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마케팅', VIP고객들 거부감 높아

잦은 안내전화...사생활 피해 우려

등록 2007.05.02 10:48수정 2007.05.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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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김민정 기자] 중견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김재준(가명·61)씨는 요즘 각종 금융기관,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에서 VIP 고객관리 명목으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소소하게는 신상품 소개에서부터 각종 파티나 공연 초대 등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떻게 정보가 공개됐는지 한 번도 거래하지 않은 기업에서 상품 홍보를 위한 통화를 시도하는 때도 있어 개인용으로 휴대전화 하나를 더 개통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그동안 거래하던 회사들마다 과거에는 없던 VIP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나친 관심 때문에 귀찮은 때도 많다"며 "서비스라는 것이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국내 기업들의 귀족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객이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산업 전 분야에서 소위 '돈 되는 고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업종 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VIP 중의 VIP'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를 넘어, 최근에는 극소수 초우량 고객을 위한 ‘매스클루시버티(massclusivity)’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더욱 고급스럽고 특별한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이 달갑지만은 않다. 부유층 소비자들은 이미 최고급 주택에 살면서 비싼 명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부잣집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부자마케팅의 대상이고, 고객도 동일해 그만큼 많은 기업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귀족마케팅이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닌 라이프 케어(Life-care)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금융·패션·가전·자동차 등 소비 관련 분야는 물론이고 의료·세무·법률 등 전 산업에 걸쳐 자신의 정보가 공유될 우려도 있다.

실제로 최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에쿠스' 고객과 '파브'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서로 교환, 이를 자사 프리미엄 상품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PB는 "최근 기업들마다 VIP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서비스 대부분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일부 상위 계층 고객들은 중복되는 서비스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면서 "잘하려고 하는 일이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부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남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라며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귀족마케팅은 더욱 세분되고 고급화될 전망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타인과 차별화된 나만의 명품 소유욕이 커지면서 희소성을 갖춘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기존 명품의 대중화로 차별성과 희소성을 갖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올해는 극소수 고객에게 맞춤형 최고급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스클루시버티 마케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득수준, 취미 등이 유사한 고객을 그룹으로 묶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익스클루시버티(Cyber Exclu sivity)'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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