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맞이해 생각하는 어린이날

5월 5일뿐 아니라 365일이 어린이날이어야

등록 2007.05.03 21:39수정 2007.05.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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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이날은 이 나라의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으로, 동물원으로 몰려가 북적인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했던 아빠들도 이날만은 아이들과 함께 한다. 각종 매체에선 아이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 또한 모처럼 나들이에 행복해 한다. 그리고 어린이날이 지나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사실 우리 아이들도 어린이날이 가까워지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근사한 선물과 점심, 놀이시설에 혹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이다. 엊그젠 아들 녀석에게 무슨 선물 갖고 싶으냐고 물으니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한다. 항상 장난감을 원하던 아이가 이번엔 생각해 보겠다고 하니 은근히 겁이 나기도 한다. 과도한 것을 요구할까 봐서다.

어린이날 하면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 선물 사주고 점심 먹고 함께 놀아주는 걸로 생각한다. 부모들도 아이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 당연히 어린이날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하는 건 낯설지가 않다. 그런데 형편이 나은 집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겨우 생색을 내는 정도로 아이들을 무마한다. 아이들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어린이날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이러한 작은 호사도 누릴 수 없다.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은 그림 속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고 드러내고 서글픔을 드러내지도 못한다. 그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슬픔을 다스릴 줄 아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린이날의 모습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다. 행복한 웃음을 웃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걷는 아이들도 있는 것이다. 하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어린이날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린이날은 1923년 이 땅의 헐벗고 누추하고 참담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방정환 선생이 정한 날이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웃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의 상황이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로 처음 정한 날은 5월 1일이다. 그러다 1946년에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옮겼다. 그러다 1957년에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을 선포하고, 1975년부터 정식공휴일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날을 제정하게 된 연유가 '미래 사회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티 없이 맑고 바르며,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린이 사랑 정신을 함양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우리 어린이들이 티 없이 맑고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담겨 있다. 또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게 어른들은 어린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도 담겨 있다. 또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했다는 것이 그 연유다.

말 자체는 의미 있고 아름답지만 추상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어린이들의 인권을 함양시키거나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 하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꿈만 이야기했지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없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어린이날이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몇몇 나라에도 어린이날이 있지만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어린이날이라 특별히 정해 기념하는 날이 없다고 한다. 365일이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날이라 해서 기념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린이들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날만 반짝 아이들을 위해 선물 사주고, 놀이공원에 놀러 가고 하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말이다.

가끔 어른들은 아이들을 어른들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어른들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무조건 주입하려 한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다. 이런 생각 때문에 어른들의 마음에 맞지 않으면 매를 들거나 욕설로 윽박질러 자신들의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한다.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안 한다.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에서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에 일꾼 /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 윤극영 작곡, 윤석중 작사


5월 5일, 이날은 맑고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이런 <어린이날 노래>가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에서, 놀이공원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들이 온 아이들은 그 노래를 들으며 환한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랫말의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의 '오늘'만이 아니라 365일 매일 매일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날이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어린이 학대와 유괴가 없는 날도 꿈꿔 본다.
#어린이날 #5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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