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이 아닌 사람도 끌어당기는 맛"

혀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의 개도막걸리

등록 2007.05.02 10:44수정 2007.05.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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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막걸리집의 기본 상차림

막걸리집의 기본 상차림 ⓒ 조찬현

이제 주머니가 가벼워도 걱정이 없다. 부담 없이 푸짐하고 넉넉하게 한잔 즐길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 선소 부근의 허름한 '선소수퍼'다. 지역에서는 꽤나 알려진 유명한 막걸리집이다. 가게 바로 앞에는 이순신 장군이 조선기술이 뛰어난 나대용 장군과 함께 거북선을 만들었던 곳으로 알려진 선소다.


"와따~ 안 그래도 사람 많은디 사진 찍지 마씨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자 주인아저씨는 사진을 못 찍게 손사래 친다.

a 막걸리 집 선소 수퍼

막걸리 집 선소 수퍼 ⓒ 조찬현

"옛날에는 막걸리 판매가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고발도 들어오고 그랬어. 하지만 이 장사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왜, 장사 그만 두시나요?"
"선소유적지가 있어서 '자연및문화재보전지역'이라 언제 뜯길지 몰라. 근처 웅천으로 이사를 가야 돼."
"막걸리 집 유래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막걸리 집 한 지 한 20년 됐어, 그런 거 이제는 더 이상 묻지 마씨오."

이렇게 주인아저씨와 실랑이를 하느라 막걸리 잔이 채 비워지지도 않았는데 안주로 내온 두부가 어느새 다 비워졌다. 자리를 함께 한 김정수 여행작가는 평소 술을 거의 안 먹는데 한잔 먹으라고 권하자 맛을 본 후 이 집의 막걸리가 아주 맛있다고 한다. 그럼 막걸리가 맛있으면 막걸리만 마셔야지 웬 안주발이냐고 농을 걸자 김 작가는 머쓱해 한다.

"주당이 아닌 사람도 끌어당기는 맛이라니."


막걸리를 시키면 네모난 양은쟁반에 열무김치와 풋고추, 미역줄기무침, 멸치볶음, 묵은지가 기본으로 나온다. 투박한 손으로 주인아저씨가 직접 상을 봐 내온 것이다. 이소리 시인은 대포집의 풋고추가 참 맛있다며 된장을 푹 찍어 아삭 베어 문다.

a 두부와 묵은지

두부와 묵은지 ⓒ 조찬현

허름한 실내, 양은쟁반, 밑반찬으로 내온 열무김치와 묵은지... 막걸리 집 분위기로는 그야말로 잘 어울린다. 어릴 적 오가며 봐왔던 시골의 그 선술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하다.


어쩌면, 이리도 막걸리 집과 잘 어울릴까. 무릎을 탁 칠 지경이다. 개도막걸리의 맛은 혀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이다. 탄산음료와 같은 청량감이 느껴지며 술술 잘도 넘어간다. 목 넘김이 좋다.

막걸리 세 병이 다 비워져갈 즈음 부부 한 쌍이 들어온다. 술시 이전에 찾아간 우리는 무료함에 반가워 인사를 건넸다. 남자 손님이 아는 체를 한다.

"어서 오세요."
"막걸리 한 병 주세요."
"우리도 손님인데요."
"어! 중구 삼촌인가?"
"..."

손님은 실례를 했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방금 가게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온 그 남자가 막걸리 한 병을 주문하자 주인은 대뜸 한 병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한 병은 안 팔아요. 그냥 사가지고 가씨오."

이거 완전히 배짱장사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분간키 어렵다. 두 병을 주문하자 그때서야 술상을 내놓는다.

a 김정수 여행작가와 이소리 시인

김정수 여행작가와 이소리 시인 ⓒ 조찬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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