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파원이 발로 뛰며 연 '세계의 창'

[서평] KBS 특파원 26명이 쓴 〈지금 여기의 세계사〉

등록 2007.05.02 08:49수정 2007.05.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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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 yes24

TV나 언론으로 세계사를 들여다 볼 때 늘 궁금한 게 있었다. 과연 저것이 편향됨 없는 바른 보도인지? 아니면 미국이나 선진국이 편파적으로 보도한 것은 아닌지? 그 때문에 선진국 주도로 편집된 방송을 보기는 하지만 반신반의한 적이 많았다.

KBS 특파원 26명이 쓴 <지금 여기의 세계사>는 그런 선진국 주도의 방송 내용과는 다르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비롯하여 인간의 존재가치, 그리고 지구촌 곳곳의 환경 문제와 전쟁의 광기가 서려 있는 곳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기존의 국제뉴스가 대부분 서구 언론의 시각을 재단되고 가공된 논조와 화면을 받아 활용해 온데 반해 우리 특파원들이 직접 온 몸으로 부딪히고 발로 뛰며 객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국제 정보를 담아냈기 때문이다."(머리말)

환경재앙으로 가라앉는 섬과 생태계의 도시

현재 세계 곳곳의 온난화 징후는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땅이 가라앉고 있는 나라가 있다. 남태평양의 섬 키리바시, 투발루 공화국, 그리고 인도양 몰디브 등이 그곳이다. 그 중 나라의 존립 자체가 위태한 곳은 투발루 공화국이다.

투발루는 남태평양 말로 '8개의 유인도'란 뜻인데, 현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섬은 6곳에 불과하다. 이유는 선진국들이 품어낸 온실가스의 배출이다. 그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했고, 바닷물이 넘치면서 그곳 땅이 잠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셜제도, 키리바시, 투발루 등은 세계 최대의 공해유발 국가인 미국을 공동으로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2000년부터 투발루는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 등에 인구 1만 명이 이민해 갈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호주와 미국은 외면해 버렸고, 뉴질랜드만 해마다 75명씩 이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그마저도 까다로운 심사 때문에 이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은 한 사람도 없다.


한편 동남아의 허파로 불리는 '보르네오'는 어떠한가? 그곳은 예전에 울창한 삼림으로 인해 온갖 희귀 동식물들의 서식처였다. 2006년 4월까지만 해도 세계야생생물기금에서는 보르네오의 열대우림에서 암과 에이즈, 말라리아와 같은 치료제를 추출할 수 있다며 흥분했다.

그러나 주변의 숲은 하얀 백사장으로 변하고 있고, 강은 농약 때문에 어족들이 말라가고 있다. 이유는 팜 농장에 있다. 팜은 과자와 스낵류, 마요네즈 등 식품류와 화장품에 모두 들어가는데, 그것이 돈을 짜내는 열매인 까닭에서다. 그 때문에 울창한 숲을 불도저로 뭉개고 있고, 오직 돈이 되는 팜 농장을 만드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한편 이탈리아의 '오르비에토'와 스위스의 '체르마트'는 어떠한가? 그 두 곳은 그야말로 달팽이의 속도를 뒤따라가고 있는 생태도시이다. 그곳은 공동 텃밭을 운영하고 있고, 수확한 작물까지도 흙도 털지 않고 그대로 시내장터로 보낸다. 그 장터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대형 슈퍼마켓이 없다.

더욱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레스토랑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정적과 침묵으로 빠져든다. 낮잠을 즐기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체르마트는 어디를 둘러봐도 매연을 뿜고 다니는 자동차를 찾아 볼 수가 없다. 각종 짐을 실어 나르는 배달용 차들이나 택시 그리고 공용버스들은 모두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는 무공해 차다.

'세계의 창'을 열어보니 온통 '비극'

콩고 동북부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의 '피그미족'과 '마사이족'은 어떠한가? 그곳은 생태계나 자연 환경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의 존립 자체에 대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학살과 약탈 그리고 강제추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그미족들은 콩고 반군과 르완다 출신 후투족 반군들에 의해 싹쓸이를 당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피그미족들이 살고 있는 이투리 숲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맥이 깔려 있는 까닭에서다. 그래서 반군들은 피그미족들을 총과 칼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사이족들도 식민통치를 하고 있는 영국인 지주들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빈민가로 내 몰리고 있다.

한편 카슈미르는 어떠한가? 그곳은 1947년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되었다. 하지만 힌두교를 신봉하는 지배계급과 이슬람교를 숭배하는 대다수 민중들 사이의 세력다툼으로 인해 인도령 카슈미르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라는 두 개의 카슈미르가 탄생하였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주변의 잠무카슈미르의 해발 6700m에 위치한 150km의 시아첸 빙하는 북극과 남극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빙하지대이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그 나라 접경지대에 걸쳐 있다. 그곳이 두 나라의 전쟁터로 변한 것은 1984년에 두 나라가 서로들 자기네 땅이라고 우긴데서 발생했다.

그때부터 두 나라는 150km에 이르는 얼음 덩어리 위에서 300여 명 이상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곳의 병사들은 적들과 싸우다 죽는 것이 아니라 참호를 덮치는 눈사태와 저체온증, 그리고 두통을 동반한 식욕감퇴와 저산소증으로 인해 한 해에 수백 명씩 죽고 있다.

"심지어 2003년부터는 양쪽 모두 눈사태가 무서워서 총 한 방 쏘지 않고 서로 설원 위의 참호에서 노려만 보고 있습니다. 세상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고 단 한 뼘의 땅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없는 그곳에서 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340쪽)

위와 같은 것들은 글로벌 현장을 구석구석 발로 뛴 특파원들에 의해 알게 된 소식들이다. 설령 그들이 발로 뛰고 있긴 하지만 때로는 목숨까지 내걸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그토록 위험한 생사를 넘나들며 지구촌 곳곳을 취재한 까닭이 무엇인가?

그것은 오직 하나, 한국인의 눈으로 '지금 이 순간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노력과 수고, 생명의 담보가 담긴 이 책이야말로 지구촌 곳곳을 우리에게 바르게 연결시켜 주는 '세계의 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의 세계사 - 37개의 렌즈로 잡아낸 세계의 최전선

KBS 특파원 지음,
웅진씽크빅(학습),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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