 '평화와 우정이 샘솟는 물'이 표기된 동판과 학교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 양주승

부천시여성단체연합회 박성희 회장은 4월 18일 GS스퀘어 부천점에서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 50만원을 버마와 태국 국경지대 난민촌 학생을 위한 우물개량사업에 후원했다. 박성희 회장은 "난민촌 어린이들이 평화와 사랑이 깃든 깨끗한 물을 마시고 건강하게 자라 지구촌 평화에 기여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부천시설관리공단 '사랑회' 이영숙 회장과 '희망나누미' 이일수 회장도 성금 50만원을 전달하면서 "해외 난민촌에서 아프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삶의 희망을 줄 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화해에도 기여한다"며 "메솟 난민촌 어린이들이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민간단체가 하는 의롭고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할 수 없는 민간교류, 우물 파기

a 메솟 BLSO 초등학교 인근 마을 주민이 말라 들어가는 우물에서 한통이라도 퍼내려고 물질을 하고 있다.

메솟 BLSO 초등학교 인근 마을 주민이 말라 들어가는 우물에서 한통이라도 퍼내려고 물질을 하고 있다. ⓒ 양주승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소장·김범용)과 태국-버마 국경지대 메솟 난민 교육지원을 위한 부천시민모임은 지난 2003년부터 해외교육지원사업의 일환으로 BLSO, 야뭉나, 세타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 매월 20~30만원의 교육경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는 현지 방문을 통해 식수로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을 직접 돌아봤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우물개량사업' 운동을 펼치며 지역 사회 단체 및 기업 그리고 부천시민모임 운영위원들의 성금을 모아 1차로 두 학교에 우물을 파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4월 25일 태국 메솟시로 출발, 29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우물개량사업을 펼치고 30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에서 이들은 우물개량사업 외에 미얀마 난민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불리는 신시아 마웅(Cynthia Maung) 박사가 운영하는 무료 병원 '메타오 클리닉'에 500만원 상당의 의약품(부천시약사회 기증)을 전달했다. 또 영치우, 세타나, BLSO, BHSON, KED, 뉴데이 초등학교, 메타오 고등학교에 학습 교재 그리고 메솟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화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a 떠나는 방문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과 선생님.

떠나는 방문단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과 선생님. ⓒ 양주승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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