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봉 바라보며 하는 뱃놀이, 넘 좋아요

제주도로 떠난 수학여행

등록 2007.05.01 15:44수정 2007.05.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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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를 타기 위해 준비하는 아이들

배를 타기 위해 준비하는 아이들 ⓒ 김현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것도 파도가 없는 바다, 너무 맑아 속살이 다 보이는 바닷물 밑을 바라보면 머릿속이 깨끗해짐을 느낀다.

그런데 그렇게 맑은 바다가 있을까. 오래 전 여름에 동해에서 그런 모습을 보곤 다시 본 적이 없다. 그러다 그런 바다를 다시 발견했다. 제주의 바다다. 개인적으로 때론 아이들과 제주에 가면 꼭 바다에 간다. 그때마다 그 맑고 투명하고 그러면서 푸른빛이 도는 제주의 바다를 잊지 못해 찾는다.


가끔 깊은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하는 해녀들을 보면 '저게 저들에겐 삶의 바다인데 난 감상의 바다로 보고 있구나' 생각하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모든 것은 각자의 처지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 그래서인지 난 제주의 어떤 것보다 바다의 색깔을 좋아한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 눈망울 같은 모습을 한 바다를 좋아한다.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아이들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 중에 그 바다를 한없이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숙박을 하게 됐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해변을 걷기도 하고, 저녁을 먹은 후엔 아이들과 밤바다의 고즈넉함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a 정말 재미있네.

정말 재미있네. ⓒ 김현

a 저 멀리 우도가 보인다

저 멀리 우도가 보인다 ⓒ 김현

아이들도 그 밤바다의 모습에 취해선지 스스럼없이 다가와 이야길 한다. 가끔은 아이들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만 스스로를 풀어 놓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나 여행이 편하고 즐거운 것만 아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급하게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라 탄 아이들은 이내 잠이 든다. 밤새 논 탓이다. 아이들은 낯선 여행길에서 풍경을 감상하거나 즐거움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이들 깨우는 것이 일이 된다.

a 일출봉도 가까이 보이고.

일출봉도 가까이 보이고. ⓒ 김현

아이들을 깨우다 보면 아이들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일어난다. 특히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경우엔 더 그렇다. 아이들은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놀이기구를 타러 가자고도 하고 테디베어 같은 곳을 가자고도 한다. 허나 일부 아이들은 수첩을 꺼내들고 뭔가 적기도 한다. "뭘 적니?"하고 물으면 "그냥요. 본 거 느낀 거 뭐 그런 것들요"라고 한다.


a

ⓒ 김현

제주도에서 여행 첫날의 따분함과는 달리 여행 이틀째는 좀 한가로웠다. 일정을 빨리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묵고 있는 리조트에 준비되어 있는 보트를 타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숙소에 내리자마자 간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향한다. 그 맑고 투명한 바다 위에 보트를 올려놓고 올라탄다. 그리고 히득거리며 노를 젓는다. 몇몇 아이들은 노를 저을지 몰라 한 곳에서 뱅뱅 돌기만 한다.

"왜 앞으로 안 가고 뱅뱅 돌기만 해요? 우리 좀 알려줘요 잉."
"노를 바르게 잡아야지. 둘이 호흡을 맞추고… 자 노를 저어 봐. 그렇지."
"헤헤, 잘 나가네요."


a 우린 왜 뱅뱅 돌기만 하지.

우린 왜 뱅뱅 돌기만 하지. ⓒ 김현

아이들이 배를 타고 노는 동안 운동이라면 먹던 밥도 멈추던 이 선생이 저 멀리 바다에 나가 아이들을 통제한다. 아무리 얌전한 바다라도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야들아, 재미있니?"
"네, 엄청 재미있어요. 선생님도 한 번 타 보세요."
"당연하지. 장난치지 않기다."
"에이, 겁먹기는… 히히히."

반 아이를 태우고 노를 저어 가는데 두어 녀석이 달려든다. 그리곤 이내 물을 끼얹기 시작한다. '아휴, 내 너희들을 믿는 게 잘못이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이 어느새 녀석들은 배 가까이 와서 잡아 낚아채려 한다. 배 안에 있으면 꼼짝없이 잡혀 물속에 풍덩하게 생겼다.

"야! 너희들 가까이 오지 마."
"참 내. 그건 우리 맘이지 선생님 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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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말한다고 들을 녀석들이 아니다. 결국 녀석들과 한바탕의 물싸움이 벌어졌다. 녀석들을 사정없이 물속에 팽개치는 기분, 솔직히 시원하다. 그럼 팽개침을 당하는 아이들은 어떨까. 그 녀석들도 뭐가 그리 좋은지 물을 마시고도 헤헤거린다. 녀석들 또한 시원한 기분인 것이다.

이때만은 선생과 학생이 아니라 그냥 개구쟁이 친구가 된다. 마냥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친구가 된다. 나이 먹은 사람과 나이 어린 사람과의 껍질을 벗어버린 추억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a 나, 이쁘나요?

나, 이쁘나요?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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